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속 10년이면 10돈인데…" 금값 치솟자 돌변한 기업들

대형 제약사에서 근속 10년차를 맞은 김모(38)씨는 오는 5월에 있을 창립기념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금 10돈 시세에 준하는 금액의 격려금을 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 10돈은 37.5g으로 한국거래소 시세 기준 약 1000만원이다. 김씨는 “요즘 금값이 올라서 작년에 받은 사람보다 액수가 두 배는 될 것 같다”며 “격려금을 어디에 쓸지 행복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금값 치솟자 고민 커진 기업들
반대로 장기 근속 포상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생각지 못한 비용 증가에 속내가 복잡해졌다. 연일 금값이 폭등하면서다. 일부 국내 기업은 직원의 근속 연수에 따라 골드바·황금열쇠·금메달 등을 선물하고 있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장기 근속자에게 금붙이를 선물하는 게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29일 오후 4시30분 기준으로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4.48% 급등한 온스(트로이온스, 약 31.1g)당 5579.54 달러에 거래됐다. 금 가격이 온스당 5500달러를 돌파한 것은 사상 최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시사했고 이로 인해 안전자산 수요가 폭증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달러 약세 우려까지 겹치며 금이 대체 투자처로 주목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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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대신 현금 지급 기업도
금값 상승세에 일부 기업은 장기 근속 포상 선물을 현금으로 대체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GC녹십자는 근속 기간 10·20·30년에 맞춰 금 10·20·30돈을 줬지만 올해부터 500만·1000만·1500만원의 현금 축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진단 솔루션 업체 씨젠도 근속 10년에 금 10돈 등 근속 연수에 상응하는 금을 선물했지만, 올해부터 근속연수에 현금 50만원을 곱해 지급하기로 했다.
일찌감치 현금성 상품으로 제도를 변경한 곳도 있다. 롯데백화점은 2020년부터 직원 근속 10·15·20년 등에 맞춰 100만·150만·2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 이전에는 금이나 금 시세에 상응하는 상품권을 선택하도록 했었다. SK이노베이션은 과거 근속 10년차에 금으로 만든 행복날개 배지를 선물했지만 지금은 현금과 순금1돈으로 변경한 상태다. LG화학은 근속 10년 단위로 100만원 상당의 금 또는 상품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중견기업 대표는 “원래 근속 10년마다 황금 명함을 지급했는데, 최근 총무팀서 견적을 보고받고 깜짝 놀랄 정도”라며 “금 대신 다른 형태의 기념품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그래도 금이 좋아”

제도를 이어가고 있는 기업들도 고민은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 관계자는 “포상금 비용을 미리 적립해두고 있지만, 금값 상승세가 워낙 가파르다 보니 예산 범위를 넘었다”며 “금값이 떨어지면 미리 구매해두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값이 떨어진 해에 포상을 받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상황도 발생해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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