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많은 나라는 금융위기 위험성 크다? [커피로 맛보는 역사, 역사로 배우는 커피]
[이길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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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보스턴의 한 스타벅스 커피숍 |
| ⓒ AP 연합뉴스 |
금융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뉴욕은 당시 전 세계에서 스타벅스 매장이 가장 많은 도시였다. 밤샘 근무가 일상이던 월가에서 카페인 음료는 인기가 높았고, 이를 반영해서 대부분의 대형 빌딩 1층에는 스타벅스 매장이 들어서 있었다.
그로스는 미국 이외의 지역으로 당시 금융위기의 피해를 크게 입은 도시 네 곳을 지목했다. 그 대표적인 도시 첫째가 영국 런던으로 스타벅스 매장이 256곳이었다. 두 번째 도시는 서울로 209개의 매장이 성업 중이었다. 18년이 지난 지금 서울은 600개 넘는 매장을 지니고 있어서 뉴욕이나 런던보다 많은 스타벅스 매장을 가진 도시가 되었다. 정확한 통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중국의 상하이(1000개 추정)에 이어 세계에서 스타벅스 매장이 두 번째로 많은 도시가 서울이다.
그로스가 당시 사례로 든 나머지 두 도시는 스페인의 마드리드(스타벅스 매장 48곳)와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48곳)였다. 마드리드에는 현재도 60개 내외의 스타벅스 매장이 있지만, 두바이에는 2008년에 비해 세 배 이상 증가한 160개 이상의 매장이 성업 중이다.
그렇다면 서울이 있는 대한민국과 두바이가 있는 아랍에미리트는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은 나라일까? 그렇지 않다. 그로스의 주장이 적용될 수 없다. 외환보유고를 보면 한국은 4100억 달러 규모로 세계 9위 수준이고, 아랍에미리트는 2100억 달러로 세계 20위 수준이다.
참고로 미국이 달러 발행국이기는 하나 외환보유고는 2400억 달러 규모로 세계 15위에 머물고 있다. 무역 적자 해소, 자국 우선주의와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자비한 관세 투하를 통해 세계와 경제 전쟁을 하게 된 배경 중 하나다. 아랍에미리트와 대한민국은 안정적인 외환보유액과 함께 주식 시장이 견고한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도 유사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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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17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의 국가 추모의 날을 맞아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옆으로 알푸르산 국가 곡예비행팀이 비행을 하고 있다. |
| ⓒ AFP 연합뉴스 |
두바이에는 몇 가지의 커피 문화가 공존한다. 첫째는 여전히 남아 있는 전통적인 아랍 커피(Qahwa) 문화다. 손님 접대에는 아랍식 커피 문화가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매우 연하게 로스팅한 원두를 갈아서 카다멈을 넣어 진하게 끓인 커피를 마시는 전통이다. 사프란, 정향 등 여러 가지 향료를 섞는 것도 이런 전통의 한 부분이다. 손잡이가 없는 작은 컵(finjans)에 마신다. 대추야자(dates)가 옆에 놓인다.
집이든 사무실이든 손님을 접대할 때는 커피를 내놓는다. 환대의 표시다. 집에서는 연장자가, 사회에서는 초청자가 커피를 따르는 것의 예의다. 누구나 첫 잔은 흔쾌하게 마신다. 그만 마시고자 하면 잔을 흔들면 된다. 이런 전통적인 커피 문화는 정부 행사나 가정의 손님 접대에 널리 행해지고 있다. 오래전에 에티오피아와 예멘을 통해 전래된 문화가 수백 년을 이어오고 있는 모습이다.
비록 160년의 커피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고유한 커피 문화가 없다. 1976년에 시작된 커피믹스 마시는 풍습 정도가 고유한 커피 문화라면 문화일 수 있다. 50년 된 문화다.
두바이의 두 번째 커피 문화는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경연장 모습이다. 스타벅스, 코스타, 팀홀튼, 카리부 등 전 세계 유명 브랜드들이 집결하여 있지만 경쟁하기보다는 공존하는 곳이 두바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프랜차이즈는 비록 현지인들과 방문객들의 소비 대상일 뿐 두바이의 음료 문화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새로 등장한 브랜드로 소비의 대상일 뿐이다.
두바이의 세 번째 커피 문화는 다양한 외래 커피 문화의 모자이크라는 특징이다. 인구의 80퍼센트 이상이 외래인인 두바이의 특성을 반영한 문화다. 달콤한 커피를 좋아하는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출신 사람들,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유럽 출신 사람들, 그리고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는 한국, 일본, 미국 등에서 온 사람들이 각자의 커피 취향에 따라 원하는 카페를 찾고 있다. 두바이를 상징하는 커피 트렌드가 이것이라고 딱 잡아 말하기는 어렵다. 2015년 이후 싱글오리진 커피, 로스터리 커피 등으로 상징되는 스페셜티커피 문화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큰 흐름은 보인다.
서울은 "커피가 새로운 문화를 만든 도시"라고 한다면, 두바이는 "새로운 문화가 커피를 소비하는 도시"라고 규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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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바이 쫀득 쿠키 |
| ⓒ AFP 연합뉴스 |
지난해 말 시작된 두쫀쿠 열풍으로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의 가격 급등과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요식업소 사이에는 '두바이'라는 접두어가 들어간 메뉴 개발 경쟁이 뜨겁다. 두바이 쫀득 찹쌀떡, 두바이 쫀득 초코볼, 두바이 쫀득 마카롱, 두바이 쫀득 젤라또, 두바이 붕어빵은 물론 두바이 쫀득 김밥까지 등장했다. 샌드위치나 피자집은 물론 횟집이나 곱창집에서도 두쫀쿠를 팔면 손님을 모을 수 있다는 말까지 생겼다. 두쫀쿠 마케팅이다. 배달앱 인기 검색어 상위권은 두쫀쿠, 두바이, 카다이프 등이 점령하였다.
물론 두바이에는 두쫀쿠가 없다. 한국 교민을 제외하고는 두쫀쿠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 두바이에서는 전혀 모르는 두바이 열풍이다. 비엔나에 없는 비엔나커피라는 이름의 달달한 커피가 1970~80년대에 서울에서 유행한 것과 유사하다.
그런데 왜 두바이일까? 사실 한국인들에게 두바이를 꽤 낯선 도시 이름이었다. 오일 파동을 통해 '두바이산 원유'라는 용어가 자주 언급되었던 1970~1980년대에도 두바이가 도시인지 지역인지, 어느 나라에 속한 땅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한국인은 별로 없었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한 후 '두바이의 기적'을 이야기하면서 중동의 신흥 도시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2010년 국내 기업 삼성물산이 두바이에 우뚝 선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할리파 시공사였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하였다. 물론 지금도 두바이가 어느 나라 도시인지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두바이가 중동 지역의 중심 도시 이미지를 얻은 것은 2020년 두바이 엑스포 유치였다. 중동 지역 최초였다.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되어 2021년에 조금 축소되어 개최되었다.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의 수도가 아니다. 수도는 아부다비다. 그런데 아부다비가 아니라 두바이가 중동의 중심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해양 교통과 항공 교통의 요지라는 이점 덕분에 매우 활발하게 성장하는 도시다.
두바이를 상징하는 것은 오일머니로 만든 멋진 인공섬들과 최고급 호텔, 그리고 MZ세대가 선호하는 초호화 리조트들이다. 이들이 주는 럭셔리, 프리미엄 이미지가 매우 강하다. 이런 이미지가 있기에 '두바이'라는 이름이 붙은 초콜릿이나 쿠키를 소비하는 사람은 누구나 럭셔리한 일상에 동참하는 듯한 느낌을 얻는다. 그래서 두쫀쿠를 먹는 것은 쿠키를 먹는 것이 아니라 두바이라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나폴리탄 스파게티, 캐나다 밴쿠버에서 탄생한 캘리포니아롤처럼 한국에서 두바이 쿠키가 탄생했다. 두쫀쿠 유행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궁금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커피 한잔에 담긴 문화사, 끽다점에서 카페까지>의 저자)
덧붙이는 글 | 참고문헌 2008년 10월 21일 자 <한겨레> 2008년 10월 22일 자 <중앙일보> 2025년 10월부터 2026년 1월까지 두바이쫀득쿠키를 다룬 일간신문과 방송 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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