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어떻게 저걸?" 백로의 기막힌 얼음 낚시

최호림 2026. 2. 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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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1일, 2월로 넘어가는 길목의 토요일.

대신 은빛 얼음판 위를 마치 스케이트 타듯 조심스레 이동하는 백로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오로지 발밑, 얼음 아래만을 응시하며 서성이는 백로의 뒷모습은 얼어붙은 겨울 풍경 만큼 쓸쓸하게 다가왔다.

백로가 어느 한 지점을 유심히 응시하더니, 마치 노련한 얼음 낚시꾼이라도 된 듯 긴 부리로 얼음판을 '콕, 콕, 콕' 연신 찍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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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문턱에서 만난 자연의 경이로움

[최호림 기자]

▲ 백로의 얼음 낚시ⓒ 최호림

지난 1월 31일, 2월로 넘어가는 길목의 토요일. 연일 이어지는 한파에 꽁꽁 얼어붙은 전주 덕진공원을 찾았다. 얼마 전 이곳에서 먹이를 찾지 못한 백로와 왜가리, 그리고 수달의 팽팽한 신경전을 목격했던 터라, 혹시 모를 자연의 드라마를 다시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발길을 이끌었다(관련 기사 : 꽁꽁 언 호수 위, 수달·백로·왜가리의 생존 신경전).

이날은 덕진호수에 왜가리나 수달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은빛 얼음판 위를 마치 스케이트 타듯 조심스레 이동하는 백로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시민들의 시선과 카메라 렌즈가 가까이 다가가도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날아오를 기력조차 없는 것일까. 오랜 한파 속에 먹이를 찾지 못해 지쳐 보이는 모습이 못내 안쓰러웠다.

하지만 백로의 시선 만큼은 한순간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발밑, 얼음 아래만을 응시하며 서성이는 백로의 뒷모습은 얼어붙은 겨울 풍경 만큼 쓸쓸하게 다가왔다.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백로의 고단한 발걸음을 지켜보며 안타까움이 커져가던 그때, 믿기지 않는 장면이 펼쳐졌다.

백로가 어느 한 지점을 유심히 응시하더니, 마치 노련한 얼음 낚시꾼이라도 된 듯 긴 부리로 얼음판을 '콕, 콕, 콕' 연신 찍기 시작한 것이다.

'오오... 설마 저 단단한 얼음을 부리로 뚫겠다는 건가?'

지켜보던 시민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쏠렸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백로가 끝내 얼음에 구멍을 내고, 그 안에 갇혀 있던 제법 굵직한 물고기를 부리로 낚아챈 것이다. 자신의 부리보다 커 보이는 먹잇감의 무게 때문인지 잠시 휘청이며 놓칠 뻔도 했지만, 녀석은 이내 중심을 잡고 단번에 물고기를 삼켜버렸다. 지켜보던 이들의 속이 다 시원해지는 순간이었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 사이에서도 반응들이 터져 나왔다.

"한번 더, 한번 더!"라며 응원을 보내는 어르신들 부터, "어떻게 저걸 뚫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젊은이들까지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펼쳐진 짧지만 강렬한 생존의 드라마는, 추위에 움츠러들었던 시민들의 마음까지 잠시나마 훈훈하게 녹여주었다.

새해의 첫 달을 뒤로 하고 2월로 향하는 길목, 동장군의 기세는 여전히 매서웠다. 살을 에듯 추운 날씨에 다시 찾은 전주 덕진공원. 하지만 그곳의 자연은 누군가 보든 보지 않든, 제게 주어진 삶의 방식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었다.

꽁꽁 얼어붙은 호수 위, 그곳에 홀로 선 백로 한 마리. 주변에서는 "저 추위에 먹이가 없어 어쩌나" 하는 안쓰러운 탄식이 흘러나왔지만, 백로는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두꺼운 얼음판을 집요하게 두드리던 백로의 처절한 '부릿짓'은 결국 생존을 증명하는 고귀한 한 끼를 낚아 올렸다. 백로는 추운 겨울을 건너는 우리 모두에게 말 없는 위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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