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관세 25%"로 '원복', 왜?…당혹감 속 김정관 장관 급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국 입법부가 역사적인 무역 합의를 입법화하지 않았다”며 “한국에 대한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합의한 3500억 달러(약 506조원)의 대미 투자를 위한 ‘대미투자특별법’이 한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점에 대한 비판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대미투자를 약속한 유럽연합(EU)·일본·대만 가운데 한국만 콕 집어 압박하자, 정부는 캐나다를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미국으로 급파하기로 했다.
예고 없던 발표…“골대 옮겨버린 것”
정부 소식통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한국에 대한 관세를 25%로 올리겠다고 밝힌 직후 “사전에 아무 협의도 없는 상태에서 발표가 나왔다”며 “이번 조치는 한마디로 경기 중에 갑자기 골대를 옮겨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회 표결 연기…‘만만한’ 한국 압박?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관세 ‘원복’ 조치를 발표한 이날은 당초 EU의 입법기관인 유럽의회가 관세 인하의 조건으로 약속한 대미 투자액 6000억 달러(약 868조원)와 관련한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던 날이다. 그러나 EU는 트럼프 행정부가 그린란드 병합 야욕을 드러내며 그에 반발한 유럽 8개국에 대한 10%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자 의결 일정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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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내는 일본…선거 전 ‘성적표’ 독촉?
의회의 입법 과정이 필요한 한국 및 유럽과 달리 5500억 달러(약 796조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일본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미 대미 투자처 선정을 위한 대미투자 협의위원회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일본의 특성을 고려해 무역 합의에서 관련 법안 발의 등의 조건이 채택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즉각적인 투자 논의가 진행되는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 1주년 회견에서 “한국, 일본과 (무역) 합의를 타결하면서 전례 없는 수준의 자금을 확보했다”며 한국의 대미 투자금을 핵심 성과로 제시했다. 한국 정부의 입장과는 무관하게 해당 투자금이 알래스카 천연가스 사업에 투입될 가능성을 시사하며 한국에 구체적 성과물을 요구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쿠팡’ 때문?…‘친중’ 캐나다 방문 보복?
관세 압박의 배경에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에 대한 정부의 조사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쿠팡과 관련이 있을 거란 관측도 있다. 실제 JD밴스 부통령은 지난 23일 방미한 김민석 총리와의 회담에서 쿠팡 관련 문제를 먼저 거론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에서는 존재감이 거의 없는 쿠팡 때문에 이런 결정이 나왔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꺼낸 시점이 한국 대표단의 캐나다 방문 기간과 겹쳤다는 데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중국과 가까워지는 캐나다를 향해 “중국과의 무역 합의는 재앙이 될 것”이라며 “중국과 협정을 체결하면 100% 관세를 물릴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국과의 자동차 협력을 문제 삼았다.
공교롭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나온 이날 한국 정부 관계자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포함된 한국대표단이 캐나다에서 한·캐 자동차산업 협력 포럼과 CEO 대화를 진행했다. 다만 이번 방문은 캐나다 잠수함 수주를 위한 일정이라, 자동차 관련 관세 발언과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일단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한국에 대한 관세를 올리겠다는 언급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별도 행정명령이나 관보 게재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며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유럽과 캐나다, 이란 등에 대한 관세가 모두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날 발표도 정치적 메시지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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