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고 싶어도 못 판다"…李 엄포에도 꿈쩍 않는 다주택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1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집값 안정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라며 “다주택자는 5월 9일까지 양도세 중과 면제하는 마지막 기회를 활용해 감세 혜택 누리며 이번 기회에 (집을) 파시라”라고 글을 올렸다. 이날만 비슷한 내용을 세 차례 올렸다. 최근 열흘 간 이틀에 한번 꼴로 부동산 관련 언급을 이어가고 있다.
발언 수위도 심상치 않다. “정부는 의지와 수단을 모두 갖고 있으니 정부 정책에 맞서 손해 보지 말고 다주택 해소하길 바란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 등의 강경한 어조다. 사실상 다주택자와 전면전을 선포한 것 아니냐는 시장 반응이 나온다.
“세금으로 집값 안 잡겠다더니…결국 문재인 시즌2”
지난해 5월 대선 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이 대통령은 1년도 채 안 돼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보유세 강화를 시사하면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비거주 1주택도 장기 보유했다고 세금 감면은 이상해 보인다”고 밝혀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를 시사했다. 다주택자를 겨냥해선 “버티는 게 이익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해 보유세 강화를 예고했다.

결과적으로 취임 후 대출 규제, 토지거래허가제 등 각종 수요 억제책에 이어 세제 카드까지 나오면서 ‘문재인정부 시즌2’가 시작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1일 “세금으로 집값 안 잡겠다더니 취임 1년도 안 돼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했던 부동산 대책과 유사하게 가고 있다”며 “문제는 시장은 이미 ‘학습 효과’가 있어서 대책이 잘 먹히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현장에선 이 대통령의 엄포에도 다주택자 매물이 예상만큼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토허제 탓에 집을 팔고 싶어도 세입자부터 내보내야 한다”며 “세입자도 대출 규제로 오갈 데가 없고, 결국 이사 비용과 전세 만기 전 나가는 데 대한 위로비 명목으로 3000만원을 집주인이 부담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토허제로 묶고 집을 팔라는 건 현실을 모르고 펴는 정책”이라며 “문 정부 때보다 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다가구 주택을 갖고 있는 60대 이모씨는 “한 채에 몇 억원하는 빌라를 팔아도 손에 쥐는 게 없다”며 “다주택자도 다주택자 나름이지 모두 투기꾼 취급하면 되느냐”고 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집값 오르는 게 세금 부담보다 나을 수 있어 아직은 눈치 보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양도세가 중과되는 조정대상지역이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으로 넓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며 외곽 지역은 다주택자 매물이 꽤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실수요자가 원하는 주요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집값 안정보다는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양도세 중과(20~30%p) 과도…기본세율(6~45%)만 매겨야
정부가 수도권에 6만 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내놓은 1·29 대책도 당장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알짜 입지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과천 경마장 등을 두고 서울시 등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반발하는 데다, 착공 시기도 빨라야 2~4년 뒤라서다.
공급 대책이 나온 후인 지난 주말에도 노원구 상계동의 중개업소에는 집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노원구는 20평대 아파트값이 5억~6억원대로 비교적 저렴해 10·15 대책 이후 매수세가 가장 많이 몰리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중개업소 사장은 “당장 공급 부족에 집값 상승을 예상한 신혼부부, 젊은층이 계속 집을 사러 온다”며 “1년 새 집값도 24평이 6억원대로 1억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들어 서울·경기 아파트 매매가격은 경기 용인시 수지구(2.14%), 서울 동작구(1.69%), 경기 광명시(1.52%), 서울 관악구(1.48%) 등 중저가 지역에서 오름폭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한국부동산원).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해 강남·한강벨트에 이어 올해는 중저가 지역까지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지금 최우선 과제는 지나친 수요 억제와 다주택자 때려잡기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공급을 최대한 늘릴지를 강구해야 한다”며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고, 양도세도 중과(2주택 20%p·3주택 이상 30%p 가산) 자체가 과도한 만큼 기본세율(6~45%)만 매겨야 어느 때든 시장에 매물이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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