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잠식하는 '유튜버 정치'…"고성국 절연" 목소리 커진다
의원들 "'고성국 징계'하라" 한목소리
'친한계 징계·지선 공천' 얘기에 당내 불안↑
전문가들 "이념화에 유튜브 커져…끊어내야"

강성 보수 성향 유튜버인 고성국 박사의 강경 발언에 국민의힘 내부가 또 다른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고 박사의 주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윤어게인'에 그치지 않고, 당내 소장파들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지방선거 공천에까지 손을 뻗치는 모습이 보이면서 고성국 절연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이 이 같은 정치 유튜버와의 관계를 끊어내지 못할 경우 국민들의 혐오감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튜브 '고성국TV'를 운영 중인 고 박사는 전날 페이스북에 "우리 당 국회의원 10명이 나를 서울시당 윤리위원회에 징계 요구했다"며 "국회의원들이 평당원을 상대로 집단적으로 공격하며 징계를 요구한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라고 반발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김형동·고동진·박정훈·정성국·우재준·유용원·안상훈·김건·한지아·진종오 의원은 지난달 30일 고 박사가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발언을 여럿 꺼냈다는 점을 지적하며 서울시당 윤리위원회에 '고성국 징계 요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 고 박사는 앞서 지난달 5일 국민의힘 서울시당에 입당원서를 제출해 입당 절차가 완료됐던 바 있다.
이들 의원들은 고 박사가 자신의 유튜브 '고성국TV' 방송에서 꺼낸 △김무성(전 대표)이가 아직 안 죽었나. 요즘 뭐 80, 90세까지 가니깐 김무성이도 아직 그 죽을 나이는 아니다(지난달 5일) △누구나 다 오세훈(서울시장)이는 공천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일 상징성이 큰 데인데 바로 그 지역에서부터 아주 혁명적이고 충격적인 컷오프를 시켜서 모든 국민들이 '야 이게 뭐냐 야 장동혁이 대단하네' 이 정도로 만들어놓고 판을 우리가 주도해가야 한다(지난달 5일) △전두환 대통령, 노태우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까지 당사에 사진을 내걸어야 된다고 생각한다(지난달 29일)는 발언들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고 박사는 페이스북 글에서 "나는 국민의힘 평당원으로서 김무성을 용서할 수 없고 오세훈을 용납할 수 없다. 특히 전두환 대통령과 관련해 자유우파가 그동안 역사적 진실을 외면해 왔다고 생각한다"며 "당 윤리위가 나를 소환해 달라. 1대10이든 1대100이든 상관없으니 나를 징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회의원들과 공개 토론을 하자"고 요구했다.

고 박사의 망언들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잡음을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고 박사는 지난달 14일 자신의 방송에서 친한계 의원들이 '한동훈 전 대표 제명안'에 반발하고 나서자 "허접한 그 똘마니들은 빼고 한동훈, 양향자(최고위원), 우재준(최고위원) 요 세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는 (당원들에게 투표로) 한번 물어보자. 자신 있으면. 아 배현진(의원)이도 집어넣어야 되겠네"라고 발언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28일 방송에서는 고동진·배현진 의원과 함운경 서울 마포을 당협위원장을 거론하면서 "한동훈 전 대표 이상으로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 의원은 "평당원이라고 하면서 원내 의원들과 당협위원장에 대한 징계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어떻게 대놓고 할 수가 있느냐. 이거야 말로 당을 갈라치기 하는 해당 행위"라며 "매번 정부·여당에 잘못된 정책이나 그릇된 국정운영 방향을 내놓고 찍어주는 (유튜버) 김어준(씨)과 뭐가 다른 거냐. 그래놓고 김어준을 비판할 자격이 있다고 보느냐"라고 날을 세웠다.
당 안팎에선 고 박사의 발언 수위가 단순히 당내 현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단 사실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고 박사가 장동혁 대표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 2일 올린 영상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자체장 30석을 전광훈 자유통일당, 황교안 자유와혁신당 등 4개의 자유우파 정당에 양보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최근 고 박사가 '오세훈 시장 공천' 관련 발언을 꺼내면서, 당내 일각에선 '그 자가 공천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심상치 않게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탈당 권유'의 중징계를 받은 김종혁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31일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단에 올라 "지금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우리 당대표는 장동혁이냐 아니면 고성국이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궤에서 해석될 수 있단 분석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이분(고 박사)이 특히 영남권을 중심으로 해서 기초단체장 후보라든지 이런 분들을 자기 방송에 출연시켜서 소개도 하고 '경선에서 이런 사람 밀어야 된다'고 하고 있으니 일반 인사라 보기 어려운 게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내 소장파 의원들은 지금이라도 고 박사와 당의 접점을 끊어내지 못하면 내홍이 더 격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고 박사가 '윤어게인'을 주장해왔던 만큼, 지방선거에서 중도·외연 확장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해제 사흘 후인 2024년 12월 6일 오후 4시 37분~44분 사이에 고 박사에게 5회 전화를 걸었고, 고 박사가 같은 날 저녁 유튜브 방송에서 한 전 대표를 집중 성토했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12월 10일 오전 11시쯤에도 고 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계엄이 잘못된 수단이었다고 얘기하면서 이를 극복하겠다고 선언한 장 대표가 계엄을 적극 옹호하는 고 박사조차 내치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민들을 '우리가 계엄과 절연했다'고 설득해낼 것인지 모르겠다"며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고 박사가 국민의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라면 대체 당에 민주주의가 어디있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당내 일각에선 고 박사의 발언들로 인한 논란들이 '토론의 대상'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꺼내고 있다.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인 강명구 의원은 2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친한계가 당사에 전두환 사진을 걸자는 고성국 씨 말에 대해 징계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징계가 아니라 토론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유튜버 정치'가 당에 쉽게 스며들고 있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유럽의 정당들은 모두 특정 이념에 한하지 않고 유권자를 넓게 포섭하려는 목표를 가진 캐치올 파티(catch-all party·포괄정당)로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반대로 이념 정당화 돼 가면서 '특정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만 주목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신율 교수는 "게이트키핑(gate keeping)이나 팩트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환경에서 정치 유튜버들이 극단의 목소리를 앞세워 성공적인 사업 모델을 이룩한 것이 정당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이런 모델이 여야에 모두 정착하면서 일반적인 이야기만으로는 이목을 끌 수 없는 상황으로 나오고 있는 것인데 이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하면 정치권은 결국 극단 유튜버 중심의 여론에 끌려다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태곤 실장도 "과거엔 정치인들이 깃발을 들고 나섰으나 요즘 정치인들은 인터넷에서 뭘 떠드나 본 뒤에 그 여론을 따라가고 있어서 여야를 불문하고 유튜브 등에서 '전사'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그러면서 정치가 장외에 끌려다니고 있고, 앞으로도 제2, 제3의 김어준 고성국이 되겠다며 나서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생겨날텐데 그러면 일반 국민들의 정치 피로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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