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시작한 생존 게임... '미친 척'하고 이것만은 지켜야 한다
[최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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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을 떠나 워싱턴으로 향하는 에어포스 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트럼프는 그린란드 영토를 병합함으로써 희토류 등 전략적 지하자원을 얻고 싶어 합니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를 납치한 것도 베네수엘라가 가진 석유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베네수엘라 중질유는 미국의 발전소에 적합하고, 미국 발전소는 데이터센터를 돌리고, 데이터센터에는 반도체 칩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미국의 트럼프는 반도체 칩도 전략물자, 안보물자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만의 TSMC에게 공장을 이전하라고 압박했던 것도, 유사시 미국은 반도체 칩을 안전하게 미국 내에서 공급받고야 말겠다는 뜻입니다.
메모리 반도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겁니다. 미국회사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생산량의 7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도 미 국내에 잡아놔야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게 분명합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석유, 그린란드는 희토류 등 막대한 지하자원, 대만과 한국은 반도체입니다. 안 되면 그걸 뺏거나, 미국이 손아귀에서 멋대로 요리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미국이 해방된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가 지난해 4월 2일 전 세계에 일방적 관세를 때림으로써 미국은 이제 진정으로 "해방"될 것이라고 말한 이유도 이런 사고방식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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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7월 4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열린 군인 가족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쓰는 모습을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지켜보고 있다. |
| ⓒ AFP 연합뉴스 |
'막후 실력자' 크리스토퍼 버스커크는 인적 네트워크인 '록브리지 네트워크'를 이끌고 있습니다. 록브리지 네트워크의 한국 이사 중에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버스커크가 미국에서 마가 운동의 펀딩을 위해 세운 회사의 이름은 '1789 캐피털'입니다.
왜 1789인가? 1789년에 미국의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취임했지요. 조지 워싱턴은 마가운동을 하는 미국의 백인들에게는 국부입니다. 마치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등용된 뉴라이트 세력이 이승만을 국부라고 부르는 것과 똑같습니다. 1789년에 미국 헌법이 발효됐고, 입법, 행정, 사법부의 기틀이 마련되죠.
지금과 다를 바 없다고요? 아닙니다. 지금과 크게 다른 게 있습니다. 영토입니다. 당시 미국의 영토는 미국 동부 해안의 13개 주와 일부 영토에 불과했습니다.
미국은 1789년 연방정부 수립 이후 프랑스의 나폴레옹으로부터 한반도 면적의 10배인 루이지애나를 사고, 스페인으로부터 플로리다를 획득하고, 영국으로부터 워싱턴, 오리건 등을 넘겨받고, 멕시코와의 전쟁을 통해 캘리포니아, 네바다, 애리조나 등을 사실상 뺏고,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까지 매입하지요.
트럼프의 마가세력이 원하는 게 뚜렷해지지요? 미국은 '전략물자가 포함된 영토' 또는 '전략물자'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트럼프 마음대로 하도록 놔둬선 안 됩니다. 미국은 큰 약점이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국방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계 최대의 빚도 함께 지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때문에 화가 난 덴마크의 고작 1억달러 미 국채 매각에도 움찔할 정도로 미 국채 시장은 취약합니다.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는 39조 달러에 이릅니다. 우리 돈 5경 6300조 원 정도입니다. 미국의 한 해 GDP의 124% 수준입니다.
연간 이자비용만 1조 달러가 넘습니다. 1조 달러, 대략 1400조 원입니다. 하루에 29억달러, 약 4조 원이 이자로만 나갑니다. 원금은 갚을 생각도 못 하고 있습니다. 미국 전체 예산에서 건강보험이 차지하는 액수가 가장 크고, 그다음이 이자에 쓰는 비용입니다. 국방비는 3위로 밀렸습니다. 최강의 국방력이지만, 부채 이자 갚느라고 앞으로 그 국방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도 걱정이 되는 거죠.
부채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당연하죠. 수십 년 동안 수출 경쟁력이 떨어져서 매년 무역적자가 쌓이다 보니 정부가 채권을 발행해서 돈을 빌리는 수밖에 없었잖아요.
그런데 국채 가격이 폭락했다는 말은 국채 수익률이 상승했다는 말이 되죠. 새로 빚을 내려면 이자를 더 높여줘야 국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런데 미국 연방정부는 번 돈이 없으니 계속 채권을 발행해야 하고, 채권을 발행할수록 이자는 쌓이고, 원금은 갚을 여력도 없는데 이자액이 1조 달러, 1조 5천억 달러, 2조 달러가 된다면… "이게 지탱 가능해?"라고 미국 채권을 쥐고 있는 나라들이 스스로 물어보겠죠?
최악의 상황이 됩니다. 미 국채에 대한 신뢰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트럼프가 계속 이판사판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대로 계속 나간다면 미 국채 시장의 채권국들도 어쩔 수 없이 이판사판의 메시지를 보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누가 미국 연방정부의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나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유럽 나토국가들이 보유한 미국의 채권만 12조 6천억 달러입니다. 일본도, 중국도, 대만도, 한국도 미국 채권을 꽤 많이 보유하고 있지요.
만약 전 세계가 이걸 다 쏟아낸다면 미국은 이를 다 받아낼 수 있을까요? 아니요. 아무도 살 수 없습니다. 미국도 망하고 유럽도 망하고 전 세계 금융시장이 몽땅 다 망하는 겁니다. 미국 달러가 휴지 조각 수준이 될 겁니다. 그럼 그걸 국부로 가지고 있던 모든 나라들, 한국을 포함한 채권국들의 금융시장도 무너질 겁니다. 채권시장, 주식시장이 한꺼번에 초토화되는 거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나치게 이성적일 필요가 없습니다. 아니 겉으론 "미친 척"하는 게 오히려 좋습니다. 너도 망하고 나도 망하자는 결기가 아니면 트럼프를 상대하기가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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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정부가 '반도체 관세' 도입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정부와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20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이 분주하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자국 내 공장을 짓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해 대미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어떻게든 트럼프를 돌려세워야죠.
먼저 미국 내 민주시민들이 단호해야 합니다.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문명국들도 이제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버릇없는 아이에게 "이건 네 것이 아니야, 사탕 훔쳐 먹지 말라"고 훈육해야 합니다. 트럼프니까, 미국이니까, 세계 최강대국이니까 적당히 타협해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한국은 반도체마저도 뺏길 수 있습니다.
반도체가 없으면 미국은 유사시 전쟁이 나도 한국을 반드시 지켜야 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그게 트럼프식 사고방식입니다. 우방의 신뢰? 그건 그냥 말장난일 뿐입니다. 트럼프는 각국을 생존 게임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한국이 반드시 지켜야 할 국가전략물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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