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던 유학생과 교회, 동행은 길이 됐다
서욤보 몽골 밝은미래교회 목사와 서울광염교회의 20여년 동반자 선교

서울의 수은주가 영하 10도 아래로 곤두박질친 26일, 노원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알탄소욤보 사와르자(50·이하 서욤보) 몽골 밝은미래교회 목사와 아내 출룬바타르 게른차츠랄(49·차차)씨는 가벼운 외투 차림으로 환하게 웃었다. “몽골은 요즘 영하 45도예요. 이 정도면 산책하기 딱 좋은 봄날이죠.”
이들의 여유는 단순히 날씨 때문이 아니다. 20여년 전 갈 곳 없는 유학생으로 서울광염교회(조현삼 목사) 로비에 덩그러니 앉아 있던 청년 부부가 이제는 몽골 전역에 20여개 교회를 세우고 세계 12개국에 선교사를 파송하는 현지 교회 지도자가 되어 돌아왔기 때문이다.
부부와 서울광염교회의 만남은 예고 없는 방문에서 시작됐다. 2000년대 초, 몽골 선교사인 권오문(59) 몽골국제대(MIU) 총장 손에 이끌려 서울광염교회를 찾은 서욤보 목사는 약속도 없이 교회 로비에 앉아 조현삼 목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낯선 몽골 청년을 본 조 목사는 권 총장에게 “저분은 누구냐”고 물었다. 유학을 준비 중이라는 사연을 들은 그는 즉석에서 청년을 방으로 불렀다.
“여기저기 다니다 거절당하지 말고, 우리 교회가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조 목사는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다. 서욤보 목사를 부교역자로 받아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했고 도봉구에 작은 사택도 마련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한국에서 학업과 사역을 병행하던 중 큰딸 세흐나가 4살 나이에 암 진단을 받았다. 치료 과정에서 시력을 잃었다. 그때 서울광염교회 성도들이 부부를 도왔다. 차차 사모는 “그 돌봄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며 “우리는 도움을 받은 게 아니라 가족을 얻었다”고 말했다.
딸은 이후 몽골국립대 정치학과에 진학했고 현재는 공공기관에서 일하며 장애인 인식 개선과 사회 제도 변화를 꿈꾸고 있다.
서욤보 목사의 공부가 끝나고 몽골로 돌아갈 무렵 서울광염교회는 공식 파송 선교사로 이들을 세웠다. 이후 20년 넘게 매달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돈과 마음은 보내지만 사역의 방향이나 방식은 현지 판단에 맡겼다. 조 목사는 “교회가 계획을 짜고 지시하는 선교가 아니라 가고 싶은 사람이 가고 교회는 그 길을 함께 걷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 신뢰 위에서 부부는 몽골 현지에 예배 공동체를 세웠다. 현재까지 밝은미래교회를 포함해 20여개 교회가 문을 열었다. 알코올 중독자와 노숙인, 농촌 취약계층을 돕는 구제 사역도 이어졌다. 이밖에 6개국에 선교사를 파송했다. 타 교회와 협력한 사역까지 합치면 12개국에 이른다. 서 목사는 몽골 목회자 네트워크(MMP)를 조직해 현지 교회가 직접 선교사를 세우고 지원하는 구조도 만들었다.
이번 방한 기간 서욤보 목사는 딸의 치료와 더불어 서울 곳곳의 몽골인 교회를 찾아 설교했다. 공장과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 유학생까지 한국에는 약 5만명의 몽골인이 체류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서울에 외국인으로 등록한 몽골인만 1만명이 넘는다. 서욤보 목사는 “중랑구와 노원구 일대는 몽골인 밀집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지금 한국에 와 있는 몽골 사람들은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라 언젠가 함께 사역할 동역자들”이라고 말했다. 적지 않은 이들이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교회를 다니고 귀국 후까지 신앙을 이어간다. 일부는 서욤보 목사처럼 사역자의 길을 걷는다.
서욤보 목사의 눈에는 그들이 25년 전 자신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그는 “한국 선교사들의 헌신이 몽골 교회를 세우는 데 결정적이었다”며 “지금 한국에 와 있는 몽골인들과 교회가 관계를 맺는다면 몽골 곳곳에서 또 다른 열매가 맺힐 것”이라고 말했다.
조 목사는 서욤보 목사와의 동행을 선교 전략이라 부르지 않는다. 조 목사는 “우리는 특별한 철학이 있는 게 아니다. 하나님이 마음 주시는 사람과 그냥 함께 걷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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