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거수기’ 꼬리표 떼려면...경영진 그림자 벗고 독립성 높여야
국내 대기업과 금융지주 이사회 ‘거수기’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사외이사가 실질적인 감시자 역할을 하지 못하는 원인으로는 형식적 독립성에 그친 선임 구조, 대주주와 경영진의 과도한 영향력이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사외이사 수를 늘리거나 임기를 제한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진단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처럼 이사회 권한을 분리하고, 주주 참여와 공시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 아래서는 사외이사가 임명되는 순간부터 사실상 감시자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고 본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사회 의장과 CEO를 분리하는 규정 강화가 독립적 견제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쥔 최고경영자와 이를 감시해야 할 이사회 수장이 동일 인물인 구조에서는 사외이사의 반대 의견이 실질적 힘을 갖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체계적인 공모, 교육 과정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후보를 선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규식 한국거버넌스포럼 이사는 “표준화된 한국형 이사 교육·자격·평가 체계를 제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선진국은 이사 후보를 모집하고 자격을 인증하는 체계를 갖췄다. 영국의 경우 경영인협회(Institute of Directors)에서 사외이사 교육을 실시한다. 또한 공인이사(chartered director) 제도에 따라 필기시험, 3년의 실무 경험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자격을 부여한다.
실제 활동 성과를 바탕으로 사외이사 자격이 판단돼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간 성과와 독립성 평가 결과를 사외이사 연임·해임에 연동시키는 방식으로 제도를 정교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Comply or Explain(준수 또는 설명)’ 제도를 통해 기업이 이사회의 다양성과 성과를 자율적으로 공시하고 설명 책임을 진다. 이사회 인원의 최소 절반을 독립적인 비상임이사로 두도록 권고하되, 이에 따르지 않으면 연차보고서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해 시장이 감시자 역할을 하도록 했다.
미국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은 감사·보수·지명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한다. 아울러 기관투자자·헤지펀드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집중투표제, 서면 위임 문화 등을 통해 주주 권한을 보장한다. 독일은 이사회와 감독위원회를 분리하는 ‘듀얼보드’ 모델로 이사회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택했다. 황용식 교수는 “기업 스스로 이사회의 다양성과 성과 평가를 공개하는 등 자율 규율을 강화하는 시스템을 국내 시장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5호 (2026.01.28~02.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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