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무등급' 강조한 우인성, 그가 판결한 세 가지 사건의 공통점

김종훈 2026. 1. 3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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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 직접 취재한 민주당 돈봉투·장영하·가세연 사건, 살펴보니... 김건희 항소심, 어떻게 될까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김종훈 기자]

 우인성 부장판사가 지난해 9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건희씨 첫 재판에서 법정 촬영 허가 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유성호
28일 오후 2시 11분 서울중앙지방법원 311호 법정, 재판장 우인성 부장판사는 교도관들이 법정에 데려온 김건희씨가 피고인석에 착석하는 것을 본 뒤, "판결 선고에 앞서 몇 말씀 드리겠다"며 준비한 원고를 읽었다.

"옛말에 형무등급(刑無等級), 그리고 추물이불량(趣物而不兩)이라는 말이 있다. 법의 적용에는 그 적용을 받는 사람이 권력자이든, 아니면 권력을 잃은 자이든, 예외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인 두비오 프로 레오(In Dubio Pro Reo)' 즉 '불분명할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와 같은 법의 일반 원칙도 피고인이 권력자라 하여, 권력 잃은 자라 하여 다르게 나누어 적용될 수 없다. 그것이 공정한 재판의 존재일 것이다. 재판부는 헌법 103조에 의거, 증거에 따라 판단하였음을 말씀드린다."

39분 뒤인 오후 2시 50분, 우인성 부장판사는 김씨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김건희특검(특별검사 민중기) 구형(징역 15년)의 1/9토막에 불과했다. 3가지 공소사실 가운데 둘은 무죄였고, 하나만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선고 후 김씨는 우 부장판사를 향해 두 차례나 크게 몸을 숙여 인사했다.

김건희 1심 판결 이후 재판부를 향한 비판이 폭주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전무후무한 V0 영부인 김씨의 국정농단에 대해 과연 증거에 입각해 제대로된 법리적 판결을 했느냐 하는 점이다. 우 부장판사가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김씨 1심 판결에 정당성을 부여했지만, 쉽게 납득되지 않아서다.

기자는 우 부장판사가 1심을 맡았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과 장영하·강용석 변호사 사건 재판을 직접 취재해 보도한 바 있다. 이들 재판엔 공통점이 있다. 우 부장판사가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에게 유죄를, 이재명 대통령을 공격했던 피고인들에게 무죄 또는 일부 무죄를 선고했는데, 항소심에서 파기되고 뒤집혔다는 것이다.

[민주당 돈봉투 의혹 사건] 우인성, 1심 유죄 선고 → 항소심 무죄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이 2024년 8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08-30
ⓒ 연합뉴스
2024년 8월 30일, 우인성 부장판사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3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주고받은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들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피고인 중에는 현직 허종식 국회의원도 있었는데, 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잃을 상황이었다.

당시 우 부장판사는 "민주당 당대표 경선은 전국 대의원의 투표 결과가 당락을 좌우하고 국회의원이 전국 대의원들의 지지 후보자 결정 및 투표권 행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인 피고인들이 당대표 당선을 위해 돈봉투를 주고받은 것은 비난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시했다.

하지만 허종식 의원은 선고 후 "돈봉투를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었다. 당연히 불복할 수밖에 없다"며 불쾌한 심기을 감추지 않았다. "재판부가 무슨 검사의 대변인이냐"라고도 했다.

지난해 9월과 12월,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이성만 전 의원과 허종식 의원, 윤관석·임종성 전 의원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이 뒤집힌 것은 우 부장판사가 1심에서 유죄의 핵심 증거로 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취록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항소심 재판부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정근이 휴대전화 제출 당시 알선수재 혐의와 무관한 전자정보까지 제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검사가 이정근의 알선수재 사건을 넘어서 이와 무관한 전자정보까지 압수한 것은 위법하다. 임의제출된 정보저장 매체를 탐색하던 중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전자정보를 발견한 경우 중단해야 한다는 법리는 이 사건 수사 당시 확립돼 있었다. 법리에 따른 절차는 반드시 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②'이재명 조폭 연루' 주장 장영하 사건] 우인성, 1심 무죄 선고 → 항소심 유죄
 '굿바이 이재명' 저자 장영하 변호사가 2022년 1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날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욕설 파일과 관련해 추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1-19
ⓒ 공동취재사진
우 부장판사는 지난해 1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직 중 특혜를 주는 대가로 조직폭력배로부터 약 20억 원을 받았다는 소위 '조폭연루설'을 제기했던 장영하 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에게 허위성의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로부터 9개월 뒤 우 부장판사의 1심 무죄 판결은 항소심에서 또 뒤집혔다.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장 변호사에게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쟁점 사실을 명확하게 입증할 만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쟁점 사실과 관련 없는 사진과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원) 박철민씨의 말에만 의존해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김용판 전 의원이 폭로한 이후 민주당의 강력한 반발 속에서 현금다발 사진이 거짓임이 알려졌는데도 제대로 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틀 만에 기자회견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부부싸움' 주장 가세연 사건] 우인성, 1심 벌금형 선고 항소심 징역형 집행유예

지난해 8월 20일, 우 부장판사는 세간에 회자될 선고를 또 내린다. 20대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에게 각각 벌금 1000만 원과 700만 원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량(강 변호사 징역 1년 6개월, 김 대표 징역 1년)을 크게 밑도는 결과였다.

공소사실은 두 사람이 2021년 11월 당시 유튜브 채널 가세연에서 <[충격단독] 이재명 부인 혜경궁 김씨 찢어져 봉합 수술(그림자 여인)>이라는 제목으로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의 낙상 사고와 관련해 '이 후보의 혼외자가 드러나 부부 싸움으로 다쳤다'고 주장했고, 강 변호사는 '이 대통령이 어린 시절 소년원에 다녀왔다'라는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것이었다.

우 부장판사는 김 여사의 낙상사고 관련 발언을 ▲ 부부싸움 중 낙상사고를 당했다 ▲ 불륜·혼외자가 부부싸움 원인이었다로 나눈 뒤, 전자 발언을 두고 "부부싸움은 추론 가능한 범위 내의 상당한 이유 있는 의혹 제기"라며 무죄로 판단했다. 후자 발언에 대해서는 "객관적 근거가 제시된 적이 없고, 상당히 이유 있는 의혹 제기라 볼 수 없다"며 유죄로 봤다. 강 변호사의 이 대통령 소년원 발언은 무죄였는데, "의혹 제기로 보일 뿐, 구체적 사실 적시가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3개월 뒤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강 변호사의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했다. 소년원 발언을 유죄로 판단했고, 처벌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강 변호사 발언은 일반 선거인들에게 이 대통령이 소년원에 다녀왔고, 더불어민주당이 이 대통령을 당시 대선 후보로 선출하지 못한다고 보이게 하기 충분하다"며 "도덕성과 준법의식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불러일으켜서 이 후보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우 부장판사는 '형무등급'을 외치며 김건희씨에게 구형량의 1/9인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그가 과거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드는 범죄"라며 유죄를 확신했던 민주당 돈봉투 사건은 항소심에서 '위법한 증거'임이 드러나 무죄로 결론이 바뀌었고, "허위의 인식이 없었다"며 면죄부를 줬던 이 대통령과 관련 사건도 항소심에서 결론이 뒤집혔다. 가세연 사건도 마찬가지다. 물론 위 세 사건 모두 대법 판결이 남아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뒤바뀐 과정을 보면 1심 판단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그렇다면 김건희씨는 어떨까? 우 판사가 1년 8개월형을 줬던 논리와 근거들에 대해 항소심에서는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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