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모두가 부러워하지만…억대 성과급, 현금 잔치보다 RSU? [경영전략노트]
최근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평균 1억30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성과급 지급을 예고하면서 산업계 안팎이 들썩이고 있다. 연봉을 웃도는 보너스 소식에 직장인들의 부러움 섞인 시선이 쏟아지지만, 경영 현장의 시각은 복잡하다. 화려한 ‘돈 잔치’의 이면에 기업의 재투자 여력 축소와 장기적 경쟁력 약화 우려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이에 일회성 현금 대신 주식을 무상 지급해 기업과 직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성과 연동 주식 보상 제도 RSU(Restricted Stock Units,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잠깐용어 참조)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노란봉투법에 ‘하청 성과급’ 압박도
성과급은 직원 사기 진작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기업 성과와 연동해 직원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 우수 인재를 붙잡고 유치하는 무기가 된다. 문제는 보상 규모가 커져 기업 경영에 상당한 하중을 줄 때다. 특히 매년 수십조원의 설비투자(CAPEX)가 필요한 장치 산업에서 과도한 현금 유출은 미래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중에서도 반도체 산업은 숙명적으로 성수기와 비수기가 교차하는 ‘사이클(cycle) 산업’이다.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낸 호황기에 현금을 대거 방출하면, 정작 사이클이 꺾이는 비수기에 대비할 재투자 재원이 소모된다.
노무라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관세 면제를 위해 2030년까지 향후 4년간 100조∼120조원 규모의 현지 투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정부가 한국, 대만 등 주요 반도체 생산국을 향해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도 올해 신년사에서 “기술 우위와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충분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 단기 성과보다 지속가능한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그렇다고 비수기에 접어들어 보상 규모가 줄어들면 직원 이탈이 가속화돼 기술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즉, 호황기의 무분별한 보상이 불황기의 인재 유출을 부추기는 악순환의 단초가 되는 셈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침체기였던 2023년 각각 약 15조원, 8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성과급을 한 푼도 지급하지 못했다.
여기에 제도적 변화가 불을 지폈다. 오는 3월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은 원청 기업의 사용자 책임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대기업이 본사 직원들에게만 거액의 보너스를 줄 경우, “우리도 수익 기여도가 있으니 성과를 공유하라”는 하청 및 협력사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한화오션이 하청 직원들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성과급 지급 비율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다른 기업에도 거대한 비용 압박으로 다가왔다. 본사 직원뿐만 아니라 수만 명에 달하는 협력사 임직원까지 동일한 수준의 현금 성과급을 지급하면, 지속 성장을 위한 재투자 재원 소모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RSU, 기업과 직원 이해관계 일치
단기 성과 대신 장기 보상해 근속 유도
본사 직원은 물론, 협력 업체 직원 성과급을 포함한 사회적 책임과 비용 효율성까지 고려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 이에 최근 대안으로 주목받는 성과 보상 방식이 RSU다. RSU는 일정 기간(보통 3~10년) 근무하거나 특정 성과 목표를 달성하면 주식을 주는 제도다. ‘주식으로 보상한다’는 점에서 스톡옵션과 비슷하지만, 스톡옵션은 나중에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고, RSU는 일정한 조건 아래 주식을 무상으로 증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RSU의 가장 큰 장점은 기업과 직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킨다는 점이다. 당장의 대규모 현금 유출을 막아 기업의 재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식 가치가 오를수록 직원의 보상도 커지기에 직원을 ‘주주’의 관점에서 기업가치 제고에 몰입하게 만든다. 성과급만 좇아 호황기에 입사했다가 불황기에 퇴사하는 ‘메뚜기’ 이직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반도체 거인 엔비디아(NVIDIA)가 대표적인 성공 모델이다. 엔비디아는 신규 채용부터 파격적인 RSU를 제시해 직원들을 ‘부의 공동체’로 묶어냈다. 주가 폭등과 함께 엔지니어들이 억만장자 반열에 오르며, 엔비디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이직률이 낮은 기업 중 하나가 됐다.
국내에서도 RSU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RSU의 일종인 PSU (Performance Share Units, 성과연동주식보상)를 도입, 성과 보상의 장기화를 꾀하고 있다. PSU는 당초 임원에게만 적용했지만 최근 주가가 급등하자 직원까지 확대 적용하는 내용의 ‘2025년 임직원 성과급 주식 보상안’을 공지했다.
한화그룹은 책임경영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 2020년 국내 상장사 가운데 처음으로 RSU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2024년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한화솔루션 5개 주요 계열사의 팀장 1116명을 대상으로 우선 도입한 결과, 976명(88%)이 기존 팀장 수당 대신 RSU를 선택했다. 네이버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RSU를 도입해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최근에는 제조·중화학 분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에코프로와 포스코퓨처엠은 이차전지 핵심 인재 수성을 위해 RSU를 적극 활용한다. 두산그룹은 주요 계열사 경영진 보상 체계를 RSU 중심으로 개편했다. CJ ENM 역시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창작자들에게 주식 보상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에 비해 국내 RSU 도입이 부진하다며 적절한 세제 혜택을 통한 확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경영학회는 ‘한국 기업의 RSU 활용 쟁점과 대안: 한·미·일·독 간 비교 연구’를 주제로 학술세미나에서 상장기업 RSU 도입 비율이 15~65%에 달하는 미국, 독일, 일본과 달리 한국은 0.6%(2023년 기준)에 그친다고 짚었다. 한국경영학회는 “스톡옵션의 경우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반면 RSU는 아직 특별한 세제 혜택이 없다. 향후 RSU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적절한 세제 혜택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잠깐용어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 성과 달성이나 장기 재직을 조건으로 내걸고 지급하는 주식. 지급 시점이 몇 년 뒤로 설정되어 있어 단기 성과주의를 방지하고 대주주의 책임 경영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최근 삼성, 한화 등 주요 그룹사에서 성과급 시스템의 대안으로 속속 도입 중이다.
[노승욱 기자 noh.seungwook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5호 (2026.01.28~02.03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현대글로비스 36만원 간다?…KB證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가치만 14조” [오늘, 이 종목]- 매경EC
- SK하이닉스, 모두가 부러워하지만…억대 성과급, 현금 잔치보다 RSU? [경영전략노트]- 매경ECONOMY
- ‘26만전자’까지 등장했다···SK證 “삼성전자 올해 영업이익 180조원” [오늘, 이 종목]- 매경ECO
- [속보]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20조…국내 기업 사상 최대 실적- 매경ECONOMY
- 알테오젠 흔들리자 에코프로비엠 추격…코스닥 시총 1위 ‘접전’- 매경ECONOMY
- 24만전자 무리없다?…삼성전자 낙관론에 ‘훨훨’ [오늘, 이 종목]- 매경ECONOMY
- “SK하닉 부러워요”···삼성전자 계열사 성과급 ‘극과 극’- 매경ECONOMY
- 동물 대신 AI로…신약 개발 판이 바뀐다- 매경ECONOMY
- ‘조각투자’ 시장 안착은 언제나…잘 풀리면 360조?- 매경ECONOMY
- 광산주 넘어 원전 생태계 아우르는 ‘플랫폼’ 어디? [미장 보석주]- 매경ECONO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