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재점화한 ‘특사경 논쟁’… 앞서는 금감원, 쫓는 금융위

박성영 2026. 1. 2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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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경제]
“금감원 특사경 수사권 부여 동의”
李 “금감원에 수사권 줘야” 결정타
“공권력 오남용 우려”… 갈등 여전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은 유보
게티이미지뱅크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 확대 여부를 둔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해묵은 갈등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감원은 소속 특사경이 자체적으로 범죄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권한인 ‘인지수사권’을 달라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위는 민간 기관에 과도한 수사권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 갈등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금감원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새국면을 맞는 모양새다. 대통령 말의 무게가 큰 만큼 금감원에 힘이 실렸지만, 금융위와의 물밑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인지수사권을 둔 갈등은 역사가 깊다. 금감원은 2019년 특사경 출범 당시부터 인지수사권을 요구했었다. 신속한 수사를 위해 금감원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혐의를 인지하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해야 하는데, 자칫하면 수사의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범죄 중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은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 개시가 가능하다. 이런 문제 해소를 위해 금감원은 금융위에 금융회사 검사, 불공정거래 조사, 기업 회계감리, 민생 금융범죄 대응 등 업무 전반에 대해 특사경 인지수사권을 부여해달라고 요청했었다.

금감원은 당시 금융위와 사전 협의 없이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하는 운영 방안이 담긴 집무규칙을 공개했다. 금융위는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금감원에 보내는 등 강하게 반발했고, 이후 수정안에서 인지수사권 관련 문구는 사라졌다. 그렇게 금융위 공무원 1명과 금감원 직원 1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된 특사경은 민간인 신분으로, 강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로 출발했다. 검찰이 지휘하고 금감원이 보조 수사기관으로 참여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처음부터 인지수사권을 지닌 채 출범한 금융위 특사경과 대조된다. 검찰의 자본시장 범죄 수사 과정에서 전문 인력 필요성이 제기되자 금융위는 2022년 자본시장조사단 내에 자체 특사경을 신설했다. 금융위 특사경은 혐의를 인지하면 즉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정반대 출발점에도 금융위는 금감원에 특사경에 대해선 인지수사권이 필요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인지수사권을 둘러싼 두 기관의 대립은 지난해부터 재점화됐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금감원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다. 금융위는 금감원이 주도권을 쥐고 수사하는 것은 특사경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했다. 금감원은 최근 ‘특사경 활용도 제고 방안’을 금융위에 전달했고, 금융위는 내부에 ‘금감원 특사경 관련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대응에 나섰다.

팽팽했던 줄다리기는 금융위가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면서 변화 국면을 맞았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 특사경 문제에 대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와 민생침해범죄 중 불법사금융에 한정해 인지수사권을 도입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며 “그 두 가지를 넘어서는 영역에 인지수사권을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금융위와 금감원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기류가 바뀌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공개적으로 “금감원만 인지 수사를 검사 승인을 받도록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그건 고치도록 해서 권한을 똑같이 주도록 하라”고 말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금융위가 금감원 특사경에 한정적인 인지수사권을 주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했지만, 내부 우려가 불식된 것은 아니다. 앞서 금감원은 공권력 오남용 우려에 대비해 금융위 및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 설치 등 자체 통제 장치도 제시했지만, 금융위는 금감원이 자체 심의기구를 통해 수사 개시 여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이후 양 기관의 논의 과정에서 금융위는 수사 범위, 통제 방법 등을 중심으로 세부 사항을 자세히 따져본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특사경 인지수사권 부여 문제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와도 맞닿아 있다. 금감원은 감독기관의 자율성과 중립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핵심 근거로 들며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일에 반대하고 있다. 과거 금융위는 이 논리에 동의하며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을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으나, 금감원 특사경 인지수사권 부여 논란 등을 계기로 의견을 바꿀 가능성이 열렸다. 이 위원장은 “금감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 필요성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통제 주체는 주무 부처(금융위)가 하는 게 실효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의견이 실제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 할 전망이다. 재정경제부는 29일 개최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금감원 입장에서 유리한 결정들이 이어지면서 금융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정도 안 되고 특사경 권한이 확대되면 기업 경영에 대한 간섭이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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