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틱톡·페북·유튜브… 애들은 사용 금지 !”

14세 호주 소녀 에이미는 최근 달리기에 빠져 있다. 그는 소셜미디어(SNS)를 끊은 지 한 달 남짓 지나자 “휴대전화와 어느 정도 분리된 느낌이 들고, 오히려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BBC 인터뷰에서 “2년 전 처음 앱을 다운받은 이후 줄곧 스냅챗과 인스타그램, 틱톡 등 각종 SNS를 번갈아 보며 시간을 허비했는데, 이제는 휴대전화를 정말 필요할 때만 찾게 됐다”고 했다.
동갑내기 호주 소년 오웬 잭슨도 지난달 SNS가 금지된 후 평소 즐겨 찾던 틱톡 대신 시드니 외곽 강가에서 도미, 넙치, 농어, 테일러 등 각종 물고기를 낚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전보다 더 자주 밖으로 나오게 되고, 더 많은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호주 정부가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주요 SNS 플랫폼 이용을 법으로 금지하면서 오웬과 같은 청소년들이 SNS 없이 생활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전했다. 호주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유튜브, 틱톡 등 주요 SNS 플랫폼 10곳에서 16세 미만 이용자 계정을 비활성화했다. 시행 한 달 만에 정지된 호주 내 10대 계정은 470만개에 달한다.

더타임스는 “온라인상 유해 콘텐츠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려는 호주의 대규모 SNS 실험은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19일 청소년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과 SNS 중독에 대응하기 위해 청소년의 SNS 이용 전면 금지 등 ‘호주식 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용시간 제한과 ‘무한 스크롤’ 등 중독성을 유발하는 기능 폐지,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 규제 강화 등 여러 방안을 종합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상원엔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초당적 법안이 제출돼 있다.
캐나다, 프랑스 정부도 호주식 청소년 SNS 금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크 밀러 캐나다 문화부 장관은 지난 23일 “우리 사회에서 아동을 포함한 가장 취약한 계층이 온라인 유해성에 노출되지 않도록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하원은 지난 27일 15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법안은 상원으로 이송됐고, 상원에서 가결될 경우 공포를 거쳐 입법이 완료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 플랫폼이든, 중국 알고리즘이든 우리 어린이와 10대들의 감정은 판매나 조작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9월 새 학기부터 고등학생의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말레이시아, 덴마크,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에서도 유사한 법률 도입이 예고됐다”며 “유럽 여러 국가들이 호주의 사례를 본받으려 하고 있으며, 다른 여러 국가들도 호주의 뒤를 따라 유사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각국이 잇따라 청소년의 SNS 사용 규제에 나서는 배경에는 디지털 기반 소통이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을 해소해 줄 것이란 기대와 달리 청소년의 정서적 건강과 사회적 관계 형성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BBC는 지난해 9월 케임브리지대 연구 결과를 인용해 “SNS를 통한 가상 상호작용은 (일시적으로) 외로움을 완화할 수는 있으나 정서적 건강을 근본적으로 보호하지는 못한다”고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청소년 외로움 대응의 모범 사례로 공립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한 스웨덴을 꼽았다. 그러면서 디지털 기반 소통이 되레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WHO는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SNS나 커뮤니티에 대한 과도한 몰입은 사람과의 대면 접촉을 대체하면서 사회적 상호작용의 질과 양을 떨어뜨려 사회적 연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의 시간(Adolescence)’이 각국의 청소년 SNS 규제 논의를 가속하는 촉매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을 무대로 한 이 작품은 동급생 소녀를 살해한 13세 소년의 심리를 통해 SNS에 범람하는 여성 혐오 등 극단적 사상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려냈다.
가디언은 “이 작품은 청소년을 스크린에서 떼어내 다시 현실의 삶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경고이자 청소년들이 사회적 사각지대에 방치돼 디지털 심연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대화를 나누고 귀 기울여야 한다는 호소”라고 짚었다. 앞서 영국과 네덜란드, 프랑스 등은 이 작품을 학교 교육 자료로도 활용했다.
다만 규제의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의문도 만만치 않다. 호주에서는 가상사설망(VPN) 이용이나 부모 명의 기기 활용 등으로 규제를 우회해 SNS를 사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더타임스는 “특히 얼굴 인식을 통해 연령을 확인하는 SNS의 경우 우회가 쉽다”며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얼굴을 찌푸리면 연령이 높게 책정된다는 사실이 이미 퍼져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 소년 오웬도 더타임스에 “내 삶에 SNS가 부재한 것은 SNS 사용을 막는 아버지의 영향이 더 크다”며 “내 친구들은 모두 SNS 계정을 유지하고 있다. 나 역시 한 사이트에 연령 확인용 셀카를 제출하니 시스템이 나를 16세 이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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