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사라진 교실... 교사는 '배움과정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이동배 기자]
"학교에 '학생'이 없고 '수험생'만 있다."
지난 28일 남양주 별내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 소장은 고교 교실의 공기를 이렇게 요약했다. 배움이 '정답'이 아니라 '물음'에서 시작하는데, 시험과 진도가 물음을 밀어낸다는 것이다. 그는 교사를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배움과정 설계자'로 다시 세우자고 제안한다.
"가르친다"에 갇힌 교사, "범위"에 갇힌 학생
김 소장은 교사를 '가르치는 사람'으로만 정의할 때 학교가 교과서·시험 체제에 종속된다고 본다. 진도와 출제 범위가 수업의 목표가 되면, 교사는 성취를 '점수'로 환산해 줄을 세우는 역할을 떠맡는다. 그 과정에서 학생의 질문은 '불필요한 곁가지'로 취급되기 쉽다. "교실에서 질문이 사라지면, 배움도 같이 사라집니다."
2022 개정교육과정은 단원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과 큰 아이디어를 강조한다. 김 소장은 그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학생들은 여전히 교과 지식에서 나온 질문을 선생님에게 '대신' 받는다"고 지적한다. 수업이 정답을 향해 일렬로 달리면, 학생의 관심사·경험·생활에서 나온 물음이 교실의 중심에 서기 어렵다. 그는 "학생이 질문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배움의 출발점은 "내가 던진 물음"이다. 교과 지식에서 나온 질문도 의미가 있지만, 학생이 스스로 궁금해하는 문제를 붙들 때 배움은 학생의 삶과 맞닿는다. 물음이 제대로 세워지면 학생의 탐구는 교과의 경계를 넘어가고(넘나들기), 교실의 대화도 외우기보다 이해와 해석으로 옮겨 간다. 교사는 이때 '정답 제공자'가 아니라, 자료·토론·실험·글쓰기를 엮어 탐구의 길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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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과 학습아닌 배움 인터뷰 한 김두루한 소장의 최근 저서 |
| ⓒ 김두루 |
현장에서는 지필평가가 배움의 시간을 잘게 자른다. 중간·기말(1,2차 지필평가)고사가 다가오면 학생은 궁금한 질문보다 시험범위가 먼저 떠오르고, 자신이 궁금한 문제에 대한 성찰보다 시험점수를 잘 받으려는 요령이 앞선다. 김 소장은 고교 3년 동안 평균 10~12번의 지필평가를 치르는 구조를 거론하며 "왜 이 시험 구조가 당연한가"를 되묻는다. 고교학점제에서 지금 논쟁이 되고 있는 최소 성취 보장 논쟁보다 먼저, 시험이 학생 개개인의 배움을 방해하는지부터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조적 차원에서 그는 헌법이 말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교실에서 '배움을 누릴 권리'로 구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리는 교실에 앉아 있는 상태가 아니라, 질문이 살아 있고 탐구가 가능하며 평가가 피드백(되먹임)이 되는 조건에서 성립한다는 관점이다. 김 소장은 서울의 오디세이학교 같은 사례를 언급하며 "이미 가능한 사례가 충분히 있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 소장에게 배움중심으로 교육과정이 개편된다면 우리의 교실 모습은 10년 뒤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물어봤다. 그가 그리는 10년 뒤 교실은 단순하다. 학생이 "이번 시험 범위가 뭔가요? " 를 묻는 대신 "이번에 배울 주제에 대해 자신의 호기심"을 묻는 교실이다. 이렇게 교실이 변화될 때 비로소 교사는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배움의 설계자로서 학생과 함께 배우는 사람이 되고, 학생은 수험생이 아니라 배움의 주체(임자)로 선다.
그는 교사에게 교육과정이나 평가의 '지원'도 연수 몇 번으로 끝나선 안 된다고 했다. 근본적으로 교육계에 있는 용어를 '학습'이 아니라 '배움'으로 다시 부르고, 교과서를 '배움책'으로 읽어내는 인식의 대전환이 먼저라는 것이다. "배움의 말이 살아나면, 교실의 습관도 바뀝니다. 교실이 다시 물음과 배움의 공간이 되도록, 지금부터 변화해야 합니다!!
다음 회에서는 '주제 중심 융합 배움'이 시간표·평가·기록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또 대학 선발이 '배움의 궤적'을 어떤 방식으로 확인할지 이어서 인터뷰한다. 그가 구상하는 '고교학점제 2.0'과 평가·대입 전환의 구체를 다룬다. 줄세움의 속도를 늦추고, 나세움의 시간을 늘리자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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