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보다 성품” 이 교회가 아이들을 키우는 방식
<61> 박정배 더빛교회 목사

“안녕하세요.”
최근 방문한 경기도 용인 더빛교회(박정배 목사) 입구. 교회 앞에 잠시 서 있는 동안 지나가는 아이마다 낯선 기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누가 시킨 것도, 눈치를 본 것도 아니었다. 박정배(51) 목사는 이 장면이 낯설지 않다고 했다. 박 목사는 “아이들에게 예의를 가르치고자 따로 훈련한 적은 없다”면서 “교회와 학교, 가정이 하나의 생활공동체가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사하는 것이 몸에 밴 모습”이라고 말했다.
더빛교회는 교인 140명 남짓이지만 대안학교 더빛기독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2015년부터 부모와 교인들이 선생님이 돼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학교는 처음 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시작했다. 이후 이들이 졸업하면서 현재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연령의 아이들이 중심이 됐다. 교육 과정에는 아동 중심 교육법인 ‘몬테소리’와 말씀을 기초로 암송하고 묵상하는 ‘테필린’이 포함돼 있다. 고학년 학생들은 미국 기독교 홈스쿨링 과정인 밥존스유니버시티(BJU) 과정을 따른다.
학교의 시작이 자녀세대로부터 시작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대안학교인 광주광역시 HCS(Honor Christian School)를 견학하고 온 아이들이 말씀에 집중하는 학교에 다니고 싶다며 자퇴를 결심한 것이다. 박 목사는 “당시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학교생활을 잘하던 아이들이 자퇴한다고 해 부모세대가 오히려 말릴 정도였다”며 “아이들은 ‘교회가 도와주지 않으면 광주로 전학 가겠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아이들을 광주로 보낼 수 없던 교회는 결국 학교 설립을 결정했다. 학교가 문을 열자 10명 학생이 입학했다. 박 목사의 어머니이자 교회 창립 목사인 심의화(1948~2023) 목사가 아이들의 성경 공부와 진로 상담 등을 일대일로 돌보며 학교가 시작됐다.
교회는 모든 자원을 다음세대에 집중했다. 담임목사였던 심 목사가 다음세대를, 성인 교구는 부목사가 맡았다. 심리학과와 교육학과 교수 등 외부 강사를 초빙해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목사부터 사모, 부모와 교인까지 더빛기독학교 교사로 활동했다. 아이들은 잠언 로마서 창세기 요한복음 등을 기간을 정해 암송했다. 성경을 외우는 과정에서 익힌 암기법은 입시 과목 학습에도 도움이 됐다.
가정과 학교, 교회의 경계는 흐려졌다. 학교에서는 성경을 배우고,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는 풍경이 자연스러워졌다. 박 목사는 “학년을 섞어 아이들이 함께 말씀을 암송하고 공부하다 보니 서로에게 선생님이 되기도 했다”며 “성경을 통해 성품을 발견해가는 성경적 성품 교육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성적보다 성품을, 수업의 진도보다 말씀 외우는 것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지 않게 됐다. 5년 전 더빛기독학교 학생들은 북한 선교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영화 ‘물방울’을 만들었다. 수업 시간에 북한의 현실을 접한 뒤 쉬는 시간에 이어진 상황극이 출발점이었다. 박 목사는 “아이들의 연극을 본 교사들이 ‘영화로 제작해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하면서 교회 전체가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박엘리(15)양을 중심으로 각본을 쓰고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연기에 참여하며 영화가 완성됐다. 영화는 2022년 기독교세계관영화제(CWVFF) 단편 영화 부문 최우수상, 2022년 국제기독교미디어콘퍼런스(ICVM) 최고의 학생 영화 동상 등 영화제 5곳에서 수상을 했으며 미국 기독교조지아영화제에서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됐다. 박 목사는 “교육은 아이들이 자신의 사명을 찾도록 돕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비전은 직업이 아닌 이 땅에서 맡은 역할, 사명과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육아와 공동교육은 교회 문화가 됐다. 전체 교인 평균 연령은 35세로, 다음세대가 교인 네 명 중 한 명꼴이다. 교회에는 자녀 셋, 넷을 가진 가정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박 목사 역시 엘리(15) 시온(13) 한나(12) 다니엘(10) 그리고 오는 4월 태어나는 막내까지 곧 다섯 남매의 아버지가 된다. 자녀들 모두 더빛기독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평일 학생들을 위해 준비된 급식은 교회를 찾는 청년들의 끼니도 책임진다. 교회 식당을 작업실처럼 활용한다는 김승호(38)씨는 “식사 봉사에 참여하시는 집사님들이 엄마의 마음으로 요리를 해주신다”며 “편의점으로 끼니를 때우던 청년들에게 따뜻한 한 끼가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고 시간을 보내는 청년들은 때로는 선생님이 되고 육아 도우미가 된다. 박 목사는 “자녀를 잘 키우는 것이 곧 제자를 세우는 일이라는 공감대가 교회 안에 퍼져 있다”며 “공동육아의 분위기 속에서 출산과 양육에 대한 부담도 자연스럽게 낮아진다”고 덧붙였다.
용인=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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