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은 무슨 향이 날까? 아르마니 프리베와 함께한 홍경 인터뷰



홍경이 지나온 수많은 작업을 보며 느낀 감상이 있었어요. 어떤 것이든 세심하게 접근하고 결과물을 만들어오고 있다는 거죠. 〈코스모폴리탄〉과의 첫 화보 작업은 어땠어요?
저는 무엇이든 처음을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도가 깊은 편이에요. 〈코스모폴리탄〉도, 향수와의 작업도 처음이거든요. 모든 것이 처음인 현장에서 편안하고 재미있게 작업했어요.
아르마니 뷰티의 프리베 오랑쥬 메디테라네, 프리베 테 울롱 2가지 향수와 함께했죠. 촬영 전 향수를 직접 사용해보는 시간도 가졌잖아요. 처음 이 향과 마주한 순간 기억하나요?
사실 처음 이 향수를 만났을 때 몸 컨디션이 그리 좋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되레 좋았던 게 있어요. 컨디션이 평소보다 좋지 않은 상태여서 그런지 향이 더 예민하고 기민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오랑쥬 메디테라네, 테 울롱 모두 적절하게 선을 타는 듯한 느낌이 참 좋았어요. 엄청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선을 잘 지키고 있달까요. 그게 저에겐 무척 중요해요. 향뿐만 아니라 어떤 걸 보고 대할 때 일차원적으로 느껴지는 것보다는 레이어들이 쌓여 만들어내는 분위기나 느낌에 마음이 가죠. 오랑쥬 메디테라네와 테 울롱에서 층층이 쌓인 향이 느껴져 신기했어요.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적절한 선을 유지하기 위한 홍경만의 방법이 있나요?
특별한 무언갈 하기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꼭 가지려 해요. 그 시간이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때론 외롭거나 힘들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는데, 그럴 땐 그 감정이 흐르도록 기다려요. 그러고 나면 혼자 있을 때의 장점이 찾아오거든요. 견디고 난 후 찾아오는 다음 순간이 좋아요.


이 향과 함께한 시간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장면이 있다면요?
오늘 날씨가 정말 좋았잖아요. 맑은 날씨와 자연광을 느끼며 촬영하다가 해가 지는 모습을 함께 본 그 순간이 강렬하게 남아 있어요. 이렇게 추운 날엔 하늘빛이 형형색색으로 변해가는 게 눈에 보이는데, 그 순간에 저희 모두 열심히 촬영했잖아요.(웃음) 너무나 뿌듯하고 좋았죠.
향은 내 취향을 담거나, 그래서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기 위한 매개가 되곤 하잖아요. 지금 이 순간의 홍경을 하나의 향수로 담을 수 있다면, 어떤 향이 떠오를까요?
와, 너무 어려운데요.(웃음) 특정한 향의 이름보다는 편안한 느낌을 주는 향들이 떠올라요. 추상적이라 설명하기 좀 어렵지만, 너무 과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은은한 향. 자기 색깔은 드러내되, 그 강도가 너무 강하지 않은? 자신을 적당히 감추는 향이 떠올라요. 그게 지금의 제 상태와 맞닿는 것 같기도 하고요. 지금처럼 추운 겨울날엔 편안하게 제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는 향을 찾게 돼요.
자기 색은 드러내되 적당히 감추는 향, 홍경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도 닮아 있나요?
네, 저는 무엇이든 제 상태와 저를 둘러싼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고 느껴요. 일에 있어서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할 때도 그런 점을 떠올리죠.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일도 필요하겠고요. 맞아요.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것들을 항상 고민해요. 매번 그걸 생각하고 답을 내리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러려고 노력하죠. 어떻게 보면 그러려고 하지 않아도 이제 제 몸이 그렇게 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연초는 그 고민이 깊어지기 쉬운 시기기도 하잖아요.
그러게요. 저 스스로가 워낙 단순하지 못해 카메라 앞에 서기 전까진 너무나 많은 생각이 복잡하게 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이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충실하자고 되뇌려고 해요. 그래야 제 마음도 평온해지는 것 같고요. 사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거밖에 없기도 하니까….(웃음)
요즘 무엇에 몰두하고 있을까 궁금하던 참이었는데, 그 생각에 한창이겠네요.(웃음)
네, 너무나 명확해요. 어떻게 하면 지금 내 마음이 요구하는 것과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일치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죠. 제겐 이 일이 너무 소중하고 좋아서, 어떻게 하면 맹렬히 원하는 것들을 온전히 펴낼 수 있을까. 이런 화두가 지금의 제겐 가장 중요한 일로 다가와요.


홍경 씨가 맹렬히 원하고 있는 건요?
그건… 말하기엔 너무 쑥스러워서(웃음) 앞으로 만날 작품으로 보여드릴게요.
작품과 작품 사이에서 홍경이 남긴 말 중 몇 가지 단어가 눈에 들어왔어요.
와, 정말요?
하나씩 나열해볼게요. 20대, 불안, 사랑, 순수함.
그러니까요. 저도 돌아보면 아주 오랜 기간 같은 말을 했거나, 완전히 같진 않더라도 비슷한 류의 말을 많이 했더라고요. 그만큼 내가 원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말씀하신 단어 모두 뜨거움에 대한 것들이고,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제 이상향이기도 하죠. 그곳에 닿기 위해 발버둥치다 보니까 표현한 단어들 같은데요, 저는 제가 가고자 하는 길, 이루고자 하는 것들이 굉장히 명확하게 있어요. 그건 지금도 여전하고요. 어쩌면 그 열망은 더 커졌을지도 모르겠어요.
20대의 한가운데에 있던 홍경, 20대 끝자락의 홍경. 20대의 순간순간을 맹렬하게 경험하고 기록하고자 하는 마음이 여러 곳에서 느껴졌어요. 이 시기는 왜 이리도 강렬한 각인을 홍경에게 남겼을까요?
젊음은 나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말은 전적으로 동의하고 마음에 새기고 있지만, 20대라는 시기는 특별한 것 같아요. 위대해지고 싶고, 독보적이고 싶은 나이. 그 마음이 뿜어내는 힘이 있잖아요. 그게 제 안에도 있었죠. 위대해지고 싶지만 완전하지는 않은 나이. 그래서 어떻게 보면 방금 얘기한 불안, 순수함이라는 단어가 20대의 다른 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괴리에서 오는 충돌, 방황도 있기 마련일 테고요. 그 시간은 어떻게 지나온 것 같아요?
결국 모든 건 불편하고 괴로움이 따르는 과정의 연속 같아요. 아까 디지털 콘텐츠 촬영할 때 피아노를 왜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비록 잘 치진 못하지만, 피아노를 칠 때 즐거운 한편 괴로움이 함께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그건 연기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모든 일은 어쩔 수 없이 괴로움이 수반되는 게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결국 그 과정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전 거기서 두려움이 생기는 것 같거든요. 그 괴로움을 딛고 잘해낼 수 있을까, 못 해내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 때문예요. 최근에 그런 글을 봤어요. 결국 제일 괴로운 건 나의 불안과 걱정이 만들어내는 상상이라고.


고통을 감내하는 홍경의 방법은요?
저는 ‘인풋’인 것 같아요. 위대한 예술가들이 남긴 것을 보면서 끊임없이 자극받고 섭취하는데, 너무나 큰 힘을 줘요. 그건 제가 일을 대할 때, 겁 없이 도전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동력이기도 해요. 내가 바라보는 이상향이 명확하게 있다는 사실이 큰 위안을 줘요. 위대한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죠.
그래서 홍경 씨 곁에 늘 영화와 책과 음악을 두나 봐요.
맞아요. 사실 클래식은 잘 알지 못하지만, 직관적으로 좋은 음악이 있다면 어느 쪽이든 따라가서 들어요. 영화 음악, 사운드트랙도 너무나 좋아하고요.
아까 말한 피아노는 어때요?
고통을 수반하지만, 내가 즐겁기 위해 시작한 취미잖아요. 잘 치지 못해 이야기하는 게 사실 쑥스러운데, 언젠가 작품에서 여태껏 보지 못했던 것들을 만들고 싶은 의지가 있어서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 좀 ‘기깔’나는 걸 해볼 거예요. 말로 뱉어야 지킬 테니까 여기에 남겨둘게요.(웃음)


뜨겁고 치기 어린, 반항아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죠.
20대에 〈약한영웅 Class 1〉이나 〈결백〉 〈D.P.〉와 같은 작품을 할 때 그 나이대 배우들이 하는 것과는 다른 케파를 내보자는 마음이 있었어요. 훨씬 더 도전적이고, 모난 것들. 내 마음이 원하는 것보다 내가 불편하게 할 수 있는 것들 말이죠. 그 이후에 만난 〈청설〉이라는 작품을 통해서는 아까 우리가 이야기한 순수함을 좀 더 표현해보고 싶었고요. 시기별로 최대한 저에게서 멀어진 인물을 만나고자 했어요. 거기서 조금씩 다시 돌아오면서 20대라는 시기가 주는 감정들을 남기고 싶었고요. 그렇게 20대 끝자락에서 〈굿뉴스〉를 만났죠. 그동안 차근히 만들어온 20대라는 세상의 끝자락에서 만난 이 작품은 앞으로 제가 나아갈 길에 확실한 첫걸음이 돼주리라 생각해요. 그래서 굉장히 각별한 작품이에요.

첫걸음을 뗀 30대의 시작은 어떻게 다가와요? 20대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변화도 혹 있어요?
정말 솔직하게, 20대 초반과 같은 감정을 느껴요. 이건 마냥 긍정적인 감정만은 아니에요. 뭐랄까 형용하기 어려운 답답함이 있는데, 그게 제 안의 열망을 더 키워주는 것 같기도 해요. 변화를 찾는다면 20대 초반과 비슷하지만, 이제는 다른 형태로 명확해진 열망을 느껴요. 연기는 매번 저를 증명해야 되는 일이고, 거기서 오는 싸움들이 있을 테니 잘 이겨내보자란 마음으로 집중하고 있어요. 제가 20대 때 미처 이르지 못한 곳에 30대엔 부디 도달하길 바라면서 달려가봐야죠.
2월이면 생일이 다가오잖아요.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선물이 있나요?
제 곁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그 시간들로 2월을 채울 수 있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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