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부동산 공급대책, 이번엔 '도심·속도·실행'을 걸었다

김종철 2026. 1. 2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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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정부, 서울 등 수도권 6만가구 공급 발표... 문재인정부와 사뭇 다른 부동산 대책

[김종철 기자]

 서울 아파트 전경
ⓒ 연합뉴스
"이번에는 다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나올 때마다 반복되던 이 말이 다시 등장했다. 대신 이번에는 조금 다른 맥락이다. 단지 숫자를 키우는 공급 약속이 아니라, "언제, 어디에, 어떻게 짓겠다"는 계획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작년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후속대책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네 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 등 10개부처가 29일 발표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은 이재명표 부동산 공급정책의 성격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신호다. 수도권 도심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모두 6만 가구(이미 발표된 물량 제외 시 약 5만2000 가구)를 공급하고, 이 가운데 상당수에 대해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간다는 일정표까지 제시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접근성이 좋은 도심 내 유휴부지 등을 활용해 청년과 신혼부부 등의 주거 안정을 위한 6만호의 주택을 신속히 공급 하겠다"면서 "빠른 주택 공급을 체감할 수 있도록 사업 이행 사항을 밀착 관리하고, 도심 공급물량을 추가 발굴해 공급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서울 외곽 신도시 대신 '도심 재편'... 문재인 정책과 다르다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
ⓒ 국토교통부
이번 정부 대책의 핵심 키워드는 '도심, 공공, 속도'다. 정부는 더 이상 외곽 신도시 중심의 공급 전략에 기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서울 용산을 비롯해 태릉CC, 과천 경마장, 성남·광명·하남 등 이미 수요가 검증된 도심과 준도심 공공부지를 전면에 세웠다.

우선 용산국제업무지구를 포함해 캠프킴·501 정보대 등 용산에서만 1만3501호가 지어진다. 캠프킴 부지의 경우, 용산공원 조성지구 내 녹지확보 기준을 합리화해 기존 공급물량(1400호)보다 늘어난 2500호를 2029년부터 착공한다. 서빙고초 앞 501 정보대의 경우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소형주택 150호가 공급된다.

또 장기간 진척되지 못했던 노원구 태릉 CC의 경우 6800호 공급에 나선다. 그동안 주민 반대의 주요 원인이었던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특단의 교통 대책도 마련한다. 태릉 CC는 세계유산과의 조화를 위해 중저층 위주의 집들이 계획되며 2030년부터 착공한다.

경기도도 수요가 높은 도심에 공급을 늘렸다. 과천경마장과 방첩사령부를 이전한 후 해당 부지에 9800호를 공급한다. 4호선 경마공원역, 경부고속도로 등 광역 도로망이 잘 돼 있다. 판교 테크노벨리 및 성남 시청과 가까운 성남금토와 성남여수에도 2030년부터 6300호 공급을 추진한다. 그 외 광명경찰서에 550호, 하남 테니스장 부지에 300호 등이 추진된다.

이들 지역의 특성은 모두 집이 지어지면 바로 수요가 붙을 곳들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비판 받았던 '먼 신도시, 늦은 입주' 모델과는 다른 선택이다. 이재명 정부가 공급의 양보다 '체감'을 우선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대목이다.

'공공 주도'의 귀환, 그리고 청년·신혼... "공급은 숫자가 아니라 시간"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공급촉진 관계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재정경제부
부동산 공급 방식 역시 명확하다. 공공 주도다. 국공유지 활용, 노후 청사 이전, 연구기관·군부지 재배치 등을 통해 토지 확보부터 개입한다. 여기에 청년·신혼부부를 주요 타깃으로 한 주택 유형 배치가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정부는 "청년층이 주거 걱정 없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도시"를 정책 목표로 내세웠다. 말은 익숙하지만, 이번에는 입지·물량·일정이 함께 제시됐다는 점에서 다르다. 적어도 정책 문서 안에서는, 과거처럼 '공급 의지'만 남고 실행이 증발하는 구조는 아니다 .

이재명표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간표 정치다. 언제 착공하고, 언제 공급이 시장에 나타나는지를 정책의 핵심 성과 지표로 삼겠다는 접근이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2026~2027년 인허가·사업계획 확정 → 2027년부터 순차 착공 → 2030년 전후 본격 입주라는 흐름을 제시했다. 이는 "공급은 장기 과제"라는 말로 정책 책임을 미뤄왔던 과거 정부들과는 다른 태도다.

물론 여기에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현 정부 임기 내 '착공 성과'를 반드시 남기겠다는 의지다. 실제 입주보다 착공을 중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은 '지어질 집'에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집값 잡겠다는 대신 집을 짓겠다는 정부, '이번에 정말 지어질 것인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 국토교통부
물론 이번 공급대책으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과열 양상이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해결해야 할 난제도 여전하다. 첫째는 지역 갈등이다. 서울 태릉CC, 과천 경마장 등은 이미 주민 반발과 정치적 논쟁을 겪어온 곳이다. 공공이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서 해묵은 갈등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둘째는 재원과 사업성이다. 현재와 같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공 부문에서 얼마나 비용 부담을 감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마지막으로 민간과의 관계 설정이다. 공공 주도만으로 수도권 주택 수급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이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규제 완화와 시장 자율에 방점을 둔 보수적 접근도, 투기 억제 중심의 수요 관리 일변도도 아닌 '공급 국가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말 대신, 집을 짓겠다는 계획을 들고 나온 정부. 그것도 도심 한복판에서, 시간표를 붙여서 말이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이번엔 정말 지어질 것인가. 이재명표 부동산 공급정책의 성패는 숫자가 아니라, 속도에 달려있다.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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