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찰 들쑤셔서... 중국 범죄조직도 이제 한국인 안 받아"

박정연 2026. 1. 2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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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전쟁·정보 왜곡 충격에 직격탄 맞은 캄보디아 교민사회…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는 반응도

[박정연 기자]

▲ 캄보디아 수도 랜드마크인 독립기념탑 지난해 '온라인 스캠' 사건들이 우리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그 여파로 캄보디아 현지 교민사회는 급격한 변화와 함께 미래를 향한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 박정연
캄보디아 교민 사회가 전례 없는 충격과 변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 온라인 사기 범죄 조직들의 잔혹한 실체가 한국 사회에 알려진 데 이어, 국내 언론들은 앞다퉈 캄보디아를 범죄 도시로 낙인 찍으며 절대 가지 말아야 할 여행지라고 말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태국과의 군사적 충돌과 군사작전 과정에서 태국이 한국산 무기를 사용한 사실, 여기에 일부 몰지각한 미디어의 왜곡·과장 보도까지 겹치면서 현지 교민들은 범죄, 경제적 타격, 심리적 충격을 한꺼번에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유튜브와 SNS에서는 "태국은 우리 편, 범죄국가인 캄보디아는 우리의 적"이라는 단순한 프레임으로 전쟁 상황을 마치 게임 중계처럼 전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양국 국민 감정까지 악화되면서, 그야말로 현지 교민 사회는 사면초가에 놓였다.

사라진 범죄 조직원들, 한인식당 마트 등 적자...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한창 붐벼야 할 점심 시간대임에도 한가한 현지 한인식당 내부 모습
ⓒ 박정연
교민 1만여 명이 사는 수도 프놈펜은 상대적으로 안전망이 확보된 지역으로 평가된다. 최근 거리에서 문신을 드러낸 범죄 조직원들은 거의 자취를 감췄고, 일부 범죄 거점도 정리됐다. 늦은 밤 야식을 찾던, 직업이 다소 의심스러워 보이던 자들의 모습도 거의 사라졌다.

프놈펜에서 한인식당을 운영하는 박아무개(58)씨는 비어 있는 테이블을 닦으며 말했다.

"장사는 어렵지만, 요즘 '아티스트'들을 보지 않는 것 만으로 마음이 놓입니다. 예전에는 손님들마저 불편해 하고 긴장했죠. 이제 조금은 숨을 쉴 수 있습니다."

그가 말한 '아티스트'들은 문신을 온몸에 그린 범죄 조직원들을 농담 삼아 지칭한 은어다. 그는 다만 교민 경제가 침체되어 평소 자주 찾던 교민들의 외식도 줄어 일반 손님마저 감소한 점을 걱정했다. 실제로 지난 12월 개업한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경험했다고 했다.

교민 언론인 윤기섭씨는 현재 상황을 "고통스럽지만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지금 맞는 매가 오히려 낫다고 봅니다. 교민들 대부분은 언젠가 터질 문제라고 예상하고 있었어요. 다만 모른 척하고 쉬쉬했을 뿐이죠. 우리 교민사회도 반성할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은 아프지만 이렇게 정리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생깁니다. 솔직히 말해 늦은 감도 있지만, 정부가 경찰 인력을 파견해 한국인 범죄자들을 직접 소탕하고 밤낮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입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감지된다. 프놈펜에서 근무하는 한인 교사 이모씨는 "학생 수가 더 이상 늘지 않고 학부모들의 불안도 여전히 크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차 안전한 나라로 변하고 있다는 느낌은 든다"고 말했다.

외부 시선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봉사활동을 위해 캄보디아를 찾은 가정주부 박모씨는 "캄보디아에 간다고 하자 가족들이 모두 말렸지만, 막상 와보니 생각보다 훨씬 안전해 놀랐다"며 "소문처럼 범죄도시라는 인상은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프놈펜 한인마트도 예전과 달리 변화가 눈에 띈다. 팔다리에 문신을 한 반바지 차림 젊은 남자들이 일주일치 식료품을 네 다섯 대 카트에 담아 줄 서던 풍경은 사라졌다. 한인마트를 운영하는 김용식 사장은 "매출이 크게 줄긴 했지만, 이 또한 교민사회의 미래를 위해 언젠가는 거쳐야 할 과정 아니겠습니까"라며 웃었다.

정부의 강도 높은 수사와 범죄 소탕 과정에서 의외의 경제적 타격을 입은 교민들도 있다. 도시락 배달업자와 일부 한인 식당 사장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식당 주인은 과거 범죄 단지 인근으로 하루 수십 개, 많게는 200개가 넘는 도시락을 납품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이제는 업종 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식당 주인 역시 "지난해와 비교하면 매출이 80% 이상 줄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범죄가 정리되는 과정에서 생계가 흔들리는 이 역설적인 풍경은, 교민사회가 감내해야 할 변화의 비용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는 못 버틴다" 씨엠립 교민사회 엑소더스, 행여 총영사관마저 문 닫을까 걱정 우려도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관광도시 씨엠립은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예정된 전세기 운항이 전면 취소되어 한인식당과 여행사들은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이며, 가이드들은 대부분 베트남 다낭 등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 박정연
반면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관광 도시 씨엠립은 수도 프놈펜에 비해 상황이 훨씬 열악하다. 교민 약 300여 명이 거주하는 이 도시는 관광산업 붕괴가 곧 생계 붕괴로 이어진다. 한국어 간판과 거리가 거의 사라지고, 50~60곳에 달하던 한인 식당은 대 여섯 곳만 남았다. 남은 교민들은 서로를 지탱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가이드 김아무개(41)씨는 "다른 나라로 떠나야 할 것 같다. 이미 주변 가이드는 베트남 다낭이나 푸꾸옥으로 이동했다고 들었다. 호텔, 식당, 여행사 모두 전멸 수준"이라고 호소했다. 씨엠립 한인회 권한대행 이용혁씨도 "겨울 성수기 전세기가 전면 취소됐다. 태국과의 군사 긴장과 온라인 사기 범죄 때문에 국가 이미지가 나빠져 위험한 나라라는 인식이 생겼다. 현지 업계 종사자들은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라고 말했다.

씨엠립에서 한인식당을 운영하는 정미경씨는 "직원 해고가 너무 힘들었다. 오랫동안 함께 한 현지인 직원들을 보내면서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고, 당장 다음 달 내야 할 임대료 걱정도 크다"라고 말했다. 이 도시에서 20년 넘게 여행사를 운영해온 김장수 대표도 "예약 취소와 관광객 감소로 하루하루 버티기조차 벅차다. 남은 교민들과 서로 의지하며 버티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도시에 거주하는 일부 교민들은 주씨엠립 대한민국 분관이 혹시 문을 닫는 것 아니냐는 불안도 품고 있다. 한 해 평균 10만~20만 명이 넘는 한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캄보디아 씨엠립에 방문하면서 2016년 5월 문을 열었던 이 분관은, 현재 한국인 관광객이 거의 끊기고 교민 수마저 25% 이상 줄어들면서 외교공관으로서의 역할이 사실상 크게 제한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향후 국내 여론에서 '국민 세금으로 유지되는 공관의 실효성'을 둘러싼 비판과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교민사회 안팎에서 나온다.

코리아 전담반과 2차에 걸친 강제 송환... 곧 3차 송환 예정

우리 정부는 교민 보호와 온라인 사기 범죄 척결을 위해 지난해 11월 10일 캄보디아 정부와 '코리아 전담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국 수사관 7명이 현지 경찰과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18일 1차로 한국인 범죄자 64명을 강제 송환한 데 이어, 올해 1월 23일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73명을 2차로 국내로 송환했다. 이번 송환 대상자에는 성착취 범죄, 투자 사기와 노쇼 사기,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이른바 '로맨스 스캠', 투자 전문가 사칭 사기,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후 도주 사범 등이 포함됐다. 이들 한국인 범죄자들은 귀국 즉시 국내 사법 절차에 넘겨지게 된다.

현지에 파견된 한국 경찰 관계자는 "아직 송환하지 못한 한국인 범죄자들이 수십 명 남아 있다"며 "현재 캄보디아 당국과 3차 강제 송환에 대해서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경찰총장 출신인 김창룡 대사를 지난해 11월 말 주캄보디아대사로 임명했다. 교민사회와 외교 전문가는 이를 캄보디아 내 범죄조직 척결을 위한 우리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긍정 평가하고 있다.

코리아 전담반 설치와 이 대통령 지시로 구성된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의 활동 이후, 관련 범죄 신고 접수 건수는 크게 감소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캄보디아 재외국민 감금·실종 의심 신고 건수가 지난해 10월에는 연중 최고치인 93건을 기록했으나, 코리아 전담반이 출범한 11월에는 17건으로 줄었고, 12월에는 6건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그 외 예상치 못한 긍정적 효과도 가져왔다. 과거 현지 온라인 범죄 조직에 몸담았던 한 교민은 최근 중국인 조직원으로부터 직접 들었다며 이렇게 전했다.

"요즘 한국 경찰 수사관들이 한국인이 구금되어 있다는 제보만으로도 현지 경찰들과 함께 중국계 범죄 단지들을 마구잡이로 들쑤시고 다니니, 우리 조직은 더 이상 한국인들을 모집하지 않는다."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범행에 가담했다가 국내로 강제 송환 후 압송된 한국인 피의자들이 23일 오후 부산 동래경찰서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2026.1.23
ⓒ 연합뉴스
황하나, 승리 사건과 교민사회 반응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 수사관들이 캄보디아 전역에서 한국인 범죄자들을 일제히 검거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성과도 나왔다. 마약 관련 혐의로 캄보디아에 숨어 지내던 남양유업 외손녀 황하나가 돌연 자수를 선택한 것이다.

황하나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한국 수사망에 포착돼 체포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상태로 알려졌다. 이러한 압박을 감지한 그는 결국 지난해 12월 25일 한국으로 송환됐다.

그가 캄보디아에 숨어 지내고 있다는 사실은 교민사회에서 이미 공공연한 이야기였다. 벌건 대낮에 특정 한인 식당과 미용실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모습을 봤다는 제보도 적지 않았다. 체포 이전부터 그의 행적을 목격해 온 일부 교민들 사이에서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캄보디아가 진짜 범죄 소굴이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도대체 한국 경찰과 대사관은 이런 인터폴 수배자를 알면서도 왜 방치하고 있었느냐"는 불만과 분노가 잇따라 터져 나오기도 했다.

황하나 사건과 함께, 전 빅뱅 멤버 승리의 캄보디아 방문 체류 역시 교민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그는 과거 온라인 사기와 자금세탁 범죄로 유명한 천즈 회장이 운영한 프린스그룹 내 범죄조직 고위층과 어울렸다는 소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SNS 동영상 속 승리가 지드래곤을 캄보디아로 데려오겠다고 발언한 장소는 실제 프린스 그룹 소유의 클럽 바 '프린스 브루잉'이었다. 지금 이 곳은 프린스 그룹 소유였으나 이미 지난해 문을 닫은 상태다.

당시 교민들은 범죄 연루 전력이 있는 연예인이 캄보디아를 자유롭게 오가며 과시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깊은 분노와 허탈감을 느꼈다. 더욱이 버닝썬 사건 당시 승리가 '윤총장'이라고 언급했던 강남경찰서장이 과거 캄보디아 주재 대사관에서 경찰영사로 근무했던 인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민사회 일각에서는 이를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구심까지 제기됐다.

프놈펜에서 금융회사에 재직 중인 교민 남성규씨는 "과거 인기에 기대어 아무렇지 않게 이 나라를 돌아다니며 과시하는 모습을 현지 SNS나 뉴스를 통해 볼 때마다, 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평범한 교민들이 오히려 더 큰 부담과 시선을 감내해야 한다는 현실이 참담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 프린스그룹 천즈가 운영하던 프린스 브로잉 클럽 입구 전경 이곳은 전 빅뱅 멤버 승리가 파티에 참석했던 SNS 동영상 속 클럽으로, 낮에는 다소 평범해 보이지만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과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어우러져 주로 현지 젊은 파티광 고객들이 찾던 장소다. 지난해 문을 닫았다
ⓒ 박정연
태국과의 전쟁... 국내 언론의 편향보도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

지난해 5월부터 이어진 태국과의 군사적 긴장 역시 교민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는 요소였다. 프놈펜 교민 D씨는 "길을 걷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현지인들이 한국산 무기에 대해 알고 있어 몸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씨엠립 교민 김씨는 "(캄보디아 현지에서는) 태국이 한국 무기를 쓴다고 (한인들을) 비난하면서, (태국군이) 미국산 F16 전투기를 캄보디아와의 전쟁에 투입한 사실에는 말 한마디 없더라. 감히 현지에서 이런 얘기는 꺼낼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국내 언론의 무책임하고 편향된 보도 역시 교민들을 궁지로 몰았다. 일부 매체는 태국-캄보디아 충돌을 극단적으로 과장하고, 캄보디아를 '위험천국'으로 단순화해 보도했다. 뉴스 제목과 영상, 유튜브·SNS 콘텐츠에서는 "한국인 관광객 위험"과 같은 자극적 문구가 반복되면서 교민사회 심리적 부담을 증폭시켰다.

한 현지 언론인은 "부패한 권력층과 일부 재벌이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온라인 범죄 조직을 비호한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고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한국 언론이 일방적으로 우리나라를 마치 범죄집단처럼 묘사하고 모든 책임을 전가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지금 뉴스에서 보는 것처럼, 정작 자국민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캄보디아에 숨어든 한국인들 아니냐"라며 억울해 했다.

지난해 숨진 한국인 대학생 박모씨 사건 당시, 기자와 함께 현장을 취재했던 한 국내 취재진은 "한국인 대규모 송환 작전을 보면서 최근에는 더이상 캄보디아만 탓할 수 없다는 식으로 국내 시청자들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하지만 당시 우리 국민들이 받은 충격이 워낙 커서 캄보디아를 범죄도시 국가로 보는 시선과 편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프놈펜에 거주하는 교민들은 연이은 범죄 조직 검거 소식에 안도감을 느끼고 있으며, 한때 정든 씨엠립을 떠난 교민들도 다시 돌아갈 날을 꿈꾼다. 프놈펜과 씨엠립 교민사회는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도 희망과 회복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이들이 받은 상처 역시 쉽게 아물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범죄 수사와 검거가 정리되고, 정부와 교민사회가 협력해 경제적·사회적 회복을 이루는 날, 캄보디아 한인 공동체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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