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하루 만에 범죄 가담 외국인 2천명 검거 '역대 최대'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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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24년 한국 모 방송사가 한국인이 구금된 곳으로 지목한 온라인 범죄 온상인 '망고 단지' 전경. 당시 현지 경찰은 이 곳은 범죄단지가 아닌 외국인 IT 업체들이 모여서 일하는 산업주거복합시설이라고 강력 부인한 바 있다. 현재는 지난해 외국인들의 집단 탈출 후 폐쇄된 상태다. |
| ⓒ 박정연 |
캄보디아 내 단일 사업장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현지 언론이 검거 당시 외국인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10여 장 이상 공개한 것도 드문 사례로 꼽힌다.
이번 사건은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온라인 사기 조직 비호' 논란과 맞물려, 훈 마넷 정부가 본격적인 수사력을 투입하며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이를 통해 온라인 범죄를 감시·압박해온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동시에 국제적 신인도를 높이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예 병력 700명 투입… 22개 건물 단지 전면 장악
캄보디아 국가경찰청은 지난 31일 오전(현지 시간), 스바이리엥주 검찰과 합동으로 바벳 시 타벱 마을에 위치한 '반 쯔응(Van Chheung) 카지노(A7) 단지'를 전격 급습했다. 단지는 총 22개 건물로 구성돼 있으며, 그간 온라인 사기와 인신매매의 주요 거점으로 지목돼 왔다.
사 텟(Sar Thet) 국가경찰청장은 이번 작전을 위해 약 700명의 정예 병력을 투입해 단지 전체를 봉쇄한 뒤, 건물별로 동시 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조직원들을 제압하고 대규모 인원을 일괄 검거했다.
이번 단속으로 검거된 인원은 총 2,223명이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1,792명으로 전체의 약 80.6%를 차지했다. 이어 미얀마 179명, 베트남 177명, 인도 36명, 네팔 30명, 대만 5명, 라오스 2명, 말레이시아 1명, 멕시코 1명이 검거됐다.
특히 한국인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 외교부가 해당 지역을 여행금지지역으로 지정하고 지속적으로 위험을 경고한 데다, 코리아 전담반과 국가정보원이 공조 수사를 이어온 조치가 한국인의 범죄 조직 가담을 실질적으로 억제한 결과로 풀이된다.
여행금지구역 바벳… '경제특구' 뒤에 숨은 범죄 거점
사건이 발생한 바벳은 수도 프놈펜에서 국도 1번을 따라 동쪽으로 약 160km 떨어진 베트남 접경 도시로, 차량으로 이동하면 약 4시간가량 소요된다. 지리적으로 국경과 바로 맞닿아 있어 과거부터 밀입출국이 빈번한 지역으로 꼽힌다. 우리 정부는 이 지역을 지난해 8월 대학생 박씨 사망 사건이 발생한 캄폿주 보꼬산 지역과 함께 오는 7월 31일까지 여행금지지역(흑색경보)으로 연장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바벳은 형식상 경제특구(SEZ)로 분류돼 공장과 산업시설이 밀집했지만, 실제로는 상당수 시설이 중국계 범죄 조직의 온라인 사기 거점으로 활용돼 왔다. 건물 소유주는 대부분 '옥냐(Oknha)'로 불리는 귀족 작위를 가진 현지 재벌이나 지방 권력자로, 외국인 범죄 조직에 건물과 부지를 고액 임대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한편, 각종 편의와 보호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조직은 경제특구 내 건물을 사실상 요새화해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며, 장기간 조직적인 불법 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바벳 내 한 카지노에서 수년간 근무한 현지인 나릇(가명)씨는, 영업을 거의 중단한 카지노 내부에도 불법 온라인 도박과 온라인 사기 범죄를 하는 외국인들이 상당수 남아 있다고 귀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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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벳 단지에서 체포된 외국인 범죄자들 |
| ⓒ 캄보디아국가경찰청 |
오창수 시하누크빌 한인회장은 "최근 시하누크빌 등 주요 거점에 대한 단속이 워낙 강력해 도시 전체가 한산해졌다"며 "지난해 파견된 코리아 전담반뿐만 아니라 중국 본토에서 온 공안도 현지 경찰과 공조수사로 중국인 범죄자들을 다수 검거해, 요즘 분위기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훈 마넷 정부가 수년간 캄보디아 전역에서 확산된 온라인 스캠 범죄와 권력층 연계 범죄 의혹에 대해,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한 감시와 압박을 의식해 국가 신인도 회복을 위해 온라인 사기와의 전면전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경지대 '풍선 효과' 여전… 범죄 연대 움직임도 포착
하지만 수사와 검거에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바벳 지역은 공식 검문소 외에도 논밭과 수로를 통한 밀입출국이 비교적 용이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일부 범죄 조직은 단속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거나, 단속 시기를 피해 베트남·라오스 국경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단지와 카지노 시설은 베트남 국경과 불과 100여 미터 떨어져 있어, 사실상 국경을 넘어 밀입국이 가능한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에 다녀온 한국 수사관도 "막상 다녀 와보니 베트남 국경과 너무 가깝고 감시도 허술해 쉽게 도주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일부 한국계 조직이 캄보디아 내 단속망을 피해, 베트남 내 다른 온라인 사기 조직과 연대해 범죄 수법과 인력을 공유하고 있다는 제보도 접수됐다. 단속이 강화될수록 국적을 초월한 범죄 연합이 형성되는, 이른바 '풍선 효과'가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 2024년 6월 발간한 '인신매매(Trafficking in Persons)' 보고서에서는 캄보디아 내 온라인 사기와 인신매매 구조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보고서는 일부 공직자와 경제 엘리트가 온라인 사기·인신매매 범죄와 연결돼 있다는 의혹과 지적을 언급하며, 온라인 사기 활동이 강제로 인력을 동원한 노동 착취와 결합돼 있다는 분석도 담았다. 또한 정부의 근절 노력이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평가도 포함됐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번 검거 인원에 대해 국적별 정밀 조사를 진행한 뒤, 법적 절차에 따라 강제 추방 또는 사법 처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바벳 단속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지, 구조적 범죄 청산의 출발점이 될지는 향후 후속 조치에 달려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친중국 성향 국가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훈 마넷 정부의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동시에, 국제 온라인 범죄와 관련해 압박을 가해온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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