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 항암제 효과 없는 난소암 환자, ‘엘라히어’가 대안 될 것”

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이재관 교수는 28일 서울특별시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한국애브비 난소암 신약 '엘라히어' 허가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엘라히어는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가 개발한 백금저항성 난소암 치료용 항체-약물 접합체(ADC)로, 국내에서 지난달 12월 허가됐다. 이전에 1~3가지의 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엽산 수용체 알파(FRα) 양성이면서,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이 듣지 않는 성인 난소암·난관암 또는 복막암으로 전이된 성인 환자에서 단독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백금 저항성 환자, 예후 유독 나빠"
난소암은 난소, 나팔관, 복막 등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국내 주요 여성암 중 예후가 가장 나쁜 축에 속한다. 특별한 초기 증상이 없고 조기에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전체 환자의 70%가 3~4기에 해당하는 '진행성 난소암'으로 처음 진단받는다. 이로 인해 5년 상대 생존율이 65.8%로, 유방암(89%)·자궁체부암(79.9%) 같은 다른 여성암 대비 낮다. 난소의 개방적인 구조로 인해 복막암으로 원격 전이된 사례가 많으며, 암이 전이된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44.4%다.
진행성 난소암은 수술과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으로 1차 치료가 이뤄지지만, 치료를 받더라도 재발 가능성이 크고, 재발을 거듭할수록 다음 재발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짧아진다. 특히 치료를 거듭할수록 백금 기반 항암제에 내성이 생기는 '백금 저항성 난소암'으로 이어진다. 이재관 교수는 "난소암 환자의 70%가 치료 후 3년 내에 재발하고, 5명 중 한 명은 1차치료 후 백금 저항성이 생겨 예후가 나빠진다"며 "백금 기반 치료에 저항성을 보이는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할지가 지난 30년간 의료진들의 가장 큰 숙제였다"고 말했다.
이재관 교수는 엘라히어가 환자들의 예후를 개선할 선택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엘라히어는 난소암 환자의 60~100%에서 발현되는 단백질인 FRα를 표적으로 하는 ADC다. 로슈진단의 동반진단검사 'VENTANA FOLR1 (FOLR1-2.1) RxDx Assay'를 통해 종양 세포의 75% 이상에서 염색 강도가 2+(2점) 이상으로 확인된 경우 FRα 양성으로 판정해 엘라히어를 처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전체 난소암 환자의 약 35~40%가 FRα 양성으로 추정된다"며 "동반진단검사를 통해 FRα 양성 여부를 미리 확인하면 백금 저항성 난소암으로 이어졌을 때 효과적인 후속 치료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엘라히어, 효과 지속 기간 길고 순응도 대체로 좋아"
엘라히어는 백금 저항성 난소암에서 유의미한 생존 데이터를 확인했다. 허가의 기반이 된 임상 3상 시험 'MIRASOL'에 따르면, FRα 양성으로 이전에 최대 3가지 항암 치료 경험이 있는 백금 저항성 난소암 환자에게 엘라히어 단독요법을 사용한 결과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이 비(非)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대비 35% 낮았다. 병의 악화 없이 생존한 기간인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도 엘라히어가 5.62개월로 대조군 3.98개월보다 더 길었다.
연구에 참여한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이정윤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객관적 반응률(환자가 치료에 반응을 보인 비율) 지표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종양의 크기가 줄어들면 복막 전이가 풀리면서 증상이 사라지고, 수면·식사 등 일상생활이 가능해진다"며 "반응이 상당히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오래 누리는 데 도움 된다"고 말했다.
다만, 엘라히어는 연구에서 시야 흐림·각막병증 등 안과 질환이 이상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치료 전 안과 검사를 통해 질환 보유 여부를 미리 확인하며, 환자들에게 콘택트렌즈를 사용하지 말고 인공눈물을 잘 사용하도록 교육한다.
증상 자체가 투약을 중단해야 할 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대신 약제 부작용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는 안과와의 협진을 통해 증상을 조절하고, 투여 용량을 줄일 수 있다. 이정윤 교수는 "투약 용량은 체중 1kg당 6mg로 시작해서 4mg/kg까지 최대 두 번 1mg씩 감량할 수 있다"며 "항암 치료가 워낙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임상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들의 안과 이상 반응에 대한 순응도는 대체로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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