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흔든 건 트럼프인데... 국민의힘은 왜 이재명 정부를 겨누나

박성우 2026. 1. 28.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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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외교 참사라면서, 잘못한 트럼프는 외면하는 국민의힘

[박성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을 떠나 워싱턴으로 향하는 에어포스 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6일(현지시간)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인 발표는 충격적이었다. 한미 양국 정부 간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지 석 달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가 미국과의 합의를 지키고 있지 않다"며 국회를 비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국회가 지난해 11월 26일 발의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 이른바 대미투자특별법을 아직 통과시키지 않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해당 법안이 발의된 직후 이를 근거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에게 관세 인하를 2025년 11월 1일로 소급 적용해줄 것을 요청했고, 미 정부는 이를 수용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4일, 자동차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로 인하하고 이를 소급 적용한다는 내용이 미국 연방 관보에 게재됐다.

이미 두 달 전 대미투자특별법 발의를 전제로 한 관세 인하에 미 정부가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국회를 언급하며 관세를 재인상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미 전략적 투자 MOU에 "분쟁 시 상호 협의" 명시돼 있어

한미 전략적 투자 MOU를 살펴보면 "미국과 한국은 본 양해각서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하기 전에 필수적인 국내법 제정 절차를 이행할 필요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각자의 국내법 준수 과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불일치 또는 분쟁의 해결'이라는 단락에서는 "미국과 한국은 본 양해각서의 해석 및/또는 이행으로 인해 양국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불일치 또는 분쟁을 가능한 최대한으로 상호 협의를 통해 우호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시각으로 새벽, 한국 정부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SNS를 통해 일방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행위가 '상호 협의를 통한 우호적 해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 정부 당국자들조차 선뜻 동의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우리는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비판 수위를 낮춘 배경이기도 하다.

대미투자특별법 반대해놓고 "외교 참사" 주장한 국민의힘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은 한미 양국이 서명한 MOU의 내용에 비춰보더라도, MOU 체결 이후 양국 간 합의 이행 과정을 되짚어보더라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따라서 비판의 화살은 자연히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야 마땅하다.

비난의 대상이 된 국회 역시 대미투자특별법에 대한 입법을 신속히 추진하되, 이번 사태의 본질이 국회의 늑장 대응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에 있음을 국민에게 설명했어야 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대미투자특별법을 반대해왔던 국민의힘의 반응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두고 '국회 비준 없이 밀실에서 처리한 무책임한 외교 참사'라며 이재명 정부를 비판했다.
ⓒ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지난 27일 이번 사태를 "이재명 정부의 졸속 통상 외교의 민낯"이라고 규정하며 "국회 비준도 없이 밀실에서 처리한 무책임한 외교 참사"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이번 한미 전략적 투자 MOU는 국제법상 조약이 아닌 정부 간 행정적 합의로,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회 비준도 없이 처리됐다'는 비판은 법적 구조를 오해한 주장에 가깝다.

이해하려 해도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다. 관세 인상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미국과 관세 합의를 맺어야 한다는 점은 여야를 떠나 당시 모두의 바람 아니었나. 전략적 투자 MOU를 체결하고 팩트시트를 공동 발표한 날, 대통령이 직접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합의 내용을 국민에게 설명하지 않았나. 이것이 어떻게 '졸속'이 되고 '밀실 처리'가 될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장동혁 대표의 발언은 더욱 심각하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트럼프는 약속을 어긴 사람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핫라인 번호를 받았다고 좋아하는 철없는 총리,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의 입법을 탓하며 화만 내는 대통령. 그 사이 국민 지갑에는 25% 관세 폭탄이 떨어졌다"고 적었다.

장 대표의 글만 보면 마치 한국 정부가 약속을 어겼고,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당하게 항의하는 것처럼 읽힌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대로 사실관계는 전혀 다르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아니라 국회를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한 해명부터 하는 것이 먼저였음에도, 장 대표는 대통령과 총리에게 책임을 돌리는 데만 급급하다.

지금 장 대표와 국민의힘이 분개하며 비판해야 할 대상은 이 대통령이 아니라 동맹국과의 약속과 합의를 일방적으로 뒤집으려 한 트럼프 대통령이다. 야당으로서 정부의 미흡한 점을 지적하고 보완책을 요구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도 다 순서가 있는 법이다.

잘못을 저지른 외국 정상에게는 비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자국 대통령만을 향해 부당한 비난을 퍼붓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과연 국민의힘이 한국 정치인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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