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불모지 제주에서 '선박 수리' 산업화...갑작스런 제안, 배경은
오영훈 지사 "MRO산업 새로운 가능성...제주형 모델 구축할 것"
시민.평화단체 "MRO 육성전략은 한화 특혜, 군사화 정책" 중단 촉구

조선산업 불모지인 제주도에서 선박을 정기적으로 정비·수리하고 성능을 개선하는 서비스업, 이른바 'MRO(Maintenance, Repair, Overhaul)' 산업화가 과연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그 산업화의 중심지는 제주항이 될까, 아니면 서귀포시 강정 민군복합항(해군기지)일까.
제주특별자치도와 한화오션이 지난 30일 오후 제주시 썬호텔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제주 MRO 미래로–오픈 이노베이션' 주제의 세미나에서는 제주 MRO산업의 육성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 전망이 이어졌다.
MRO산업은 세계 조선·해양산업이 친환경과 인공지능(AI)·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유지·보수와 함께 기술 혁신과 전문 인력이 결합된 미래 전략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럼에도 제주도정이 한화오션과 손잡고 MRO산업을 갑작스럽게 제안한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제주신항'이 거론되기는 했지만, MRO산업 육성 구상이 순수한 민간 부문 사업이라기보다는 해군의 강정 민군복합항 운영 연장선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이날 행사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와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어성철 한화오션 사장 등 뿐만 아니라 해군측에서 신유찬 해군 군수참모부 부장(준장) 등도 참석했다.
세미나에서는 선박의 정비.수리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MRO산업을 육성할 제주의 전략적 가치와 구체적 실행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김만기 KAIST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제주를 '인도태평양 민간 MRO 전진 허브'로 육성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제주가 동북아시아, 인도양, 서태평양을 잇는 해상 교통로의 중심에 위치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대식 한화오션 특수선 MRO사업담당은 시장 전망과 함께 제주 추진 계획을 구체화했다.
글로벌 조선 MRO 시장은 2021년 117조원에서 2027년 143조원으로 연평균 6% 성장하며, 2030년에는 23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박 생애주기 비용의 2~3배가 정비·수리에 소요될 만큼 거대한 시장이라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제주에서 산·학·연·관이 협력하는 'MRO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MRO 융합기술 플랫폼 구축, 공동기술 연구과제 개발, 청년 전문 인력 양성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앞서 오영훈 지사는 "MRO 산업은 조선 불모지로 여겨졌던 제주에 새로운 역할과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며 "2035년 제주신항 건설로 항만 인프라가 확충되면 정기적인 정비 수요 기반도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민 공감과 신뢰 속에서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제주형 MRO 모델을 단계적으로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어성철 한화오션 사장은 "태평양, 중국, 동남아를 잇는 제주의 입지와 한화오션의 AI·디지털 기반 차세대 MRO 기술이 조화를 이룬다면 제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MRO 산업의 메카가 될 것"이라며 "제주도와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기술 협력을 이어가며 상생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MRO 산업화가 해군에서 정책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내용도 공식적으로 나왔다.
신유찬 해군 군수참모부 부장(준장)은 "함정 기술 고도화와 인구 절벽, 변화된 정비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해군은 2024년부터 MRO 정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며 "대양으로 나가는 해군에게 제주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기동함대의 모항으로서, 민관군이 협력하고 지역과 상생하는 함정 MRO 산업의 청사진을 제주에서 함께 그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제주도의 MRO산업화 구상도 해군의 '함정 MRO 산업' 정책과 연결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주도는 이번 세미나를 시작으로 선박 MRO를 제주만의 차별화된 신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항만·해양·국방 인프라와 연계하면서, 단계적으로 MRO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간다는 구상이다.
김종수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MRO 산업은 조선산업 불모지로 인식돼 온 제주에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 먹거리 산업이 될 것"이라며 "이번 세미나를 출발점으로 삼아 민관이 함께 실행 전략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시민.평화단체 "제주형 MRO, 한화에 대한 특혜...군사화 연계"
그러나 시민사회단체 및 평화단체에서는 제주도가 발표한 MRO 산업 육성 구상이 해군의 군사기지화 정책과 연관된 것으로 보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강정친구들, 비무장평화의섬제주를만드는사람들, 정의당 제주도당, 제주녹색당, 제주참여환경연대, 진보당 제주도당,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등은 공동 성명을 내고 "왜 오영훈 도정은 갑자기 선박 MRO 사업을 제안하는가"라며 "항만·해양·국방 인프라와 연계하면서, 단계적으로 MRO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제주도정의 발표는 결과적으로 제주를 미국의 전초기지로 더욱 종속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 "제주도정의 제주형 MRO 육성 전략이 내세운 '미래 먹거리,' '친환경, 디지털, 스마트 선박 수리' 등 허울 좋은 미사여구 뒤에 은폐된 한화 특혜와 제주 군사화 정책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도가 이번에는 초대형 원유 운반선, 부유식 해양 플랜트 외에 잠수함, 전투함 등을 생산하는 전쟁무기 기업 한화오션을 끌어들여 제주 바다의 군사화를 더욱 확장하려 한다"며 "제주도정은 한화에 대한 특혜와 제주 군사화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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