탱글한 바다의 맛, 거제 토박이 동료가 이끈 곳
[이정미 기자]
지난 1월 31일, 지난해 7월 덴마크·스웨덴 교육 연수에 동행했던 사람들과 함께 경남 거제에 다녀왔다. 지난 여름 북유럽의 강렬한 햇살, 맑고 깨끗한 공기, 건강한 에너지는 함께 했던 우리 모두의 삶에 긍정적인 여운을 남겼고, 그 여행은 사는 곳이 각기 다른 우리를 끈끈하게 잇고 있다. 멤버 중 거제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가 있다. 6개월 전에 우리는 거제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한 명도 빠짐없이, 12명 모두 거제에 모였다.
그 동료가 거제 하루 여행 일정을 보냈을 때 이미 나는 이 여행이 마음에 들었다. 식물원, 치유의 숲, 족욕, 베이커리 카페, 일몰, 그리고 바다향 가득한 싱싱한 굴과 가리비 요리. 이 낱말들이 품고 있는 이미지를 그려보는 것만으로 이미 행복해졌다. 아마 누구라도 몽글해지는 겨울 '힐링' 하루 여행으로 딱인 일정이 아닐까 싶다.
포근한 정글돔
오전 10시 30분에 실내 식물원인 '거제 정글돔' 앞에 모였다. 계속된 한파의 여파로 아침에는 바람이 차가웠지만 겨울 햇살은 오랜만에 밝게 빛났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게 청량감을 더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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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정글돔 실내 식물원에는 파릇파릇 생명이 넘쳐 난다. |
| ⓒ 이정미 |
한 동료의 말처럼 정글돔의 외형이며 내부 디자인이 싱가포르의 '플라워 돔'을 연상시킨다. 마치 그곳에 온 것 같은, 몇 해 전 싱가포르 여행을 추억 하게 하는 것도 좋았다. 천천히 걸으며 식물이 뿜어내는 싱그러움을 듬뿍 받고 포토존에서 동료들과 사진도 찍으며 몸과 마음이 살아나는 시간을 보냈다.
거제의 맛
점심을 먹기 위해 동료가 예약해 둔 식당에 갔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후끈한 열기에 깜짝 놀랐다. 식당 안은 굴요리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굴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놀랍다."
"이 근처 바다에는 굴 양식장이 많아요."
계속된 한파에 마음까지 소심해져 은둔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나는 눈 앞에 펼쳐진 시끌벅적 활기에 덩달아 힘이 솟는 듯했다.
올 겨울 석화굴을 처음으로 맛보았다. 딱딱한 껍데기를 열면 뽀얗고 탱글한 속살이 드러난다. 새콤달콤 초장에 찍어 먹으면 "음~" 소리가 절로 난다. 좋아하는 가리비는 살이 통통하고 달콤해서 자꾸만 손이 갔다. 굴전과 굴튀김은 '겉바속촉' 고소하고 달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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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굴요리 싱싱한 굴, 가리비, 새우를 먹기 좋게 찐 요리 |
| ⓒ 이정미 |
점심을 먹고 '치유의 숲'으로 향했다. 겨울 나무가 하늘을 향해 하얀 가지를 흔들고 있었다. 숲은 잠자듯 고요했다.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고요히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딱다구리는 '탁탁 따다닥' 나무 줄기를 쪼아대고 바람은 끊임없이 나무의 생명을 자각하게 했다.
실내에 들어가니 마치 눈이 내린 듯 하얀 나무들을 조망할 수 있는 통창이 마음에 쏙 들었다. 안내에 따라 편백나무로 제작된 족욕탕에 따뜻한 물을 받고 말린 유자 껍질을 넣은 팩을 띄웠다. 상큼한 유자향이 은은하게 코끝을 자극했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추운 겨울, 나무결과 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단정한 공간에서 족욕은 더할 나위 없다. 족욕 시간은 30분이다. 다행히 다른 이용객이 없어서 우리 6명은 마주 보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돌아가며 이야기 하고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읽은 책 이야기, 도전한 이야기, 2026년 3가지 실천 다짐, 가족 간의 갈등 고민 등이 솔직하게 펼쳐졌다. 격려하고 공감하며 가벼워지고 힘을 얻는, 서로가 유대감이 한층 깊어지는 시간이었다.
따뜻한 공간에서 따뜻하게 족욕하니 우리의 마음도 덩달아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부모님, 장인어른, 장모님 모시고 한 번 와야겠어요."
부모님 모시고 오면 정말 좋아하실 것 같다. 족욕 후엔 옆 방에서 건반신욕도 즐길 수 있다. 치유의 숲 건물 주변은 울창한 숲이다. 데크길을 만들어 놓아서 안전하게 산책하며 숲을 느끼고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시간을 보내기도 좋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이든 그 계절만의 고유한 숲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여유로운 회복의 시간을 갖기에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일정은 막 개점하여 따끈한 거제 '핫플레이스'가 된 '베이커리 스타벅스 카페'였다. 선택할 수 있는 베이커리 종류가 다양하고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라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주차장도 빼곡하고 매장 안에 자리도 없어서 인근의 '젬스톤' 카페로 이동했다.
나는 이곳이 더 마음에 들었다. 폐업한 조선소를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공간이었다. 대형 크레인이 빨간 존재감을 뽐내고, 넓고 확 트인 공간이 자유로움을 더하고 있었다. 통창으로 바다와 섬 풍경도 즐길 수 있다. 크루와상, 몽블랑과 커피 한 잔 마시면 그야말로 행복해진다. 여름에는 옥상 루프탑에서 감상하는 일몰도 장관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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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 해안의 일몰. |
| ⓒ 이정미 |
"바닷물이 참 맑다!"
"저기, 하늘, 철새들이 날아와요!"
때마침 빨갛게 지는 해를 배경으로 까만 새들의 무리가 우리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한 폭의 그림이 그렇게 그려졌다. 바다에서 일몰은 순식간이었다. 찰나라서 더 아름답고 찰나라서 더 아쉽다. 그래서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어지는 것이 일몰이 아닐까.
그렇게 거제의 하루가 저물었다. 거제 토박이 동료의 20년 단골인 '맥시칸 횟집'(치킨을 튀겨주는 자연산 횟집이다. 이곳의 명물은 '왕우럭조개 숙회'이다. 식감이 부드럽고 달콤해서 누구나 좋아할 것 같은 맛이었다)에서 60대 횟집 이모님이 튀겨주신 따끈한 치킨과 고구마까지 먹고 나서야, 못 다한 이야기를 실컷 나눈 후에야,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거제 토박이 동료가 계획한 '거제 하루 여행'은 깨알같이 알차고 따뜻하고 몽글몽글했다. 오는 4일이 입춘이란다. 겨울의 끝자락에 거제 여행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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