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률 '58%'…SK하이닉스, TSMC 제치고 100兆 시대 연다

김진영 2026. 1. 2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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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Q 매출 32.8조, 영업이익 19조 깜짝
HBM 수요 폭발에 TSMC OPM 앞질러
자사주 12.2조 규모 소각 등 주주환원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삼성전자, TSMC 등 경쟁사들을 웃도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글로벌 고객사들의 잇따른 러브콜로 고부가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공고히 한 데다 메모리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치솟은 여파다. 업계에선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올해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열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일등 공신은 HBM

29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32조8267억원, 영업이익 19조169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6.1%, 137.2% 증가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최대 실적이다. 분기 영업이익률 역시 58%로, 종전 최고기록인 2018년 3분기의 57%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간 매출액은 97조1467억원으로 전년 대비 46.8%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47조2063억원으로 같은 기간 두 배 뛰었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인 대만 TSMC의 영업이익률(54.0%)을 제친 것은 물론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전사 실적도 넘어서게 됐다. 이날 공개된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3조6011억원으로 전년보다 3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을 견인한 건 글로벌 인공지능(AI) 생태계의 '필수템'으로 자리 잡은 HBM(고대역폭메모리)이다.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이 AI 가속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SK하이닉스 제품을 향한 러브콜이 쇄도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최신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3E(5세대) 물량의 약 75% 납품하며 시장 1위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마이아 200 AI 가속기에도 단독 공급사로 최신 제품인 HBM3E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용 D램의 가격이 치솟은 것도 실적에 날개를 달아줬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PC용 D램(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14.81% 오른 9.3달러로 집계되며 조사 이래 처음으로 9달러를 넘어섰다.

SK하이닉스는 "D램 부문에서 HBM 매출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성장해 역대 최대 경영 실적 창출에 기여했다"며 "일반 D램도 10나노급 6세대(1c 나노) DDR5의 본격 양산에 돌입하고, 10나노급 5세대(1b 나노) 32Gb 기반 업계 최대 용량 256GB DDR5 RDIMM 개발을 통해 서버용 모듈 분야 리더십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낸드 부문 역시 상반기 수요 부진 속에서도 321단 QLC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하반기 기업용 SSD 중심 수요에 대응하며 연간 기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연합뉴스
이젠 6세대다…삼성과 HBM4 '진검승부'

지난해 HBM3E(5세대) 납품 경쟁에서 판정승을 거둔 SK하이닉스는 향후 반도체 공룡들의 격전지가 될 HBM4(6세대)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 등에 들어갈 HBM4 물량의 약 3분의 2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큰손' 고객들과 장기간 구축해온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향후 '커스텀 HBM'에서도 최적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삼성전자 역시 HBM4 납품에 사활을 걸고 있어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동작 속도 초당 11.7기가비트(Gb) 제품을 앞세워 엔비디아, AMD가 진행한 HBM4 관련 최종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삼성전자는 다음 달 업계 최초로 엔비디아에 정식 납품에 나서며 주도권 쟁탈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해 말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 분석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HBM4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4%, 삼성전자 28%, 마이크론 18%로 추정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일각의 피크아웃(정점에 이른 뒤 상승세가 둔화하는 것) 우려를 잠재우고 올해 내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메모리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가 상반기까지 이어지고, 반도체 산업의 업황 변동성(사이클)도 약화하면서 호황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영업이익 132조원 전망…반도체 슈퍼사이클

증권가에선 올해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미 AI 데이터센터 확산 속도를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론 AI, 피지컬 AI 등으로 응용 분야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어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올해부터 메모리 반도체는 빅테크 업체들의 AI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 자산으로 급부상하며 재평가될 전망"이라며 "2027년까지 향후 2년간 메모리 공급의 단기 증가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에서 예상을 상회하는 추론 AI 보급의 빠른 확산과 피지컬 AI, ICMS 등 AI 응용 분야 확대는 메모리 공급 부족을 심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2026년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7% 폭증한 132조원으로 추산하며, 목표주가를 95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상향했다.

SK하이닉스는 이처럼 기록적인 실적으로 확보된 재무 여력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제고에도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1조원 규모의 주당 1500원의 추가 배당을 결정해 기존 분기 배당을 포함한 결산 배당금을 주당 1875원으로 산정했다. 2025년 총배당금은 주당 3000원으로, 이에 따른 배당 총액은 약 2조1000억원 규모다. 아울러 지분율 2.1%에 해당하는 약 1530만주(12조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은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실적 성장을 창출하는 동시에, 미래 투자와 재무 안정성, 주주환원 간 최적의 균형을 유지해 나가겠다"며 "단순한 제품 공급자를 넘어 고객의 AI 성능 요구를 구현하는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 파트너로서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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