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기술 진보 따라가기 급급하기 보단 질문 먼저”
기술 진보 속 교회의 역할 모색
성급한 도입보다 분별 우선돼야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는 교회”
섬김의 자리 갈 때 교회 회복

인공지능(AI)과 탈종교화라는 문명사적 전환 앞에서 교회가 기능과 영향력을 증명하려는 조직이 아니라, 삶으로 진리를 증언하는 공동체로 재정립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기술과 제도의 진보가 인간 사회를 빠르게 재편하는 시대일수록 교회의 역할은 시대와 경쟁하는 데 있지 않고 ‘대체 불가능하고 변치 않는 진리’ 안에서 ‘책임지는 신앙’을 드러내는 데 있다는 진단이다.
한동대학교(총장 최도성)는 27일 경북 포항 캠퍼스 효암채플에서 ‘대전환의 시대, 교회의 내일을 묻다’를 주제로 제1회 한동미래포럼을 개최했다. 전날 시작해 28일까지 이어지는 포럼에는 신학 법학 자연과학 교육학 등 전문가와 목회자들이 참석해 AI 혁명과 세속화, 자유민주주의, 다음세대 교육 등 교회와 사회의 미래 과제를 놓고 논의를 이어갔다.
포럼에 참석한 학자들은 세속화와 다원주의 시대 속 교회의 위기를 영향력 상실이나 신자 감소로만 해석하는 관점을 넘어, 오히려 이 시대가 교회의 본질을 회복할 결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정민 한동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복음주의가 세속화와 결합하며 본 목적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성경과 십자가 중심주의는 약화하고, 활동만이 강조되면서 복음조차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기능적 언어로 설명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분석한다. 이 교수는 “말씀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그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고 그 말에 책임지는 존재는 인간”이라며 “말씀을 살아낸 이들이 공동체를 이루는 교회에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현 한국교회의 관계에 대한 논의도 눈길을 끌었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는 “한국 사회와 교회에서는 자유민주주의가 왜 옳은지에 대한 질문 없이 반공주의나 체제 수호의 구호로 화석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예수를 따르겠다는 프로테스탄트의 제자도가 지난 500여년간 정치적으로 구현된 결과가 오늘날 자유민주주의”라며 “교회가 예배 이외의 것을 과감하게 줄이고, 그리스도인을 각 삶의 영역으로 파송하며. 사회 속 섬김의 자리로 갈 때 자유민주주의는 건강하게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발전이 초래할 양극화와 소외의 현장에서 교회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AI 시대는 신앙 쇠퇴의 가속기가 될 수도 혹은 복음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김인중 한동대 전산전자공학부 교수는 “교회는 AI 시대 새롭게 제기될 윤리 문제와 문화 현상에 대해 성경적 관점에서 답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혁명 시기 교회가 고통받는 이웃과 함께하며 신앙을 행동으로 옮긴 것처럼, AI 시대 역시 교회가 기술 발전에 소외된 이들을 어떻게 돌볼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음세대 교육과 관련해 박상진 한동대 석좌교수는 “신앙 전수의 결정적 주체는 부모이며, ‘여호와를 경외하는 교육’이 회복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저 ‘교회에 다니는’ 부모가 될 것인지, 아니면 하나님과 진정한 관계를 맺는 ‘크리스천’의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자문해봐야 한다”며 “자녀들에 변치 않는 진리를 심어줘 그들이 진리로 거룩해질 때 모든 게 변하는 시대의 파고에 맞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첨단기술의 급속한 확산 속에서 한국교회가 기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온 태도를 돌아보고, 보다 성숙한 신학적 윤리적 판단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손화철 한동대 글로벌리더십학부 교수는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빨리 도입할 것인가보다 이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두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묻는 판단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술 발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자본이 기술 개발을 어떻게 주도하는지, AI 개발 과정에서 제3세계 노동이 착취되고 있는 현실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포항=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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