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 처벌해달라는데 "돈 받았잖아" 되물은 판사, 이래도 되나요?
[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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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국제강 기소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 검찰청 앞 기자회견에서 권금희 님이 동국제강 기소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 ⓒ 전병철 |
당시 동국제강은 5년 사이에 5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여, 사회적 분노를 샀다. 고 이동우 님의 아내인 권금희 님을 비롯한 유족 투쟁이 이어졌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위반 등으로 유족이 직접 동국제강의 장세욱 대표를 고발했다.
지난해 11월 28일 항소심 재판부인 대구지법 형사항소1부는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동국제강 피고인 5명 가운데 3명을 감형했다. 공장장의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형을 제외하면 모두 벌금형이다(하청업체 대표, 안전보건담당자, 현장 관리감독자 벌금 500만 원, 동국제강 벌금 1500만 원, 하청업체 벌금 500만 원).
당시 권금희 님의 뱃속에 있던 아이가 태어나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권금희 님과 아들은 어떤 4년을 보냈을까. 최근 재판의 결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두 사람의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죄인을 보호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2024년 11월 6일, 1심 결심 공판이었어요. 법정이 작더라고요. 결심이라 유족한테 발언 기회를 준다고 들었어요. 결심 시작하자마자 말하게 됐어요. 동국제강이 제 남편을 죽였으니, 억울한 제 남편을 생각해서 처벌을 내려달라고요.
"동국제강한테 돈 받으셨잖아요? (금액) 받고 합의했는데, 왜 그런 말씀하시죠?"
1심 판사가 저한테 돈 받고 합의했으면서 왜 처벌을 강하게 해달라 하냐고 하더라고요. 전혀 예상 못한 말이었어요. 저를 혼내는 듯한 말투였어요. 변호사 님이 합의는 형사 소송 관련 내용이 없다고 나서주셔서 넘어가긴 했는데, 어안이 벙벙했어요. '막말'이었다고 생각해요. 판사가 유족한테 할 말은 아니었어요. 판결도 집행유예, 벌금으로 나와서 너무 낮았어요.
2심 판결은 혼란스러웠어요. 판결문을 보면, 1심에서 무죄로 나왔던 것도 다 '유죄'로 나왔어요. 동국제강의 잘못이라고, 동국제강이 해당 부분에서 유죄라고 나와요. 그런데 형량은 1심보다 가벼워졌어요. 이해할 수 없어요.
다음 날, 판결문을 받아서 읽어봤어요.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읽고 다시 읽었어요. 말장난이더라고요. 법조인이 아닌 사람이 봐도 말장난이었어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1심보다 더 많은 죄가 인정됐지만, 벌은 더 가벼워졌다는 게 어떻게 가능할 수 있어요.
'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죄인을 보호하려고 만들어졌구나' 깨달았어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억울하게 죽은 사람을 생각해서 만들어진 법이 아니었어요. 유족의 억울함을 풀어주려고 생긴 법이 아니었어요. 안전을 무시한 책임자를 처벌하고, 미래의 재해를 예방하려는 게 아니었어요.
잘못한 사람을 보호하고, 가이드라인을 주는 거였어요. '이런 죽음은 괜찮다', '이런 기준을 적용할 거니까 준비해라', '5년간 5명을 죽여도 집행유예, 벌금만 줄 거니까 걱정마라'라고 그 판결문이 말하는 거 같았어요. '나처럼 억울한 사람은 계속 생기겠구나' 생각했어요.
국회의원들이 잘못한 건지, 검사, 판사가 잘못한 건지 저는 잘 몰라요. 하지만 확실한 건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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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이동우 유족 동국제강 고발 기자회견 2022년 당시, 유족이 직접 동국제강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 ⓒ 조혜연 |
2023년 말, TV에서 건강 프로그램 보는데 유방암 자가진단하는 걸 알려주더라고요. 봐도 잘 안 하는데, 그 날따라 해봤어요. 단단하게 잡히더라고요. 유방암 전문 병원에서 조직 검사를 했는데 의사가 보자마자 모양이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큰 병원 가라고.
유방암 2기였어요. 듣자마자 '아이는 어쩌지'부터 생각했어요. 저희 아빠가 암으로 돌아가셨고 엄마도 암이세요. 동우 씨도 일하다가 그렇게 됐는데, 자꾸 안 좋은 게 겹치니까 별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아직 완치는 아니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별 이상 없으면 몇 년 후 완치 판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쉬워요. 아프지만 않았어도,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했을 거에요. 물론 노동조합, 시민사회가 많이 연대해주실 테니까 문화제도 하고, 인터뷰도 할 수 있었을 거에요. 그게 판결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해도, 최선을 다하고 싶었는데. 아쉬움 없이 다 쏟고 싶었는데. 아파서 못한 게 많네요. 이젠 몸이 나아졌으니까, 또 다른 활동과 연대를 하려 합니다. 제 남편의 죽음이 잊히지 않도록. 이동우를 기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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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이동우님 납골당에서 묵념하는 유가족과 활동가들 故이동우님 납골당에서 유가족과 활동가들이 묵념하고 있다. 권금희 님과 아들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
| ⓒ 조혜연 |
나중에 아들한테 이 글을 보여주고 싶어요. 양해해주시면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겨도 될까요?
| 2022년 합의 당시 동국제강 사과문 |
| 故 이동우님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 3월 21일 포항공장에서 안전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故 이동우님의 죽음에 대해 회사가 사고예방조치름 다하지 못해 불행한 사고가 발생하였음을 인정하고 고인과 유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회사의 대표로서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유가족 분들께 애도를 표합니다. 아울러 故 이동우님의 명복을 빕니다. 故 이동우님의 죽음을 계기로 회사는 사업장 내 중대재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ILS시스템을 확립하는 등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고 안전 최우선의 경영을 해나갈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또한 회사는 유가족 분들께서 조속히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2022. 6. 16 대표이사 장세욱 , 김연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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