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범석 루닛 대표 "유상증자, 펀더멘털 회복 위한 선택"
CB 풋옵션 리스크 불확실성 선제 해소
올해 EBITDA 흑자 전환 목표 제시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전환사채(CB) 풋옵션 상환 리스크가 향후 3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유상증자로 재무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회사는 의료 AI 시장 성장세를 바탕으로 비용 효율화와 매출 확대를 병행해 올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 전환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서범석 루닛 최고경영자(CEO)는 2일 서울 강남구 루닛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환우선주(CPS)를 통한 소규모 자금 조달과 동시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 방안을 투트랙으로 고민해 왔다"며 "CB 풋옵션 행사 시기가 다가올수록 리스크가 커진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기업이 발행한 전환사채에서 발생하는 '풋옵션(Put Option·조기상환청구권) 리스크'는 빌린 돈을 예상보다 일찍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재무적 위기를 말한다.

서 CEO는 "풋옵션 상환 리스크는 오는 5월 처음 발생하지만, 이후에도 3년간 이어질 수 있는 문제"라며 "회사가 성장하더라도 풋옵션 대응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없다는 점이 부담이었다.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이를 해소해야 주가도 펀더멘털을 반영해 움직일 수 있다고 봤다"이라고 말했다.
루닛은 지난달 30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보통주 790만6816주를 주당 3만1650원에 발행하며, 기존 주주에게 1주당 0.27주를 배정한 뒤 실권주에 대해서는 일반공모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유상증자와 함께 1대 1 무상증자도 병행한다.
이번 유상증자는 2024년 뉴질랜드 유방암 AI 플랫폼 기업 볼파라(현 루닛인터내셔널) 인수 과정에서 발행한 1715억원 규모 CB에 대한 풋옵션 행사 가능 시점이 다가온 데 따른 대응 차원이다.
박현성 루닛 최고재무책임자(CFO·상무)는 ""풋옵션을 통해 상환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규모는 약 1970억원 수준"이라며 "사채권자 32곳을 만나본 결과 풋옵션 행사 의지가 크다고 보이진 않았지만, 재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풋옵션 행사 리스크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CFO는 "현재 주가 수준을 고려하면 조달 금액이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는 있다"면서도 "설령 풋옵션 리스크를 100% 해소하지 못하더라도 상당 부분을 줄이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경영진 참여 여부와 관련해서는 "2023년 주주배정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 발생한 대규모 대출이 아직 상환되지 않아 추가 차입을 통한 참여는 어렵다"고 밝혔다.
유상증자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우려에 대해 회사 측은 "단기적인 주가 변동은 불가피하지만,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루닛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CB 풋옵션 리스크뿐 아니라 법인세차감전손실(법차손)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우려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는 재무적 불확실성 제거를 계기로 올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 전환을 목표로 제시했다. 서 CEO는 "EBITDA 흑자 달성 시점을 기존 2027년에서 올해로 1년 앞당겼다"며 "AI 기업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 빠르게 바뀌고 있고, 올해 1분기부터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문별로는 암 진단(Cancer Screening) 사업 부문의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3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볼파라와의 통합 유방암 검진 및 전주기 AI 솔루션 신규 계약 건수는 지난해 말 기준 380건을 돌파했다. 암 치료(Oncology) 사업 부문은 지난해 약 100억원의 매출에서 올해 2~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 기술 투자와 관련해서는 국가 연구개발(R&D) 과제 중심 전략을 강조했다. 서 CEO는 "자체적으로 추진할 경우 수백억원이 소요될 프로젝트들을 국가 과제를 통해 수행하고 있다"며 "미래에 대한 혁신 투자는 지속하되 비용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루닛은 지난해부터 전체 인력의 약 15%를 감축하는 구조조정과 비용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운영비를 전년 대비 20% 절감할 계획이다. 서 CEO는 "매출 성장과 비용 절감 목표를 반드시 지켜 연말 무렵에는 EBITDA 기준 흑자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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