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미연 보낸 게 너무 아깝잖아"... 주현미가 탄식한 이유

박성호 2026. 1. 3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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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현역가왕 3' 본선 2차전이 남긴 환희와 탄식

[박성호 기자]

▲ 현역가왕3 본선2차전 팀라운드 '미니콘서트 흑기사'전에서 열창중인 '오방신녀'팀 오방신녀, 천기가왕, 누룽지캬라멜, 오! 미소자매, 4팀의 무대는 방송 녹화용으로만 공개하기에 아까울 정도로 훌륭한 무대였다. 결과는 4등이었지만 오방신녀팀의 무대는 국악에서 시작해서 트롯으로 넘어가는 다양성을 보여준 구성에서 남달랐다
ⓒ MBN
매주 화요일 밤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MBN <현역가왕 3>가 지난 5회에 이어 27일 방송된 6회까지, 본선 2차전의 거대한 서사를 마무리 지었다. 이번 경연은 5회의 팀 미션 흑기사 라운드부터 6회의 팀 내 에이스전까지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었다.

현역 가수들이 선보인 무대는 단순히 일회성 방송으로 소비하기엔 너무나 아까운 고퀄리티의 공연이었다. 가창력과 퍼포먼스, 구성 면에서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 하는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했다. 현역들의 땀방울과 투혼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무대 하나하나에 시청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트로트 오디션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무대의 수준이 높았던 만큼, 그 결과에 남겨진 공정성에 대한 의문과 가창의 본질에 대한 고찰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5회와 6회 경연 전체를 관통하는 승패의 결정적 지점은 가수가 노래를 대하는 태도에 있었다. 즉, 가수가 노래라는 말을 타고 자유자재로 달리는가, 아니면 노래라는 무거운 짐을 등에 이고 지고 힘겹게 전진하는가의 차이가 무대의 질을 결정지었다.

일회적 소비로 끝나기엔 아까운 미니콘서트들
▲ 현역가왕3 본선2차전 '미니콘서트 흑기사'라운드를 멋지게 연출한 '오!미소자매'팀의 공연 서울 상경한 5자매의 스토리를 연출한 '오!미소자매'팀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를 미니콘서트의 오프닝으로 연출하여 다른 팀과는 다른 색다른 무대를 꾸몄다.
ⓒ MBN
이번 미션에서 현역들이 보여준 무대는 단순한 방송용 경연을 넘어,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자 시대상을 반영한 예술적 시도였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이 무대들을 일회성 시청률 도구로만 소비하기엔 그 안에 담긴 메시지와 파격이 너무나 컸다.

그 정점에는 '오! 미소자매' 팀의 무대가 있었다. 이수연, 솔지, 김태연, 간미연, 숙행으로 구성된 이 팀은 7080 시절 상경한 다섯 자매의 고단한 삶을 한 편의 뮤지컬처럼 풀어냈다. 특히 이들이 선곡한 <사계>(노래를 찾는 사람들 2집, 1989년)는 이번 경연을 통틀어 가장 깜짝 놀랄 만한 사회적 사건이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곡은 대중적인 멜로디를 띠면서도 참여적·운동권 성격이 강한 노동가요, 민중가요로 잘 알려져 있다.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도네 돌아가네'라는 가사와 함께 펼쳐진 여공 콘셉트의 무대는 실제 방송에서 미싱 작업을 연출한 안무·의상·스토리로 구현되었다. 이는 과거 투쟁적인 선동가가 아니라, 우리 어머니들의 고단했던 노동의 역사를 보편적 휴머니즘으로 승화시켜 시대의 상처를 치유하는 깊이를 보여주었다. <서울의 아가씨> <사랑아> <살다보면> 등으로 이어지는 메들리 구성은 팀 전체의 하모니와 연기력을 극대화하며 완벽한 서사로 마무리되었다.

또한 '오방신녀' 팀이 보여준 오고무 오프닝은 민속적 판타지의 극치였다. 금잔디, 하이량, 김주이, 추다혜, 강유진이 무대 전면에 놓인 북을 직접 연주하며 하늘의 문을 여는 듯한 장엄한 의식을 거행한 장면은 압권이었다. <영암 아리랑> <수리수리술술> <와> 등으로 이어진 무대는 과거 비주류로 치부되던 무속적 미학을 현대적 트로트와 결합해 당당한 예술 장르로 격상시켰으며, 흑기사 신승태가 가세해 폭발시킨 에너지는 민속적 정체성을 대중문화 전면에 내세우는 파격을 선보였다.
▲ 현역가왕3 본선2차전 미니콘서트 무대를 꾸미고 있는 '누룽지 캬라멜'팀 모든 팀들의 무대가 훌륭했지만 관객과 심사위원단의 가장 큰 호응을 받은 것은 홍지윤이 꾸린 [누룽지 캬라멜]팀(홍지윤, 빈예서, 구수경, 소유미,강혜연)의 미니콘서트였다
ⓒ MBN
공연의 본질을 꿰뚫은 '누룽지캬라멜' 팀의 승리 역시 시사하는 바가 컸다. 홍지윤이 이끄는 이 팀은 배우 박영규를 소속사 대표로 직접 기용해 '트롯 걸그룹'이라는 확실한 캐릭터 쇼를 구축했다. 박영규가 본인의 히트곡 <카멜레온>을 열창하며 화려하게 포문을 연 오프닝부터 <소문 좀 내주세요> <고등어> <미인>으로 이어진 구성과 홍지윤·강혜연의 상큼한 퍼포먼스, 빈예서의 파격적인 속사포 랩까지는 공연의 본질이 결국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해야 한다는 원칙을 입증하며 관객 점수 1위를 기록했다.

노래를 타고 달린 이수연 vs 노래를 이고 지고 전진한 차지연

특히 6회 에이스전에서 보여준 홍지윤의 무대가 관객과 연예인 심사위원단을 완벽히 움직인 비결은 압도적인 반전의 힘에 있었다. <한오백년>을 본래 차지연이 보여주었을 법한 묵직하고 깊은 정공법으로 해석할 수 있었으나, 전혀 다른 결의 이미지를 가진 홍지윤이 보란 듯이 해냈을 때 대중이 느낀 충격은 배가 되었다.

차지연이 불렀다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을 무대가 홍지윤의 목소리를 통해 구현되면서 그 의외성이 강력한 감동으로 치환된 것이다. 반면 차지연의 <비나리>, 이수연의 <님은 먼 곳에> 무대는 각각 팀의 색깔을 극명히 드러냈다.
▲ 현역가왕3 에이스 전에서 열창하는 누룽지캬라멜팀 홍지윤 조용필의 <한오백년>을 열창하는 홍지윤의 모습은 평소 재기발랄한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반전의 묘미를 선사했다
ⓒ MBN
그러나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포진했던 '천기가왕' 팀의 무대는 연출의 과함이 독이 되었다. 5회 팀 미션에서 보여준 <미니스커트> <갈무리> <사미인곡> 등 강렬한 레드 톤의 여전사 퍼포먼스는 시각적으로 화려했을지 모르나 관객들에게는 즐거움보다 부담스러운 중압감을 안겨주었다. 스테파니와 장하온의 고난도 댄스가 쉴 틈 없이 이어지며 분위기를 몰아붙였으나, 이러한 과잉된 에너지는 에이스전의 차지연에게서 정점을 찍었다.
▲ 천기가왕 팀의 에이스로 열창하고 있는 뮤지컬 배우 차지연 흠잡을데 없는 가창과 퍼포먼스의 절대강자이지만 노래하는 모습이 즐겁기보다는 고통스러운 느낌을 준다
ⓒ MBN
가수는 모름지기 노래라는 말 위에 올라타 그 흐름을 유연하게 주도하며 달려야 한다. 그러나 차지연의 가창은 노래를 주도하며 타고 달리는 모습이 아니라, 노래라는 무거운 짐을 등에 이고 지고 힘겹게 전진하는 스타일이었다. 가수가 노래를 즐기며 타지 못하고 그 무게에 눌려 힘겹게 나아가니, 그 부담스러운 중압감은 고스란히 시청자의 몫이 되어 피로감을 주었다.
▲ 오 미소자매팀 에이스 이수연 아직 11살 나이의 이수연양의 가창은 노래에 짓눌리지 않는 모습이다
ⓒ MBN
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무대는 최연소 에이스 이수연이었다. 11세의 이수연은 인위적인 기교를 부리지 않았음에도 노래라는 말을 타고 부드럽게 달리는 숙련된 기수처럼 무대를 유영했다. 어린 이수연이 보여준 이 여유로운 주도권은 노래를 이고 지고 가느라 힘겨워 보였던 성인 가수의 무대와 극명하게 대조되며 무엇이 진정한 가창인지를 생각하게 했다.

등수를 무력화시킨 방출 룰의 비극

하지만 무대의 감동보다 시청자들을 분노케 한 것은 6회 후반부의 패자부활전과 방출 시스템이었다. 제작진이 부여한 30분의 연습 시간은 가수들에게 노래를 해석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상식 밖의 처사였다. 방청객과 심사위원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30분의 연습 시간은 납득이 안 되는 진행이었다. 더 큰 결함은 등수를 무력화시킨 방출 룰에 있었다. 2위 팀과 3위 팀에서 똑같이 1명씩만 방출되면서 경연의 공정성은 붕괴되었다.

특히 '천기가왕' 팀의 패자부활전 무대(<부초 같은 인생>)는 처참했다. 한 소절씩 돌아가며 부르는 미션에서 팀원 전체가 제대로 노래를 소화하지 못하고 박자와 음정을 놓치는 등 총체적인 난국을 보여주었다. 이를 지켜보던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는 '최악이다', '노래가 하나도 안 맞는다'라는 혹평이 쏟아졌고, 제작진조차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정도로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럼에도 불합리한 룰 덕분에 결정적인 음 이탈 실수를 범한 홍자와 트로트의 맛을 전혀 살리지 못한 채 음만 겨우 맞춘 스테파니가 다음 라운드 진출권을 손에 쥐는 기이한 결과가 나왔다. 정작 이 팀에서 짐을 싼 것은 나름대로 흔들림 없이 정석대로 노래를 소화했던 장하온이었다.

이 황당한 광경을 지켜본 주현미 마스터는 참다못해 뼈아픈 일침을 가했다. 앞서 패자부활전(<초혼>)을 치른 2위 팀인 '오! 미소자매'에서 안정적인 실력을 보여준 간미연이 이미 탈락자로 선정된 상황이었기에, '천기가왕' 팀의 무너진 무대는 더욱 대비될 수밖에 없었다. 주현미 마스터는 '천기가왕' 팀의 함량 미달 무대를 보며 "이러면 간미연 보낸 게 너무 아깝잖아"라고 탄식 섞인 멘트를 남겼다. 이 발언은 안정적인 가창자를 탈락시킨 직후, 정작 실수 연발인 하위권 팀에서 다수가 생존하게 되는 모순을 정면으로 찌른 것이었다.

결국 간미연은 시스템의 가장 큰 희생양이 되었다. 솔지는 짧은 연습 시간의 한계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노래를 완전히 장악하기엔 시간이 부족해 보였다. 반면 간미연은 같은 악조건에서도 마치 본인의 노래인 것처럼 여유롭고 안정적인 정석 가창을 선보였다. 간미연이 무대를 내려가는 순간 주현미 마스터가 내뱉은 "간미연 너무 잘했는데"라는 한마디 이면에는 불합리한 방출 결과에 대한 안타까움이 깔려 있었다.

눈물바다가 남긴 숙제

경연의 결과와 별개로 이번 회차는 출연자들의 가슴 아픈 고백이 이어지며 온통 눈물바다였다. 특히 '오방신녀' 팀의 하이량은 그동안 숨겨왔던 중학생 딸의 존재를 처음으로 공개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녀의 말 못 할 사연은 현장의 방청객과 심사위원은 물론 시청자들까지 울컥하게 했다. 팀 미션에서 탈락해 방출된 강유진 또한 "방 한 칸 더 늘릴 돈을 벌어 아들과 함께 살고 싶다"며 아들에게 전하는 엄마의 고백으로 무대를 눈물로 적셨다.

개인적으로는 이들의 진심 어린 고백이 뭉클하고 좋았으나, 한편으로는 오디션 포맷이 지나치게 출연자의 '사연'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물론 이 고백들이 경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 아니며, 탈락 후 전해진 고백들이기에 출연자 개인을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시청률 지상주의에 매몰되어 참가자들의 내밀한 상처와 사연을 자극적으로 소비하려 드는 제작진의 연출 방식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현역가왕 3> 본선 2차전은 노래를 타고 달리는 실력자들의 무대로 빛났으나, 동시에 노래의 무게보다 사연의 무게가 더 강조되는 오디션 예능의 현주소를 다시금 고민하게 만들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에도 실립니다. 필자는 언론학 박사로 미디어와 내러티브 콘텐츠를 연구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방송제작을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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