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퀄베리 아마존 강타…1000억 클럽 등극 어디? [K뷰티 숨은 거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6. 1. 2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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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터스

지난해 북미 아마존 스킨케어 세럼 부문 1위, 130개국 진출, 2025년까지 전년 대비 2000%가 넘는 폭발적인 성장세. 대기업 브랜드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뷰티 브랜드 ‘이퀄베리’가 써 내려간 기록이다. 수많은 K뷰티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가운데, 단기간에 이런 성과를 낸 배경에는 ‘부스터스’라는 숨은 거인이 있다.

부스터스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974억원, 영업이익 16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2배, 영업이익은 3배나 뛰었다. 연간 매출 1000억원 돌파는 무난하다. 단순히 덩치만 키운 것이 아니다. 16.9%라는 높은 영업이익률은 이커머스 업계에서 보기 드문 질적 성장을 증명한다.

부스터스 본사. 종전 주력 브랜드인 ‘브랜든’을 제치고 이퀄베리의 매출 비중이 지난해 급증했다.(부스터스 제공)
지난해 급성장한 부스터스 화장품 브랜드 ‘이퀄베리’. (부스터스 제공)
부스터스 어떤 회사

데일리앤코 매각 후 재창업

부스터스는 2022년 1월 최윤호 대표를 중심으로 설립됐다. 최 대표는 휴대용 마사지기 ‘클럭’과 화장품 브랜드 ‘유리카’를 성공시킨 데일리앤코 창업 멤버 출신이다. 에코마케팅에 회사를 매각(엑시트)한 경험이 있는 그는 각 분야의 커머스 전문가들과 함께 부스터스를 세웠다. 설립 초기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부스터스를 정의하는 단어는 ‘브랜드 애그리게이터’나 ‘브랜드 빌더’로 불리기도 하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본질은 ‘브랜드 오퍼레이터’에 가깝다. 초기에는 여러 브랜드를 인수해 키우는 애그리게이터 모델을 택했다가, 곧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다수의 브랜드를 방만하게 운영하는 대신, 시장 파급력이 큰 브랜드에 집중해 내실을 다지는 방식이다. 현재 부스터스는 뷰티 브랜드 ‘이퀄베리’와 여행·수납 브랜드 ‘브랜든’ 양대 축으로 움직인다.

최윤호 대표와 경영진은 “브랜드 성공을 ‘운’에 맡기지 않는다”고 했다. ‘어쩌다 터지는 대박’이 아니라, 누가 해도 성공할 수밖에 없는 ‘성장 공식’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마케팅 대행사처럼 남의 물건을 대신 팔아주는 것도, 단순 제조사처럼 물건만 만드는 것도 아니다. 기획부터 생산, 마케팅, 판매, 물류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운영한다. 부스터스가 말하는 ‘커머스 OS(운영 체제)’다. 이를 기반으로 이퀄베리가 급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탄탄한 내실 경영 덕에 외부 자금 수혈 없이도 순항 중이다. 부스터스는 2022년 1월 12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이후 현재까지 후속 투자를 받지 않았다. 최 대표는 “상장보다는 성장에 집중하며 더 큰 시장을 빠른 속도로 점유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어떻게 급성장했나

태생부터 ‘본 글로벌’, 속도전 승부

K뷰티 브랜드는 내수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은 뒤 해외로 나가는 단계를 밟는다. 이퀄베리는 달랐다. 처음부터 글로벌, 그중에서도 북미 시장을 정조준했다. 부스터스는 이퀄베리 제품력이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 판단했다.

이런 확신은 2024년 1월 아마존 진출과 함께 현실이 됐다. 진입 장벽 높기로 유명한 북미 아마존에서 단기간에 스킨케어 세럼 부문 1위를 꿰찼다. 내수 시장 성공 공식에 얽매이지 않고 급변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 포지셔닝과 마케팅 전략을 짠 결과다.

최 대표는 “고민할 시간에 실행했다”며 “시장 반응이 오면 지체 없이 물량을 투입했고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전사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속도전이 신생 브랜드를 단숨에 글로벌 라이징 스타로 만든 원동력이다.

‘데이터 경영’도 한몫했다. 뷰티 업계는 흔히 트렌드나 감각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부스터스는 이퀄베리를 숫자로 관리했다.

부스터스는 2022년부터 30억건 이상 커머스 데이터를 구조화해 자체 시스템을 구축했다. 상품별 손익(SKU 단위 손익), 채널별 기여도, 재고 회전율, 현금 유입 시점까지 실시간 추적한다.

이 시스템은 선행·실시간·후행 3단계로 작동한다. 선행 데이터로 국가별 검색 트렌드와 수요를 예측해 목표를 세운다. 판매가 시작되면 실시간 데이터로 광고 효율과 재고 소진 속도를 보며 즉각 의사결정을 내린다. 후행 데이터로 실제 손익을 검증하고 전략을 수정한다. 이퀄베리는 이 시스템 덕분에 “이 제품이 뜰 것 같다”는 막연한 감 대신 “지금 이 지역에서 수요가 급증하니 물량을 늘려도 수익이 난다”는 확실한 근거로 움직였다.

여기에 공급망 관리(SCM) 역량이 더해졌다. 뷰티 제품은 유통기한이 있어 재고 관리가 중요하다.

뷰티 컨설팅 기업 비코드랩의 남혜성 대표는 “부스터스 SCM 조직은 단순히 물건을 나르지 않고 마케팅·재무 데이터와 연동해 수요를 함께 설계한다”며 “판매 속도가 빠르면 생산을 즉시 늘리고 주춤하면 조절하는 유연함 덕분에 이퀄베리는 글로벌 확장에 따른 물류 대란이나 재고 리스크 없이 안정 수익 구조를 만들었다”라고 평가했다.

과제는 없나

‘반짝’ 인기 넘어 지속가능성 확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K뷰티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트렌드 주기가 짧다. ‘반짝’ 성공에 그치지 않고 롱런하려면 지속 혁신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 변수, 국가별 규제 등도 넘어야 할 산이다.

부스터스는 ‘다채널 전략’과 ‘현지화’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아마존뿐 아니라 쇼피 등 다양한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하고 B2B 리테일 채널까지 확장해 의존도를 낮췄다. 국가별 소비자 특성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며 시장 파이를 키운다는 복안이다.

전사 차원에서 ‘데이터 리터러시(문해력)’도 강화하고 있다. 비개발자도 AI(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해 업무 자동화 봇을 만들고 누구나 데이터에 접근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커머스 분야는 텍스트뿐 아니라 제품 이미지, 상세 페이지 소재, 영상 광고, 리뷰 영상 등 방대한 비정형 자산이 핵심이다. 이 자산이 어떤 기준으로 정리돼 있고 검색·재사용 가능하게 정제돼 있느냐에 따라 같은 AI 모델을 써도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부스터스는 이를 위해 외부 강사가 아닌 사내 직원이 직접 동료들에게 데이터 문해력과 AI 활용법을 꾸준히 강의한다. 특정 팀만 기술을 독점하는 게 아니라 전 조직이 같은 데이터를 이해하고 AI를 활용하는 문화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아울러 부스터스는 2026년을 글로벌 확장 원년으로 선포했다. 기존 진출 국가인 북미, 대만, 홍콩을 넘어 아직 깃발을 꽂지 않은 새로운 권역으로 영토를 넓힐 계획이다.

최 대표는 “단기 히트보다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며 “수많은 실험을 통해 오답을 줄이고 정답을 빠르게 찾는 커머스 업계 표준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5호 (2026.01.28~02.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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