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반복된 닮은꼴 행정구역 개편, 대전·충남은 다를까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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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 충남 타운홀 미팅 발언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2월 5일 충남 천안시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열린 '충남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김영삼 정부 '도 폐지', 김대중 정부 '읍면동 폐지'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노태우 정부 시절 민주화 진전과 지방자치제 부활이 거론되면서다. 하지만 당시 개편 시도는 주민들에게 그 내용이 전달되기도 전에 정치권-지방정부-관료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본격적인 포문을 연 것은 김영삼 정부(문민정부)였다. 당시 YS는 중앙-도-시·군-읍·면·동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단계를 축소하겠다는 큰 계획을 세웠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민자당은 '도 폐지'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선거를 앞둔 '정치적 꼼수'라는 비판이 거셌고, 주민들은 돈보다는 정체성을 지키겠다며 반대했다.
당시 손학규 의원은 언론기고(1995.2.22 매일경제)를 통해 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에 대해 "세계적으로 광역자치단체 없이 기초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가진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며 반대론을 폈다. 손 의원은 "굳이 한다면 읍면동을 출장소화하거나 폐지하는 방향을 검토해 볼 수 있다"며 읍면동 폐지를 권고했다.
정부는 1996년에도 도 폐지를 추진했지만 80여 개 시·군을 도농복합시로 묶는 선에서 멈춰섰다. 도 폐지와 읍면동 폐지는 무산됐다.
노무현 정부 "도 완전 없애자", 이명박 정부 "도 통합, 연방 만들자"
김대중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DJ는 읍·면·동을 없애고 지역정보센터를 세우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실제로 서울 성동구청은 구청 소식지에 "동사무소가 폐지된다"고 안내까지 했다. 하지만 "주민 화합을 저해한다"는 논리로 하루아침에 백지화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더 파격적이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전국을 60~70개의 광역시로 재편해 '도'를 완전히 없애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역시 본격적인 논의나 주민들의 의견수렴은 없었다. 2006년 지방선거라는 거대한 정치 일정 앞에서 정치권 안에서 공방을 벌이다 개편안은 다시 한번 캐비닛 속으로 들어갔다.
이명박 정부도 행정개혁 개편에 나섰다. 기존 시군구를 통폐합해 통합시를 만들거나 아예 도를 통합해 연방을 만들자는 안이 제시됐다. 정부는 당시 의사결정 단계를 줄이면 신속한 정책 결정·시행이 가능하고 지자체 통합으로 세금 낭비를 줄여 대형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광역시·도' - '시·군·구' - '읍·면·동' 3단계 행정시스템을 2단계인 '중앙정부- 광역시' 체제로 단축하자는 안을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 "통합 대신 메가시티", 윤석열 정부 "광역끼리 행정 통합"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통합 대신 '부울경 메가시티' 같은 '특별연합' 모델로 선회했다. 부울경(동남권) 메가시티가 대표적이다. 이전까지 행정구역 개편의 행정효율성을 강조하던 논리에서 다극화를 통한 수도권 집중 추세를 반전시킬 지역균형 뉴딜론을 꺼내들었다. 문 대통령은 2021년 2월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보고회에서 "초광역 협력 사례가 다른 권역으로 퍼져 나간다면 우리가 꿈꾸던 다극화・입체화된 국가균형발전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5극 3특' 체계의 근간이 된 셈이다. 그러나 단체장이 바뀌자마자 무산되며 구속력 없는 한계를 보였다.
윤석열 정부도 메가시티 확대 전략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경남-부산 행정통합 등 광역자치단체 통합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2024년 6월 윤 대통령은 경북 경산시 영남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경북도-대구시 통합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이 되도록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우동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도 이날 "수도권에 버금가는 초광역 경제권 구축을 위해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며 "윤 정부가 제안하는 지방시대는 지방이 스스로 재정을 일으킬 수 있는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정부'를 만드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흐지부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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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국회의원들은 2025년 12월 19일 오전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대전·충남 통합을 위한 실질적인 절차를 시작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
| ⓒ 민주당충남도당 |
하지만 추진방식은 30년 전과 닮은 꼴이다. 우선 하향식 추진이다. 30년 내내 시도통합론을 꺼내들었지만 어디에서도 통합에 대해 설명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구한 사례가 없다. 이 대통령도 당선 후 5극과 관련해서는 침묵을 지키다 지난해 12월 18일 돌연 충청권 민주당 국회의원에게 대전충남 통합을 요청했다. 이어 사실상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 시장'을 뽑으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이후 주민의견 수렴 절차는 형식화되고 설 명절 전 특별법 통과라는 일정표대로 내달리고 있다.
인센티브를 몰아주는 방식도 닮았다. 정치권은 "중앙정부 지원금과 인센티브가 쏟아지는 지금이 통합의 적기"라고 한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헌법적 의무"라며 "'통합을 해야만 돈을 주겠다'식의 접근은 지방을 상대로 벌이는 압박에 가깝고, 경쟁을 부추겨 주민들의 합리적 판단을 오히려 방해한다"고 지적한다.
대안 부재도 되풀이된다. 통합 이후 정교한 설계 없이 '일단 합치면 좋아진다, 합치면 재원도 대대적으로 늘려주고 권한도 넘겨주겠다'고 말한다. 30년 전 YS 때도, 15년 전 MB 때도 똑같은 논리가 반복됐으나 서둘러 합친 지역들이 장밋빛 미래를 맞이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이 없다.
지난 경험은 효율성이 정체성과 주민 공감을 이길 수 없음을 보여준다. 정치권이 그리는 지도 위에 '사람'과 '역사'가 보이지 않는다면, 대전충남 역시 통합이 되더라도 실패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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