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탈(脫)중국' 공급망 재편 가속… 인도 '세금 폭탄' 뇌관 제거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애플(Apple)이 인도를 새로운 제조 허브로 육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던 조세 규제 장벽을 허물었다. 인도 정부가 애플의 직접적인 설비 투자를 허용하는 법안을 승인함에 따라 애플의 '탈(脫)중국' 공급망 재편 작업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가 외국 기업이 현지 위탁생산 업체에 제조 장비를 제공하더라도 추가적인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이번 조치는 애플이 직면했던 '투자 딜레마'를 해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애플은 인도 내 아이폰 생산 확대를 원하면서도, 현지 세법의 '사업적 연관성(Business Connection)' 조항 때문에 투자를 주저해왔다.
애플이 폭스콘(Foxconn)이나 타타(Tata) 그룹 등 파트너사에게 고가의 제조 장비를 직접 지원할 경우, 인도 세무 당국이 이를 근거로 애플의 현지 수익에 과세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파트너사들이 수조 원대의 장비 구입 비용을 자체 조달해야 했고, 이는 인도 내 생산 라인 증설 속도를 늦추는 병목 현상으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 통과로 애플은 수출 중심 구역 내 파트너사들에게 향후 5년간 세금 걱정 없이 직접 장비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아르빈드 슈리바스타바(Arvind Shrivastava) 인도 세무부 장관은 "해외 기업이 기계를 가져와 현지 제조업체가 생산에 활용할 경우, 5년 동안 면세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가 애플의 글로벌 공급망 전략에 강력한 윤활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력은 풍부하지만 직접 투자가 막혀있던 애플과, 생산 의지는 있지만 막대한 설비 투자(CAPEX) 부담에 시달리던 위탁생산 업체 간의 이해관계를 완벽하게 풀어주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애플이 막대한 현금 보유력을 바탕으로 인도의 제조 인프라 구축을 직접 주도할 수 있는 '고속도로'가 뚫린 셈이다.
특히 최근 애플이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 '탈 TSMC'를 검토하며 인텔 파운드리 활용을 모색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제품 조립 분야에서도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투트랙(Two-track)'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완성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금이라는 마지막 족쇄가 풀린 만큼, 애플이 인도의 생산 수율과 물량을 중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시점도 예상보다 앞당겨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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