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만난 '비건 베이징덕'의 바삭한 식감... 신기하네

이현우 2026. 2. 1.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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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도시 리뷰 3편] 디저트부터 딤섬까지... '육식 도시' 홍콩에서 발견한 채식

홍콩 도시 리뷰는 도시공학 전공자이자 채식 지향인으로서 도시를 리뷰합니다. 이는 프로참견러의 리뷰 연재의 일부입니다. 건축물, 교통수단과 공공공간, 동물과 먹거리, 마카오 번외 편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연재합니다. 지난 2025년 11월 중순 5일 동안 108,167보(하루 2만 1천 보) 구석구석 걷고 관찰하면서 느낀 바를 기록했습니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홍콩 리뷰를 시작합니다. <기자말>

[이현우 기자]

채식 지향인으로 살아온 지 8년 차다. 채식을 지향하는 데는 환경, 동물, 건강, 종교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필자는 동물과 함께 살고 동물권을 고민하다가 채식을 시작했다. 엄격한 비건을 지향하고 싶으나 직장 생활을 할 때나 여행할 때는 덩어리 고기만 먹지 않는 '비덩주의자(덩어리로 된 동물성 음식은 먹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말)'가 된다. 카멜레온처럼 상황에 따라 채식의 종류를 달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유연하게 조절한다고 하더라도 사골 국물과 같은 육수 향이 진하게 나는 음식은 먹지 못한다.

"홍콩은 좀 걱정되는데.."

아내와 홍콩을 여행지 후보로 논하던 중이었다. 10년 전에 홍콩으로 이미 여행을 다녀왔던 아내가 우려를 표했다. 아내에게 홍콩은 '육식 도시'로 기억되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기억에 남는 요리 대부분이 동물성 재료 기반"이라고 했다. 사전 조사를 시작했다. '홍콩 채식', '홍콩 비건'을 검색해보기도 하고 채식식당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홍콩 내 채식 식당을 확인하기도 했다.
 메뉴판에 보면 채식 음식은 표기되어 있다
ⓒ 이현우
생각보다 많은 음식점이 검색되었다. 전문 채식 음식점은 아닐지라도 일반 음식점에서 채식 옵션을 제공하는 음식점이 많았다. 인도네시아 발리, 길리 여행만큼 채식이 편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불가능하진 않겠다고 생각했다.

채식 지향인의 눈으로 바라본 홍콩

필자는 두 가지 렌즈로 홍콩을 바라봤다. 첫째, 채식 지향인의 눈이다. 홍콩이라는 도시는 채식 지향인에게 친절한가? 제공하는 채식 음식의 종류는 다양한가? 홍콩은 미식의 도시다. 먹거리가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길거리까지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홍콩에 여행하러 가는 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니까.

과연 채식 지향인에게도 미식의 도시가 될 수 있을까? 홍콩에 도착하자마자 옥토퍼스 카드(홍콩 전역 대중 교통 및 편의점과 자판기 등에서 사용하는 선불 충전식 IC카드)를 구입하기 위해 지하철역에 갔다. 국내 지하철역과 비슷한 풍경이다.

편의점과 일본식 삼각김밥 판매점도 있었다. 편의점에서는 채식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없었지만 삼각김밥 판매점에서는 쉽게 채식 음식을 찾을 수 있었다. 상품명 옆에 귀여운 초록색 마크가 보였는데 영어로 쓰인 상품명을 보니 'plant-based', 채식 상품이다. 첫인상이 좋다. 홍콩 물가 때문에 가격은 좀 비싼 편이었지만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채식 메뉴가 있어서 반가웠다.

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을 하나 꼽아보라면 '딤섬'이다. 길 가다가 둘러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딤섬집이다. 국내에서 분식집을 쉽게 찾을 수 있듯 말이다. 딤섬은 '점심(點心)'의 광둥식 발음이다. 광둥에서는 간단하게 먹는 음식을 뜻하는데, 만두피 안에 고기나 야채를 속으로 넣어 만든 음식이다. 다행히 많은 딤섬 전문점에 채식 딤섬이 있었다. 광둥어에 익숙하지 않지만, 채식 메뉴 옆에는 그림이 표기되어 있다.

'오늘은 어느 딤섬을 맛보게 될까?'
 홍콩에서 맛본 최고의 딤섬 음식점
ⓒ 이현우
느긋하게 홍콩 거리를 걸으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느 음식점을 가더라도 맛있었던 '채식 딤섬' 덕분이었다. 채식 딤섬에는 음식점별로 재료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버섯이 들어가고 당근, 파와 같은 채소가 들어간다.

공통적인 특징은 딤섬피에 전분이 들어가서 그런지 쫄깃하다. 가장 맛있다고 생각했던 딤섬 전문점은 특히 쫄깃했고 속에 들어있는 고수 향이 다른 채소와 잘 어우러졌다. 사장님 말로는 다른 딤섬 집이 냉동 딤섬을 판매하는 반면 해당 딤섬집은 매일 딤섬을 직접 찐다고 하셨다.

홍두고와 비건 베이징덕
 백당고와 홍두고
ⓒ 이현우
한국에서 맛보기 힘든 이색적인 채식 음식도 있었다. 길거리 음식이자 서민 음식으로 알려진 백당고우다. 별다른 계획 없이 삼수이포 지역에서 몽콕 방향으로 걸으며 도심지를 둘러보던 중이었다. 이 지역은 서울 을지로, 종로처럼 건축 등 전문 자재상이 자리 잡고 있는 거리다.

그런데 갑자기 한 가게 앞에 홍콩인들이 줄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도대체 무얼 팔길래 줄이 서 있는지 살펴보니, 팥과 같은 곡물로 만든 떡같은 음식이었다. 자연스레 줄을 섰고 옆에 있는 홍콩인에게 영어로 이게 무엇인지 물었다. 홍콩인은 영어를 할 수 없다는 대답과 함께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잠시 후 홍콩인은 나를 붙잡더니 "탑원, 탑투, 탑쓰리!"라고 말하며 쇼케이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완벽한 의사소통이었다. 그는 탑원을 몽땅 받아서 어딘가로 갔고 나는 고맙다고 말했다. 우리는 '탑원'과 '탑쓰리'를 하나씩 먹어보기로 했다. 탑원은 홍두고, 탑쓰리는 백당고다. 홍두고는 팥양갱 같은 음식이었지만 팥의 식감이 살아있고 국내 팥양갱보다는 덜 달다. 백당고는 식감 자체는 우리나라 술빵과 매우 유사한데 조금 더 촉촉하고 말캉한 식감이다.

계획하지 않은 일정 가운데 이 지역의 핫플레이스를 찾은 것만 같아 기뻤다. 그런데 이곳이 채식 디저트집이라니. 마치 비밀의 장소를 찾은 것만 같았다. 채식 지향인이 아니더라도 여행 도중 간식으로 즐기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음식이었다.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채식 음식이 있었다. 채식 전문점에서 맛본 비건 베이징덕은 가격은 비쌌지만 정말 신기했다. 월남쌈과 비슷한 음식이었는데 노루궁둥이버섯으로 쫄깃한 식감을 살렸고 껍질은 식물성 재료로 바삭한 식감을 살렸다.
 채식 전문음식점에서 먹은 비건 베이징덕
ⓒ 이현우
완차이 거리의 블루하우스 앞에는 채식 옵션 음식이 있는 태국 음식점과 베트남 반미 음식점이 있다. 둘 다 미쉐린 맛집으로 등록된 가게다. 여행 일정 끝자락에는 겨우 찾아낸 비건 에그 타르트도 맛보았다. 명확하게 말하자면 에그 타르트의 외관만 흉내 낸 타르트다. 달걀 대체 재료를 넣은 건 아니고 비건 아이스크림을 넣은 디저트였다.

인근 도시인 마카오에도 유명한 중식집이 있는데 이곳에 가면 채식 만두와 가지 튀김을 맛볼 수 있다. 마카오 여행을 한다면 반드시 가지 튀김을 꼭 맛보라는 후기가 많았다. 맛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원한 맥주 혹은 콜라와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었다.

신선함인가, 잔혹함인가

두 번째 시선은 동물의 눈으로 바라본 홍콩이다. 홍콩에서 동물을 식재료로 다루는 것에 관해서는 몇 가지 놀라웠던 점이 있다. 책 <홍콩 산책>에서 홍콩인들이 장수하는 이유를 신선한 식재료 때문일 것이라고 유추하는 대목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홍콩에서 생선과 육류는 오래 보관하지 않고 그날 그날 판매한다고 한다. 심지어 늦은 시간에 가면 다른 부위 식재료를 덤으로 준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다.

홍콩 완차이 거리에 가면 각종 식재료를 구할 수 있다. 채소, 과일 판매점 뿐만 아니라 정육점과 생선 가게도 중간중간 보인다. 신선함을 보여주는 방식은 전 세계 어딜 가든 유사하다.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알록달록한 채소와 과일이 먹음직스럽다. 침이 고인다. 마찬가지로 정육점에서도 육류의 각 부위를 매달아 전시한다. 빨간빛은 이것을 더욱 선명하게 비춘다. 내게는 동물의 살점과 식재료 그 어딘가로 인식된다.

생선 가게에서는 살아있는 물살이를 토막 내어 가판대 위에 올려놓는다. 토막 난 채로 물살이가 꿈틀거린다. 신선함일까, 잔혹함일까. 또한 거위나 닭의 머리 부분을 제거하지 않고 쇼케이스에 진열하는 것도 식재료 신선함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음식에 머리 부분이 있어야 한 마리 전부를 다 줬다는 의미라고 한다.

우연히 돌아보던 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식당도 목격하게 되었다. 가게에는 곳곳에 뱀이 그려져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뱀과 관련된 취미가 있는 분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뱀탕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음식점에 버젓이 뱀 사진이 걸려 있고, 뱀탕이 판매되고 있다. 홍콩에서는 뱀 요리를 먹는 게 전혀 특별한 게 아니며 겨울철 대중적으로 많이 찾는 보양식이라고 한다.

'다리가 네 개인 건 의자 빼고 다 먹는다.'

홍콩이 속한 광둥 지역 음식 문화를 표현할 때 줄곧 사용되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가리지 않고 식재료로 사용한다는 의미일 텐데 다리가 없는 뱀까지 먹을 줄이야. 이런 것이 바로 '문화 충격' 아닐까. 국내에서는 뱀을 먹어본 사람도 드물고 식재료로 사용하는 건 불법이기 때문에 나로서는 굉장한 충격이었다.

미식의 도시 '홍콩'
 홍두고, 백당고를 파는 홍콩 음식점 앞
ⓒ 이현우
여행할 때면 늘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한다. 보고, 듣고, 만지고, 걷고, 먹는 것까지도. 그래서 음식도 새로운 음식을 맛보려고 시도한다. 채식을 지향하기 때문에 거위, 비둘기, 뱀 음식은 먹을 수 없었다. 여전히 육식을 기본값으로 하는 홍콩의 모습은 아쉽기도 했다. 물론 이것은 홍콩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테다.

필자는 여전히 식생활도 윤리적인 영역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믿는다. 다만 동시에 음식은 문화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서로를 존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사실을 홍콩에 와서 다시 상기할 수 있었다.

홍콩은 채식 지향인의 입맛도 사로잡은 미식의 도시다. 다행히 다양한 채식 음식이 있었고, 입맛에 맞았다. 채식 딤섬과 마카오에서 맛본 가지튀김은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생각난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홍두고와 백당고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혹시 채식 때문에 홍콩 여행을 망설인 이가 있다면 한시름 놓아도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brunch.co.kr/@rulerstic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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