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라해 보이는 순간을 평화롭게 지나는 법 [아미랑]

김태은 드림(서울여자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2026. 1. 2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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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치료를 받다 보면 외모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암이라는 큰 병을 앓으면서 외모 변화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외모 변화에 너무 집중해 초라함과 우울함에 빠질 필요는 없지만 저는 실망스럽고 속상해지는 또 힘든 마음에 대해 "그래, 그럴 수 있어" 하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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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 예술을 만나면>
김태은 교수 그림
항암 치료를 받다 보면 외모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치료받는 과정에서 머리가 빠지기도 하고 얼굴색이 창백해지고 입술이 색이 옅어집니다. 인식하지 못하고 지내다 문득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거나, 지하철에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난히 초라해진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암이라는 큰 병을 앓으면서 외모 변화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일상에서 순간적으로 느끼는 울컥 올라오는 감정은 정말 다릅니다.

외모 변화에 너무 집중해 초라함과 우울함에 빠질 필요는 없지만 저는 실망스럽고 속상해지는 또 힘든 마음에 대해 “그래, 그럴 수 있어” 하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할 수 있을까요?

호스피스 병동에서 뵈었던 60대 환자분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그 환자분께서는 손주들이 올 때에 맞춰서는 손주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모자를 쓰고 기다리셨습니다. 고등학교 동창들이 면회를 올 때는 꽃무늬 비니를 쓰는 등 하루에도 몇 번씩 모자를 썼다 벗기를 하셨습니다.

이러한 환자분의 모습에 의료진들과 주변 환자분들은 멋쟁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지만, 환자의 옆을 지키는 딸은 때때로 그런 엄마를 향해 “그만 좀 해라, 그거 다 아무 소용 없다”고 핀잔을 주기도 했습니다. 환자분은 웃으며 “손주들이나 친구들의 마지막 기억 속에 나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예쁘게 보이고 싶다”고 했습니다. 평생 미용실을 운영하며 홀로 아이 둘을 키워낸 환자에게는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신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면회를 오는 사람들에 맞춰서 모자를 골라 쓰는 것뿐이었습니다.

제한된 병원 생활 속에서도 이 작은 선택들은 환자에게 생기를 불어넣었습니다. 환자의 임종기에 들어서서 더 이상 모자를 골라 쓰는 일이 불가능해졌을 때 환자분은 저에게 “이렇게 누워서 선생님을 맞아 미안해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꽃무늬 화려한 모자는 없지만 맑은 눈빛과 미소는 여전하시네요. 여전히 멋쟁이세요”라고 말씀드리자, 환자분은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투병 중에 외모를 가꾸는 일이 결코 부질없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의 나에게 나다움을 지켜주는 작은 돌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주 사소해 보여도, “나는 아직 나구나” 하고 확인하는 방법이 되기도 하지요.

너무 지치고 기운이 없으신가요. 거울 속의 내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큼 힘겨우신가요. 제가 오랜 시간 많은 환자분을 뵈면서 혈색이나 옷차림과 상관없이 오래 기억하게 되는 것은 밝은 눈빛과 따뜻한 미소였습니다.

지금의 나를 화려하게 꾸밀 수 없더라도 괜찮습니다. 오늘은 거울 속의 나를 조금 더 맑은 눈빛으로 바라봐 주세요. 가능하시다면 자신을 향해 윙크도 한번 찡긋 날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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