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30마리 밥 챙겨달라더군요" 심리적 사투 벌이는 교도관들
[류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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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성직업훈련교도소 내부가 지난 29일 '교도관 체험' 명목으로 취재진에게 공개됐다. 교도소 쪽은 교도관들이 실제 착용하는 재킷 상하의를 사전 지급했다. |
| ⓒ 류승연 |
딱 거기까지다. 법정으로 향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끝나는 지점 말이다. 형량이 적다며 탄복하거나 감사를 표하는 이들은 있을지언정, 재판부의 선고로 결국 실형을 살게 된 피고인이 경위 안내에 따라 법정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이후의 삶은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그건 우리의 시선이 주로 '처벌'에 머물러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두의 망각 속에서도 그들은 매일을 살아간다. 피고인에서 수용자로 모습만 바뀌었을 뿐, 매일 밥을 먹고 운동도 한다. 그중 일부는 직업 훈련을 받으며 사회 복귀도 준비하고 있다. 사형수가 아닌 이상 그들도 언젠가 사회의 일원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도소는 '교정(Correction)' 시설로 분류된다. 수용자들의 자유를 통제해 철저하게 형을 집행하면서 동시에 수용자들의 교화를 끌어내야 할 양가적 책임이 교정시설에 주어져 있는 셈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교정 시설을 눈여겨보지 않았던 데는 국가보안시설이라는 물리적 제약도 한몫했다. 그런데 지난 1월 29일 교도관과 수용자들이 지금껏 꾸려왔던 음지의 작은 사회를 엿볼 기회가 있었다. 법무부가 다수의 취재진에게 경기도 화성직업훈련교도소 내부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교도관 체험 명목이었기에 법적으로 무리 없는 선에서 교도관이 오갈 수 있는 교정 시설 내 모든 영역을 오갈 수 있었다. 교도관이 현장에서 실제 착용하는 재킷 상하의까지 사전 지급됐다.
그렇게 마주한 교정시설에는 '피고인 수용'이라는 마침표 너머의 또 다른 세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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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진이 지난 29일 화성직업훈련교도소 내부를 참관하고 있는 모습. |
| ⓒ 화성직업훈련교도소 |
29일 오전 8시, 네이버 지도상으로도 나오지 않는 화성직업훈련교도소 건물을 처음 마주했을 때 기자 눈에 들어온 건 색감이었다. 낮은 건물 구조와 색감만 놓고 본다면 영락없는 시골 초등학교 모습이었다. 복도를 걷다가 한편에서 만난 '웃음충전소' 코너, 벽면에 붙은 해학적인 사진들은 이곳이 어느 교육 현장이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불러일으켰다.
그것도 잠시, 교도관 뒤로 한 줄로 복도를 이동하고 있던 하늘색 수형복 행렬과 마주치자마자 서늘한 현실 감각이 되살아났다. 알고 보니 핑크색 청사는 애초에 수용자들의 방을 뜻하는 '거실'이 대거 위치한 노란빛 보안청사를 감시할 목적으로 성곽처럼 지어졌다고 했다. 또 청사 양 옆에 달린 각각의 연두색 철문은 한쪽이 닫혀야만 다른 쪽 문을 열 수 있게 만들어졌다. 수용자들의 도주를 막기 위해서다.
"수형자들이 보기엔 선량해 보여도 위험 요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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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수용자들의 식단과 운동. |
| ⓒ 경기도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제공 |
다만 화성직업훈련교도소는 이름처럼 직업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전문가로부터 3D 프린팅, 제과·제빵, 목공이나 산업기사 등 26개 분야 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 전국 교도소 수용자들이 수강을 신청하면 선발 과정을 거쳐 일부 수용자들이 이 교도소로 재배치되는 식이다. 현재는 총 659명이 수강 중이다.
각 과정을 배우는 데는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이 걸린다. 이 기간 일과 시간에 필기, 실기 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만약 필기 시험에서 탈락하면 원래 있던 교도소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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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9일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서 수용자들이 직업 훈련을 받는 모습. |
| ⓒ 화성직업훈련교도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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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서 지난 29일 수용자들이 직업훈련으로 웹툰 강의를 듣고 있다. |
| ⓒ 화성직업훈련교도소 |
한 교도관이 실습실을 떠나면서 수용자에게 "잘 먹었다"고 인사하는 모습에 기자도 "맛있었다"라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한 수용자는 "감사하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웹툰 실습실에서는 청록색 수형복을 입은 여성 수용자들이 고가의 액정 태블릿에 네이버 웹툰에 현재 연재 중인 작품의 밑채색을 맡아 실습하고 있었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가 주로 남성 직업 훈련을 담당하고 있는 탓에, 웹툰은 여성 수용자들이 유일하게 수강할 수 있는 과목이다.
애초에 미술 실력이 있어야 수강할 수 있는 수업이다. 펜과 종이를 주고 1시간 동안 혼자 그려낸 그림으로 평가를 거쳐 선발되기 때문이다. 이날 담당 강사가 기자들에게 농담을 건네자 한 수용자가 눈을 흘기는 모습은 마치 학교 수업 시간 속 학생과 선생님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교화는 이뤄질 수 있을까. 각 과목 교수들은 취재진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랑스러운듯 높은 80~90%대 필기·실기 시험 합격률을 공개했다. 출소 후 관련 직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웹툰 수업을 들었던 수용자가 출소 후 웹툰 작가로 데뷔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수용자들은 출소 후에도 범죄를 저질러 온 습관과 자신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속에서 갈등하며 다시 '재범'의 기로에 서곤 했다. 각 과목 교수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다. 타일 과목 교수는 "타일 붙이는 기술로 고소득을 창출할 수 있어 수용자들에게 인기가 많다"라면서도 "출소하고 돈을 많이 벌었다고 연락도 오는데 연락이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이다. 특히 안 오면 또다시 나쁜 짓 하고 있지 않을까 걱정한다"라고 말했다.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애로사항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제과·제빵 담당 교수는 "칼 하나가 없어지면 직원들이 찾을 때까지 퇴근을 못한다"라고 했다. 용접 실습에서는 특히 언제든 '무기'가 될 수 있는 망치, 십자 드라이버 등 장비들이 사용되는 만큼 출납 과정이 철저히 기록되고 있었다. 보관함에 각 도구가 다른 물건으로 대체되지 않았는지 실물과 대조하기 위해 도구 밑그림을 그려두기도 했다.
뺨 맞고 오물 뒤집어 써도 보상 막막… "서비스직"이 된 교도관들
교정의 최전선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짊어진 이들은 교도관들이다. 외부와 단절된 수용자들에게 교도관은 유일한 소통 창구이기 때문이다. 입소 후 수용자들은 휴대전화 정지부터 월세 계약 정지, 아파트 관리비 중단, 키우던 반려동물 관리 등 일상 민원들을 교도관을 통해 해결한다. 교도관들이 자신을 "서비스직"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한 교도관은 "수용자에게 '키우던 고양이 30마리 밥을 챙겨달라'는 요구까지 받았다"라고 토로했다.
교도관들은 수용자 교화라는 이상과 통제라는 현실 사이에서 심리적인 사투도 벌인다. 수용자를 믿고 관계를 쌓아야 그들을 갱생시킬 수 있지만, 믿는 순간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한 교도관은 "과거 다른 교도소에서 제과 제빵 수업을 관리하는 교도관으로 일한 적 있다. 엄마 같은 마음으로, '우리 애들'이라는 생각으로 교화하려고 노력했는데 얼마 전 이 교도소에서 다시 만났다"라며 "(직업 훈련 역시) 가석방을 염두에 둔 술수일 수 있다"라고 의심했다.
교도소에서는 수용자들의 자살 시도도 빈번하다. 자살 시도 가능성이 큰 수용자들만 전담하는 CCTV를 설치해 두고 1분 이상 움직임이 없을 때 알람이 울리는 시스템을 만들어 뒀을 정도다. 교도관들은 수용자들의 죽음을 자주 목도한다. 이들의 가족을 찾거나 장례를 치르는 일도 교도관들 몫이다. 한 교도관은 "아무리 날카로운 도구를 빼앗아도, 죽으려는 사람은 못 말린다"라며 "한번은 침대에 기대 있는 것처럼 보였던 수용자가 죽어 있기도 했다. 트라우마가 생겼다"라고 했다.
업무 부담은 '과밀 수용'과 맞물리며 나날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27일 기준으로 전국의 수용 가능 인원은 5만 614명이다. 하지만 실 수용 인원은 6만 5279명이다. 수용비율이 130%를 넘나드는 셈이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역시 1800여 명이 넘는 수용자가 생활하고 있지만 직원은 350여 명뿐이다. 특히 4부제로 돌아가는 야간 근무 교도관의 경우 27명이 전체 수용자를 관리한다.
정성호 "수용자 1인당 예산 3000만 원, 교화 없이 재범 못 막아"
과밀 수용으로 예민해진 담장 안에서, 교도관들은 수용자들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여자 수용동 한 교도관은 "욕은 다반사다. 수용자에게 뺨을 세게 맞은 적도 있다"라며 "그런데도 수용자 중에 정신 질환자가 많아 이렇다 할 보상을 받기도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교도관 역시 "최근에 정신질환자들이 정말 많다. 교도관에게 욕을 하거나 침을 뱉고 혼자 자해를 한다"라며 "인분을 온몸에 바르고 달려든 수용자도 있다"라고 회고했다.
"(치료와 감호가 동시에 이뤄지는) 국립법무병원에 가야 할 수용자들이 많은데 그곳조차 과밀이라 일반 교도소로 수용하고 있다. 문제는 정신질환 수용자 한 명이 일반 수용자 백 명분 이상의 관리 부담을 지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교도관들이 수용자 관리에도 허덕이고 있다 보니 교화는 점점 더 먼 나라 이야기가 되고 있다. 신봉호 총무계장은 "과밀로 인해 자리가 없다. 일을 하지 못하고 내내 방에만 앉아 있는 수용자 수가 6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라며 "공간과 직원 수 부족으로 교정 교화가 버겁다"라고 토로했다. 단순히 '나라가 세금까지 들여 범죄자들을 교화해 줘야 하느냐'라고 지적할 일이 아니다. 교화는 범죄자에 대한 관용이 아닌 우리 사회를 지키기 위한 안전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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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 29일 화성직업훈련교도소를 찾아 교정시설 현장을 진단했다. |
| ⓒ 법무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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