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가 극찬은 트럼프 립 서비스…해양 플랜트 악몽 반복될 수도" [안혜리의 직격인터뷰]
조선·에너지 전문가 권효재 대표 인터뷰

그런데 정부와 국민의 이런 희망과 달리 정작 조선 3사는 물론이고 학계에서는 전혀 다른 소리가 나왔다. "메아리 없는 구호"(이신형 서울대 교수)라거나 "미국 조선업 보호법인 존스 법 개정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족쇄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졌다.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출신으로 16년 동안 한국과 유럽·중국에서 직접 배(군함 엔진 생산 설계)와 조선소(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삼진조선)를 밑바닥부터 만든 경험이 있는 권효재(49) COR 지식그룹 대표이자 서울대 해양시스템공학연구원도 그중 하나다. 최근 낸『K-조선 대전환 조선업의 태동부터 마스가 프로젝트까지』에 한국 조선업의 뛰어난 경쟁력을 담았던 그는 왜 "(트럼프의 한국 조선업 필요·협업 발언은) 립 서비스"라고 의미를 축소하는 걸까. 트럼프의 관세 인상 기습통보 이틀 전인 지난 25일 일요일 오후 그를 만나 장밋빛 전망에 가려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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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게임 체인저" 자찬 마스가
미 예산 미편성, 법안 미비 난항
이대론 1500억 달러 손실 우려도
2012년 실패에서 왜 못 배웠나
모노 컬처 바꿔야 경쟁력 생겨
」

Q : -마스가 프로젝트, 뭘 걱정하나.
A : 한국 조선에 엄청난 손실을 입혔던 2012년 해양 플랜트 고통이 아직 너무 생생하다. 내 경험부터 얘기해야겠다. 중국 조선소(한국 자본 삼진조선)에서 일하다 2012년 봄 첫 직장인 대우조선(현 한화오션)이 다시 불러줘서 이후엔 조선 아닌 에너지(주로 LNG) 개발 업무를 했다. 조선소에서 일할 때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오일 메이저)가 대체 왜 우리한테 배를 발주하는지 늘 궁금했다. 막상 미국·유럽을 오가며 그 에너지 회사들이랑 조인트 벤처로 같이 사업 개발을 해보니 막연히 알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 한국 조선은 뛰어난 품질, 낮은 원가, 신속한 납기가 경쟁력이다. 그건 맞다. 하지만 품질·원가·납기가 우수하기만 하면 주문을 다 가져올 수 있다고 끝없이 세뇌 받았는데, 그건 착각이더라. 절대 그렇지 않다. 때론 원가가 비싸도 선택하고, 심지어 (품질이) 후져도 산다. 그들 시각에서 조선업 자체의 경쟁력은 극히 작은 일부분이다. 큰 판을 본다. 지정학적인 이슈나 자본시장의 요구 등 미래 불확실성을 고려한 복합적인 의사결정을 한다. 이 메커니즘을 진작 이해했으면 한국 조선이 2012년 해양 플랜트에 올인해서 막대한 영업손실을 입는 일은 없었을 거다.
Q : -셰일가스 후폭풍 얘기인가.
A : 그렇다. 당시 유가가 비쌌다. 에너지 회사들은 (값비싼 비용이 들더라도) 바다에서 기름을 캐고 싶어 할 게 분명하니 해양 플랜트 시장이 크게 열릴 거라 생각해 국내 조선사들은 엄청난 투자를 했다. 일본과 싱가포르는 우리와 반대로 움직였다. 돌이켜보면 우린 미국에서의 셰일가스 생산 급증이 전체 에너지 시장을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 전략적 사고를 못 했다. 일본은 그런 큰 판을 읽는 정보가 있었다. ※2014년 무렵 글로벌 메이저 회사들은 신규 발주를 취소하거나 연기했고, 국내 빅3에 10조원 넘는 영업손실로 돌아왔다.
Q : -마스가 프로젝트가 해양 플랜트의 반복이 될 거란 건가.
A : 모르고 당하지 말고 그 전에 해법을 찾자는 거다. 트럼프가 한국이 필요하다, 한국 조선과 협업하겠다고 하는 건 립 서비스다. 트럼프 접근법은 전형적인 부동산 디벨로퍼 화법이다. 일단 좋은 그림 던져놓고 중요한 얘기는 뒤에 한다. 첫 발언 믿고 의사결정을 하면 안 되는 이유다. 이 맥락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건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의회 예산이 배정되느냐. 둘째, 미국이 정말 배를 발주할 준비(조직과 여론, 법안)가 돼 있느냐. 셋째, 이게 다 이뤄져 배를 지으면 우리 수익에 도움이 되느냐, 즉 돈을 벌 수 있느냐. 국민은 지금 우리 정부가 미국과 긴밀하게 논의하는 줄 아는데 과연 그런가. 핵심은 미 의회 예산 편성인데, 현재 불투명하지 않나. 자칫 1500억 달러라는 막대한 우리 돈을 써서 미국 조선업을 위대하게 만들고는 정작 우리한텐 아무것도 남는 게 없을 수 있다. 존스 법이나 한국 기술자를 미국 조선소에 데려가기 위한 비자 해결 등 법안 문제 역시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해당 지역 노조의 반발 등 때문에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 거꾸로 지난해 연말 하원에서 관련 항목이 다 잘려버렸다. 이런 상태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우리 발목만 잡는다. ※책에서 권 대표는 미 해군과 오래 협력해 우리보다 상당히 앞선 일본의 신중함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또 2008년 미국에 진출해 미 군함을 짓고도 수익을 못 내 고전하는 이탈리아 대표 조선업체 핀칸티에리 사례도 든다. 고생만 하고 손해 볼 위험에 대한 경고다. 우리만 가능해 미국이 우리한테 손을 내민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 당시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맨 오른쪽), 조시 샤피로 펜실베니아 주지사(왼쪽에서 두 번째) 등과 함께 현장 시찰을 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28/joongang/20260128002546717bagf.jpg)
Q : -반도체 중요성 때문에 중국에 맞서 대만을 지키려면 미국은 누구 도움을 받든 무조건 해군력을 키워야 하지 않나.
A : 1년이냐, 10년이냐가 다르다. 배 수주에서 인도까지 10년 이상 걸리니까 마스가는 최소 10년짜리 의사결정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 미국이 정말 중국과 힘 대결을 할까. 난 반대로 미국이 중국의 대만 영향력을 인정할 거라 본다. 미국은 중국이 있든 없든 반도체처럼 중요한 물자를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걸 싫어한다. 대만 의존도 낮추기는 미국과 중국 둘 다 이해관계가 똑같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미국은 중국과 타협해서 줄 건 줘가며 대만 힘 빼고 두 나라 모두 자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 세우려고 할 거다. 정리하자면, 미 해군이 대만 지키겠다고 한국에까지 손 벌려 군함 발주하고 우리한테 돈 준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Q : -책에선 어려워도 마스가에 도전해야 한다더니.
A : 온 국민이 조선은 대한민국 효자다, 잘될 거다, 라고 하니 나도 응원하고 싶다. 다만 한국 정부의 지나친 장밋빛 전망과 더불어, 회사별로 특정 대학 특정 과(조선과)가 장악하다시피 한 조선 3사의 모노 컬처(획일적 문화)를 이젠 좀 경계하자는 차원에서 이런 부정적 주장을 하는 거다. 지나친 모노 컬처라 경쟁 방법이나 판단까지 똑같다. 업황 좋을 때 똑같은 방법을 쓰다 나빠지면 똑같이 손해 본다. 이번에도 와르르 몰려가다 왜 달려가는지도 모른 채 당하진 말자는 거다. 해양 플랜트 때 이미 그렇게 큰 고통을 겪었는데 아무 교훈을 얻지 못했다.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자성하지도 않았다. 조직(정부·기업)이 (실패를) 학습하고, 필요한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냥 경영진 교체로 끝났다.
Q : -마스가 관련, 우리 정부나 국내 조선 3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A : 정부나 조선 3사 모두 (한국 조선을 세계 1등에 올려놓은) 넥스트 LNG선이 뭐냐는 고민을 한다. 마스가를 통한 미 군함이나 향후 5년간 200척이 필요하다는 전략 상선대(전쟁 등 비상시 징발 대가로 발주 때 보조금 주는 상선) 수주 역시 그중 하나다. 당연히 도전할 만하다. 다만, 일본이 조선업을 장악하고 있던 1980~90년대 무모한 도전이라는 비아냥 불구에도 첨단 LNG선 국산화를 결정하고 민간 기업끼리 경쟁을 유도해 우리가 일본 조선 굴레를 넘어 세계 1등에 올라설 수 있었던 의사 결정은 엘리트 관료들이 사명감을 갖고 헌신한 공이 컸다. 잦은 순환 보직에다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지금의 관료 조직에서는 쉽지 않다. 축적도 없으니까. 이제라도 경험과 노하우 있는 사람들을 전문 자문관 같은 자리를 둬 활용하면 좋겠다. 국내 업체끼리 치열한 경쟁을 통해 혁신을 거듭하면서 시장을 장악한 한국 LNG선 개발 역사는 전 세계 조선 역사를 놓고 봐도 굉장히 드문 성공 사례다. 지금은 조선 3사 머리가 너무 커져서 정부의 큰 그림 아래 호흡을 맞춰가며 같이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각 사가 공유할 건 공유해 산업 전체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실 조선은 반도체처럼 끊임없이 핵심 기술을 개발해 매출로 이어가는 구조가 아니다. 최첨단 설계 도면도 누구나 구할 수 있다. 실제 만들어내는 현장의 숙련된 기능공과 현장 엔지니어 사이의 암묵지가 핵심 노하우다. 우리 조선 생산성이 아무리 높아도 이를 미국에 그대로 카피 앤 페이스트 할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각각 더 엄격한 디지털 트윈 구현을 하려고 노력하거나, 미국 기능공을 국내에서 훈련하거나, 아니면 미 해군이 하듯 시간 질질 끌면서 늘어나는 예산을 받아먹는 전략을 쓴다. 뭘 선택하든 이참에 조직문화를 정비하고 큰 그림에서 움직여야 한다.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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