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고 바닥 ‘폐업’ 직전…‘이것’ 썼더니 흑자전환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장보석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jbs010117@naver.com) 2026. 1. 31. 09: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안서형 비트바이트 대표
안서형 비트바이트 대표. (사진=비트바이트 제공)
“통장 잔고를 보니 딱 두 달 버틸 돈이 남았더군요. 7년간 키워온 회사가 이대로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안서형 비트바이트 대표(28)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벼랑 끝에 서 있었다. 10대 때 패기로 시작해 청춘을 바친 회사였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추가 투자는 요원했고 수익 모델은 마땅치 않았다. 폐업 신고서를 만지작거리던 순간, 우연히 만난 투자사가 회사 운명을 180도 바꿨다. 글로벌 수면·기상 솔루션 ‘알라미’ 운영사 딜라이트룸이다. 딜라이트룸 광고 수익화 솔루션 ‘다로(DARO)’를 도입하고 앱테크 어플 ‘돈이돼지’를 성공시키며 비트바이트는 환골탈태했다. 적자 늪에 허덕이던 회사가 지난해 연간 흑자를 달성하더니, 올해는 매출 100억원 돌파를 전망한다. 직원 단 4명이 일궈낸 반전 드라마다.

고3 교실에서 싹튼 ‘비트바이트’…작은 시도로 100억 매출 넘보다
비트바이트 시작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선린인터넷고 3학년이던 안 대표는 친구와 팀을 꾸려 대기업 사회문제 해결 공모전에 참가했다. 이때 1998년생 동갑내기 친구와 개발한 앱이 10대 비속어 사용을 줄여주는 ‘바른말 키패드’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별다른 홍보 없이도 누적 다운로드 20만건을 기록했다. 안 대표는 “우리가 만든 기술이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사람에게 사랑받는 것을 보며 가슴이 뛰었다”며 창업 계기를 밝혔다. 졸업 직후 개인사업자로 시작해 스무 살 되던 2018년, 비트바이트 법인을 설립했다.

사명에는 당시 초심을 담았다. 안 대표는 “컴퓨터 용량 최소 단위인 비트(Bit)가 모여 바이트(Byte)가 되듯, 지금의 작은 시도가 모여 미래 큰 결실을 이룬다는 뜻”이라며 “고교 시절 공모전 팀명을 그대로 사명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위기 속 만난 ‘거인’…2025년 ‘돈이돼지’로 대반격
하지만 ‘비트’가 모여 결실을 보기까지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기술력은 인정받았지만 확실한 현금 창출원(Cash Cow)이 부족해 2023년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했다. 딜라이트룸 투자를 유치하며 급한 불은 껐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확실한 한 방이 필요했다. 안 대표는 절치부심 끝에 지난해 ‘앱테크’ 시장에 승부수를 던지며 ‘돈이돼지’를 선보였다.

앱테크란 애플리케이션과 재테크 합성어로, 광고 시청이나 미션 수행 등 스마트폰을 활용해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이미 시장은 포화 상태였고, 후발 주자로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강력한 무기가 필요했다.

안서형 비트바이트 대표(왼쪽)와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오른쪽)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비트바이트 제공)
이때 든든한 지원군이 돼준 곳이 딜라이트룸이다. 딜라이트룸은 단순 투자사가 아니다. 지난해 매출 46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쓴 글로벌 알짜 기업이다. 영업이익률만 40%를 웃돈다. 안 대표는 알라미를 글로벌 1위로 키워낸 딜라이트룸 노하우와 기술을 신규 서비스에 적극 이식했다.
‘상위 1%’ 공략한 뾰족한 수…마케팅비 ‘0원’ 달성
든든한 우군을 얻은 비트바이트는 철저한 시장 분석으로 ‘역발상 전략’을 펼쳤다. 안 대표는 대중 시장 대신 ‘상위 1% 헤비 유저’에 주목했다. 그는 “조사 결과 앱테크 상위 사용자는 ‘하루 적립 한도’에 큰 고통을 느꼈고, 시간을 더 투자해서라도 많은 포인트를 모으고 싶어 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비트바이트는 헤비 유저를 겨냥한 ‘뾰족한 서비스’를 목표로 과감하게 횟수 제한을 없앴다. 기존 앱이 하루 광고 시청 횟수를 제한해 수익 상한선(Ceiling)을 둔 것과 달리, 돈이돼지는 사용자가 원하면 무제한으로 광고를 보고 포인트를 쌓게 했다. 노력한 만큼 보상을 얻는 구조가 되자, 여러 앱을 전전하던 헤비 유저가 돈이돼지 하나로 정착하기 시작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여기는 한도 없이 계속 벌 수 있다”는 소문이 앱테크 커뮤니티와 오픈채팅방에서 빠르게 퍼졌다. 덕분에 별도 마케팅 비용 없이도 월간 활성 사용자(MAU·Monthly Active Users) 70만명을 확보했다.

PMF 찾는 지름길 ‘DARO’…4명이 100억 버는 비결
늘어난 트래픽을 실제 수익으로 연결한 열쇠는 딜라이트룸 애드테크 솔루션 ‘다로(DARO)’였다. 다로는 앱 내 광고 지면을 분석해 가장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광고를 송출하는 중개 플랫폼(SSP)이다.

안 대표는 “다로 도입 최대 이점은 광고 운영 리소스가 최소화돼, 인원이 적은 초기 스타트업이 ‘제품-시장 적합성(PMF)’을 찾는 데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비트바이트는 다로 팀과 협업해 신규 광고 지면을 발굴했고, 고정비 증가 없이 6개월 만에 매출을 5배 이상 끌어올렸다.

비트바이트 구성원 단체사진. (사진=비트바이트 제공)
이러한 효율성은 압도적인 생산성으로 이어진다. 현재 비트바이트 직원 4명이 70만명에 달하는 MAU를 감당한다. 올해 매출 목표인 100억원을 달성하면, 직원 1인당 매출은 25억원에 달한다. 국내 500대 기업 평균 1인당 매출액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안 대표는 “플레이키보드 서비스 경험을 살려, 웹뷰가 아닌 고성능 ‘네이티브 앱’으로 개발해 반응성을 높였고, 심미성을 살린 직관적 UI·UX를 구현한 것이 효율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광고가 즐거워지는 마법…‘랜덤 보상’으로 윈윈
무제한 광고 시청은 자칫 사용자 피로도를 높일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안 대표는 이 문제를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으로 풀었다. 그는 “알라미 사례를 보며 광고 삽입이 반드시 사용성을 해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배웠다”며 광고 시청 후 ‘랜덤 보상’ 시스템을 도입해 사용자가 기대감을 갖고 즐겁게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광고 보는 행위 자체를 재미있는 경험으로 바꿨다. 또한 핵심 지면에만 꼭 필요한 광고를 배치하고, 업데이트 때마다 사용자 불편 여부를 점검하며 수익과 사용자 경험(UX) 간 균형을 맞춘다. 안 대표는 이 과정에서 단순 투자 관계를 넘어, 매달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와 제품 방향성을 고민하는 “제품 개발자로서 나누는 대화”가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과제는 ‘글로벌’과 ‘대중화’…앱테크 초격차 시동
‘플레이키보드’ 자료화면. (사진=비트바이트 제공)
안정적 현금흐름을 확보한 비트바이트 시선은 더 넓은 시장을 향한다. 최우선 과제는 성공 방정식 ‘글로벌 이식’이다. 비트바이트는 올해 상반기 일본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본격 해외 확장에 나선다. 안 대표는 지난 8년간 150개국에서 ‘플레이키보드’를 서비스하며 쌓은 현지화 노하우에, 딜라이트룸의 검증된 글로벌 수익화 기술(다로)을 결합해 승부를 걸 계획이다.

서비스 영역도 ‘마니아’에서 ‘대중’으로 넓힌다. 초기 수익 한도에 민감한 헤비 유저를 공략했다면, 이제는 걷기만 해도 포인트가 쌓이는 ‘만보기’ 기능 등을 강화해 일반 대중까지 사용자층을 확대한다.

안 대표는 “지난해가 생존을 증명한 해였다면, 올해와 내년은 앱테크 시장에서 경쟁자가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만드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2026년에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앱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과제는 없나…‘초효율’의 역설 극복해야
비트바이트의 극적인 부활은 인상적이지만, 냉정하게 보면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다. 위기 탈출 안도를 넘어 ‘지속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가장 큰 리스크는 역설적으로 ‘4명’이라는 소수 정예 조직이다. 1인당 생산성은 높지만, 글로벌 확장 시 급증하는 트래픽과 운영 이슈를 감당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명확하다. 일본을 비롯한 150개국 진출 과정에서 인력 부족은 성장의 병목이 될 수 있다. 시스템 자동화가 얼마나 완벽하게 작동하느냐가 관건이다.

또한 ‘98년생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고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안 대표는 “정부에서 받은 지원 만큼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약속이 현실이 되려면 반짝 성공이 아닌, 안정적인 수익 구조 안착이 필수다. 매출 100억원 달성과 글로벌 시장 안착 여부는 그가 진정한 리더로 도약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냉혹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