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생명줄인데… '조절형 튜브', 병원서 사라진 이유
의료계 "현실적인 보험수가 책정 필요"

◇일반 튜브보다 2~3cm 길어… 일부 환자에게 사용
기관절개 튜브는 환자가 자가 호흡을 하지 못할 때 긴급하게 성대 아랫부분의 피부부터 기도까지 인위적인 통로를 만들고 공기 공급을 유도하는 튜브다. 주로 두경부암 등으로 상기도가 폐쇄됐거나 폐 기능이 떨어져 가래를 스스로 뱉지 못하는 환자, 장기간 인공 호흡이 필요한 중증 호흡부전·신경계 질환 환자의 기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사용한다.
다만, 튜브를 장시간 사용하거나, 튜브가 맞닿는 위치에 염증·육아종·기도 협착이 발생한 환자는 일반 기관절개 튜브를 사용할 수 없다. 과도하게 비만하거나, 목의 구조가 수술로 인해 변형됐거나, 기도의 가장 깊은 위치에 협착이 생긴 환자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 해당 환자들은 일반 튜브보다 길이가 2~3cm 긴 '조절형 튜브(9~10cm)'를 사용한다.
조절형 튜브는 일반 튜브 대비 기도에 닿는 위치가 더 많이 낮아지고, 염증 등으로 인해 문제가 되는 기도의 위치를 회피해 사용할 수 있다. 장기간 사용으로 인해 튜브의 위치를 바꿔줘야 할 때 상하로 조금씩 밀어 넣거나 잡아당기면서 튜브 위치를 조절하는 데 용이하다. 국내산 제품의 경우 판매량이 워낙 적어 주로 유럽 또는 일본에서 제조하는 제품을 수입한다. 일부 품목의 경우 환자의 움직임에 따라 튜브가 꺾이면서 공기의 공급 통로가 좁아질 수 있는 위험을 피하고자 튜브 내에 와이어를 삽입해 탄성을 유지하도록 제조하기도 한다.
◇보험 단가 4만원 초반… 생산·수입가격에 못 미쳐
조절형 튜브는 국내에서 보험급여를 통해 사용할 수 있다. 업계·학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조절형 튜브의 보험수가(제조사 또는 수입사가 병원에 제품을 판매하는 금액)는 4만원대 초반이다. 환자는 전체 보험수가 중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담해 튜브를 구매하며, 나머지 80%는 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지불한다.
비교적 저렴한 금액에 구매할 수 있음에도 실제 조절형 튜브를 사용하는 환자는 많지 않다. 정확히는 조절형 튜브를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보험으로 인정되는 가격이 실제 생산·수입 비용보다 낮아, 기업 입장에서는 들여올수록 손해가 크게 나 생산이나 수입을 계속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와이어 없이 플라스틱으로만 구성된 튜브의 경우 생산 단가가 비교적 낮아 보험 수가에 맞춰 판매가 가능하지만, 이 역시 마진율이 낮아 코로나19 유행 이후 국내에서 단계적 철수를 시작해 현재는 단종됐다.
지금은 사실상 와이어가 들어가는 제품을 수입하는 회사만 남아 있는데, 이마저도 생산 단가와 무게로 인해 물류 비용이 높아져 제품 수입가가 정부가 책정한 보험수가를 상회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물류비용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유럽의 제조사가 지속적으로 큰 폭의 단가 인상을 요청하고 있으나, 수입 업체는 비정상적인 환율과 국내 정부의 정책을 이유로 단가 인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수입 업체는 급여를 통해 병원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으며, 환자에게 비급여로 개별 판매하고 있다. 이 경우 환자의 비용 부담이 커 판매량이 현저히 떨어진다.
◇치료 지연 문제 심각… 해외직구 시도하기도
문제는 비급여 구매 또한 수급이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제품의 해외직구를 고려한 환자들도 늘고 있다. 비교적 젊은 환자의 경우 본인이 직접 인터넷에서 구매하고, 인터넷 접근성이 낮은 고령 환자의 경우 자녀 등 보호자의 도움을 받는다. 다만, 국내 의료기기법은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지 않은 의료기기 판매 행위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의료기기 개별 해외직구는 현재 국내에서는 불법으로 경우에 따라 법적 조치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조절형 튜브 수급 불안에 따른 치료 지연 문제 또한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과 이상혁 교수는 "현재 병원을 통해서는 조절형 튜브를 구매할 수 없고, 환자 개인이 직접 삽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가 직접 튜브를 구해 병원에 가지고 와야 하는 상황이다"며 "환자가 병원에 왔는데 튜브가 없어 다시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가격 필요… 정부와 논의 예정"
의료계에서는 안정적인 병원 내 판매를 위해 현실적인 보험수가 책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같은 용도의 제품이라도 제품의 구조적 특징, 제조 국가에 따른 원가·물류비·환율 등을 충분히 고려해 현실적으로 가격을 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업계가 조절형 튜브의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예상 보험수가는 8만원대 후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정확한 단가까지는 알기 어렵지만, 지금은 업계가 조금의 손해를 보면 환자가 쉽게 병원에서 조절형 튜브를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정부와 논의도 계획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심평원 등과 협의해 조건부 급여, 환자의 급여 부담 액수 상향 등을 통해서라도 환자들이 조절형 튜브를 병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몇만 원짜리 재료가 제도적인 결함으로 인해 수입되지 않아 소수의 환자들이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며 "의료계에서도 보건복지부와 심평원 등 정부 기관과 협의해 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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