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에 최대치 무력 압박, 트럼프가 원하는 건
[정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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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 ⓒ AP=연합뉴스 |
무력 증강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인 말로 이란을 자극하며 거의 '항복'을 종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압박은 12월 말에 시작됐다. 12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에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핵시설을 타격한 지 6개월 만에 이란이 다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부숴버릴 것"이라면서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뒤 트럼프 대통령은 12월 28일부터 시작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 확산 상황과 관련해 사회관계망에 연일 메시지를 올리며 이란을 압박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시위가 확산하던 1월 2일과 6일에는 이란 정부를 비난하며 시위자들에게 "미국이 구하러 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망자 급증에 대한 보도가 나오던 13일에는 "시위를 계속하고 (정부)기관을 장악하라"며 "도움이 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 뒤 이란 시위는 점자 잦아들었고 20일 마이 사토 유엔 이란특별보고관은 미국 ABC와의 인터뷰에서 사망자가 최소 5000명 정도고 2만 명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후인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항공모함이 이란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의 맥락을 고려할 때 이는 시위자들을 학살한 이란 정부에 대한 무력 압박으로 이해됐다.
그런데 1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의 톤이 바뀌었다. 그는 사회관계망을 통해 이란에 "공정하고 정당한 거래"를 위해 협상장에 나오라고 요구하면서 "핵무기 금지(NO NUCLEAER WEAPONS)"라고 적었다. 그는 미국이 다시 이란을 공격하게 되면 "훨씬 나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베네수엘라 경우처럼 (미국 함대는) 준비가 되어 있고 할 수 있다"며 "필요하다면 속도와 힘으로 임무를 신속이 마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시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와 관련해 가디안과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와 관련 없는 문제로 갑자기 초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압박에 대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군은 해상과 육상 공격에 대해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답해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다. 그는 국영방송을 통해 이란은 공격하겠다는 위협 하에서는 협상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사회관계망을 통해 "이란은 항상 상호 이익이 되는 공정하고 정당한 핵협상을 환영한다"면서 "강제성, 협박, 위협이 없는 동등한 위치"를 강조했다. 다른 한편 카젬 가리바바디 외무부 차관은 "메시지 교환" 외에 최근 미국과 진행 중인 협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를 이유로 들며 이란 정부를 압박하다 시위가 잦아들자 핵개발 문제를 거론하고 대규모 무력 시위를 하며 이란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미국의 무력 시위가 있기 전 미국과 이란 간에는 정식으로 핵개발 관련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대규모 무력 시위를 하며 이란을 압박하자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의 압박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다른 한편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을 떠올리며 또 다른 무력 사용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CNN은 1월 30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결정을 하지 않았지만 몇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이 시위대 학살에 책임이 있는 이란 지도자들과 보안 관료들 저격, 이란 핵개발 시설과 정부 기관 타격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한 미국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우라늄 농축의 영구 중단, 탄도미사일 사정거리 제한, 중동 지역 친이란 세력에 대한 지원 중단 등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표면적으로는 핵개발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면에서는 여러 요구를 하며 강한 압박을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원하는 것은 이란의 정권교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베네수엘라 사례를 언급하며 이란을 압박한 것 또한 정권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1월 17일 폴리티코에 "이란에 새로운 지도부를 찾을 때다"라며 노골적으로 정권교체를 언급하기도 했다.
여러 해석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최고 수위로 압박하는 이유는 작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과 이번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지금이 이란 정부를 압박하고 원하는 것을 최대한 얻어내기에 가장 좋은 상황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CNN은 미 정보당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이 역사적으로 가장 취약해진 상태라는 점을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또한 28일 의회에서 이란 정권이 "어느 때보다 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란 향한 트럼프의 압박, 과연 원하는 것을 얻어낼까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란 정부에 최대 위기임을 파악하고 이란을 압박했고 시위가 잦아들자 이제는 핵개발 문제로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압박 수준을 최고로 끌어올리고 있다. 표면적인 목표는 이란의 핵개발을 중단시키는 것이지만 사실상 이란 정부를 전반적으로 약화시켜 중동지역에서 다시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먼저 정권교체와 관련해서는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도 결국 원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이란에 현재의 강경 지도부를 대체할 민주 세력이 없고 현 지도부가 물러나면 결국 또 다른 강경 지도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미국으로서는 새 지도부와 다시 협상 틀을 짜야 하는 번거로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 이란의 민주주의나 국민 삶에는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던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정부를 압박한 것은 이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상황을 이란 정부를 압박하는 좋은 기회로 삼았기 때문이다. 시위가 잦아든 후 급증한 사망자 집계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이란 압박을 위해 곧 핵개발 문제를 꺼낸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주변에 해군과 공군 병력을 집중시키며 이란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말 이란을 공격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거의 없어서 실제 공격을 할 가능성 또한 높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미국의 공격을 받으면 중동 국가에 있는 미군 기지나 적대적 국가를 공격하는 대응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사례를 계속 언급하며 이란을 압박하고 있지만 이란은 베네수엘라처럼 허약하지 않다. 또 다른 이유는 중동 국가들이 미국의 무력 사용으로 중동 지역이 다시 무력 분쟁과 불안에 빠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중동 국가들은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알자지라는 미군 기지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자국의 공군기지가 어떤 공격을 위해서도 이용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뜻을 미국에 전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집트 외무부가 자국의 고위 외교관을 통해 각각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위트코프 트럼프 대통령 특사를 접촉해 지역이 새로운 불안정한 상황 속에 빠지지 않게 해줄 것을 언급했다고도 전했다.
이란의 적대국들조차 미국의 이란 공격을 원하지 않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는 건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미국이 이란에 대해 한 차례의 상징적인 공격이나 중요 거점 타격을 할 수는 있으나 이 또한 이란의 무력 대응과 중동 국가들의 반발을 고려한다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란이 취약해진 틈을 타 핵개발 문제 외의 미사일 사정거리 제한과 중동지역 내 무장세력을 포함한 친이란 세력에 대한 지원 중단 등을 끌어내는 것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 압박의 이유로 들고 있는 것이 핵개발 문제고 그런 이유로 이란이 다른 문제에 대한 협상에는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CNN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미국에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대화할 것이라는 답을 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알자지라는 1월 31일 이란의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의장이 사회관계망을 통해 "작위적인 언론 전쟁 상황과 달리 협상 틀 형성에 진전이 있다"고 언급했음을 보도했다. 더 이상의 상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도됐지만 이는 무력 긴장이 조금은 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도 31일 폭스 뉴스에 "(이란이) 우리와 대화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볼 것"이라면서 "(이란은) 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 공격을 피하기 위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까지 동원하며 연일 이란을 압박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압박 전략으로 보인다. 특히 베네수엘라 공격을 '성공'으로 자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례를 최대한 이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최고의 압박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대규모 무력 시위까지 하면서 칼을 뽑아 들었지만 결국 무만 써는 결말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 압박 전략을 통해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고 표면적으로 제시한 목표에서는 조금 후퇴하더라도 결국 원하는 것을 얻어내곤 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나쁜 선택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매번 압박 전략을 쓰고 세계를 불안과 혼란에 밀어 넣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향해 있음을 생각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큰 것을 잃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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