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패가망신' 경고에 현지 언론 "캄보디아 국민 분노"... 왜?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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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달 31일 오전(현지시각) 캄보디아 국가경찰과 바벳시 경찰이 합동으로 외국인 범죄단지 소탕작전에 나서고 있다. |
| ⓒ 캄보디아국가경찰청 |
1일(현지 시각) 캄보디아 최대 영자 일간지 <크메르 타임스>는 "한국 대통령의 스캠 경고가 캄보디아 국민들의 분노를 촉발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 "캄보디아 전체를 낙인 찍었다"... 불편한 반응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엑스(X·옛 트위터)에 기자가 보도한 '한국 경찰 들쑤셔서... 중국인 범죄조직도 이제 한국인 안 받아'(https://omn.kr/2gud9)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한국어와 크메르어로 "한국인 건들면 패가망신... 빈말 같습니까? 대한민국은 한다면 합니다! 끝까지"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수사 성과 보도를 인용하며 '범죄와의 전쟁' 의지를 드러낸 것인데, 정작 기사 배경이 된 캄보디아 현지의 반응은 다르다는 것. <크메르 타임스>는 해당 게시물이 현지에서 "캄보디아 전체를 범죄 집단의 소굴로 낙인찍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외 보도를 종합하면, 현재 캄보디아 내 온라인 범죄의 상당수는 중국계 조직이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인들이 총책이나 중간 관리자 역할로 조직 운영에 관여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오전(현지 시각), 캄보디아 경찰 당국은 베트남 국경과 맞닿은 카지노 도시 바벳(Bavet)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급습을 벌여 외국인 범죄자 2223명을 체포했다. 이 가운데 중국 국적자가 1792명으로 전체의 80%를 넘었고, 미얀마와 베트남 국적자는 각각 179명과 177명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 국적 범죄자는 이번 단속 대상에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2일 오전 기자와 통화한 한 현지 언론인은 "캄보디아에서 온라인 사기와 불법 자금 세탁 범죄를 저지르는 주체는 대부분 중국인들이고, 한국인들도 적지 않다"며 "그런데 왜 하필 경고문을 크메르어로 작성해 캄보디아 국민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처럼 취급하느냐"고 했다. 이어 "경고를 하려면 크메르어가 아니라 중국어나 한국어로 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크메르 타임스>는 캄보디아 정부가 온라인 범죄에 대해 강력한 단속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그 성과 역시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다고 전했다. 이 매체가 인용한 공식 통계에 따르면, 캄보디아 당국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총 118곳의 범죄 거점을 급습해 23개국 출신 용의자 4983명을 체포했다. 이 가운데 4039명은 본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한국과의 공조 역시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에만 한국인 244명이 캄보디아 당국에 의해 송환됐으며, 지난 1월 23일에도 한국인 73명을 포함한 외국인 209명이 추가로 검거돼 법적 절차에 넘겨졌다고 <크메르 타임스>는 전했다.
킨 피아(Kin Phea) 캄보디아 왕립아카데미 국제관계연구소장은 이 매체에 "캄보디아는 이미 지역 파트너들과 협력해 범죄와 싸우고 있다"며 "과거 일부 국가가 단속을 명분으로 전투기까지 동원해 영토를 침범했던 아픈 경험이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의 크메르어 경고는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측 "초국가적 범죄 네트워크 경고 위한 목적"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며 진화에 나섰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크메르 타임스>에 "해당 게시물은 캄보디아 국가나 국민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초국가적 범죄 네트워크를 경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며 "다만 문구가 현지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즉각 삭제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현지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SNS 논란이 양국 간 실질적인 수사 공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프놈펜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한 외국인 언론인은 "이번 사안이 자칫 양국 국민 간 감정의 골을 키우는 계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스캠 범죄를 근절하려는 한국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의지와, 해외에 거주하는 자국민 보호에 힘쓰는 지도자의 모습에 대해 현지 국민들 사이에서도 솔직히 부러움의 시선이 있다"면서 "한국 수사당국의 정밀한 수사와 검거 소식을 접하며 응원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서로의 정서를 이해하는 가운데 양국 간 안보 및 수사 협력이 오히려 더욱 강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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