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시위' 전차교통방해 첫 유죄, 전장연 "김건희엔 솜방망이더니"

유지영 2026. 1. 2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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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 활동가들에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평화적 시위 할 수 있을지 문제"

[유지영 기자]

 장애인권 활동가들이 29일 오전 11시 50분 경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출근길 지하철 행동' '전차교통방해죄' 1심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유지영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행동'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끝내 유죄로 나왔다. 전장연 측은 "투쟁의 의미가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잘못된 판결"이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제35형사부(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는 29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405호에서 진행한 전차교통방해 등 혐의의 1심 선고 공판에서 ▲ 문애린 활동가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20만 원 ▲ 한명희 활동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만 원을 선고했다.

이는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행동에 전차교통방해 혐의가 적용된 첫 법적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휠체어에서 내려 기어가거나 출입문 열고 닫는 걸 방해하는 행위는 교통 방해를 초래하는 전형적인 행위"라며 "반드시 물리적인 손괴나 훼손에 해당하는 것이 있어야 전차교통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해 열차가 정해진 시간에 출발할 수 없고, 열차 운행에도 지장을 초래하게 돼 (교통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며 "의도적이고 직접적으로 전차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재판부, "사익 도모 아니"라면서도 집회 자유로 불인정

또다른 혐의인 도로교통법 위반과 관련해 재판부는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알리거나 비판하는 목적에서 의도한 것이고, 집회 자유를 넓게 보장해야 하는 측면을 고려한다고 해도 합법적인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지 않고 일정 시간 방해 행위를 한 데 대해 긴급성이나 불가피성, 보충성이 인정된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보았다.

재판부는 업무방해 혐의를 두고도 "열차 운행이 15~45분간 지연돼 운행에 지장을 초래한 것이 분명하고, 구체적인 행위와 방법을 고려할 때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시위 방식이 평일 출근 시간대 혼잡한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다른 시위 참가자들과 함께 승강기 안전문 사이에 전동휠체어 등을 끼워 출입문을 닫히지 못하게 하는 점은 위험성이 높은 방식으로 상당한 시간 동안 후속 열차들의 운행을 불가능하게 해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에 현실적인 장애가 발생했다"라고 밝혔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전동 휠체어가 위험한 물건이 아니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관해 속도, 부피, 무게 등에 비춰 보면 비록 그 물건이 거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이동 수단으로 사용되는, 사실상 신체 기능을 하는 필수적인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와 같이 가속해서 충격을 받을 경우 사람에게 상해의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음은 분명하다"라며 "그 사정에 비추어 보면 전동휠체어는 특수공무집행방해죄에서 정하고 있는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두 활동가의 집회·시위가) 개인의 사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며 "우리 사회 곳곳에 장애인이 형법상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기 어려운 환경이 존재하고,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제도가 있으며, 장애인의 실질적인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질 뿐만 아니라 실효성 있는 입법적, 행정적, 사회적, 교육적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두 활동가는 2022년 4월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을 촉구하며 여의도 도로를 점거하고, 시청역에서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전차교통방해, 업무방해, 도로교통법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당시 문애린 활동가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여의대로를 점거하면서 "대한민국에 장애가 있는 장애인은 40년 동안 집밖으로 단 한순간도 편하게 나오지 못하고, 집구석에서 맞아죽고 얼어죽고 그렇게 살고 있다"고 했다.

"장애인이 10년간 거리에 나오는 동안 국가는 뭘했나"
 2023년 9월 5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시청역 1호선 출근길 지하철 시위(자료사진).
ⓒ 복건우
검찰의 지난해 11월 구형(각 징역 3년에 벌금 20만 원, 징역 1년에 벌금 20만 원)에 비해 형량은 낮았으나, 재판부는 두 활동가 측이 무죄를 요구하며 근거로 내세운 헌법상 집회·시위의 자유 등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인단의 이수연 변호사(법조공익모임 나우)는 1심 선고 직후 취재진에 "전장연 투쟁의 의미를 주장했으나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현실이 아프다"며 "잘못된 판결이기에 잘 준비해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휠체어를 위험한 물건으로 본 것이 가장 좋지 않았다"라며 "열차 운행 지연을 전차교통방해라 인정한 것에 대해 앞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평화적인 시위를 할 수 있을지 문제가 크다"고 덧붙였다.

재판 직후 법원을 나와 취재진과 만난 문애린 활동가는 "어제(1월 28일) 국가를 뒤흔든, 나보다 더한 범죄자에게는 솜방망이 같은 판결(김건희 지칭, 징역 1년 8개월 실형)을 내려놓고, (내게는 징역 2년을) 판결했다"며 "장애인이 10년간 거리에 나오기까지 국가는 그동안 무얼 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명희 활동가 또한 "헌법재판소가 2002년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헌법 소원 심판에 국가의 책무가 없다고 판단하지 않았나. 이처럼 법원이 한참 뒤떨어진 장애 인식과 인권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절대 주눅들지 않을 것이다. 매일 아침마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진행되는 지하철 선전전은 다 기억하고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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