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눈 폭풍 덮친 뉴욕, 'K푸드'와 '할머니 조끼' 찾는 사람들

장소영 2026. 1. 2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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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 주말 폭설 이후 미국 22개 주 비상사태 선포... 뉴욕주 주택가 주민들, 폭설과 한파 피해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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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영 기자]

지난 25일(일요일, 현지시간), 미국 동부와 중남부 일대에 폭설과 겨울 눈 폭풍이 덮쳤다. 주말이 되기 전부터 뉴욕에서는 겨울 눈 폭풍에 대한 대비와 주의를 당부하는 지역 뉴스가 넘쳤다. 대부분 외출을 금하고 전기가 단절될 경우를 대비해 비상 물자를 넉넉히 준비하라는 내용이었다. 빠른 도로 제설 작업을 위해 갓길에 세워놓은 차량을 가능한 차고나 창고 앞 주차 공간으로 이동해 줄 것도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요청받았다.

뉴욕과 텍사스를 비롯한 18개 주가 비상사태(State of Emergency)를 선포했고 상황실을 꾸려 일찌감치 준비에 들어갔다. 주말 폭설 이후 비상사태를 선포한 주는 22개 주로 늘어났다. 26일자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 전역에서 17명 이상이 사망하고 정전 피해를 겪은 가구도 100만 이상이라고 한다. 항공편 역시 1만편 이상 결항되었다. 이는 미국에서 하루 운항하는 횟수의 4분의 1 정도다.
 제설 작업 준비중인 차량
ⓒ 장소영
뉴욕 주민에게 겨울 폭설은 익숙한 일이다. 눈 폭풍이 온다는 주말 전에 월마트를 비롯한 식료품점에는 물과 식품을 구입하려는 이들로 가득했다. 화장실용 휴지가 동난 매장도 많았다.

약품 코너에서 나이가 지긋한 분을 만났다. 60대 알렉스씨는 상비약을 구입하러 왔다며, "혹시 눈에 갇혀있는 동안 아프면 (차량 이동이) 힘들 텐데, 아내를 업을 힘은 없다"라고 농담을 했다. 거실 난로에 땔 장작도 이미 구입해 두었고, 동네 중학생에게 눈을 치워달라고 예약도 해 두었다고 한다.

내가 사는 뉴욕시 인근의 주택 지구에서는 여름에는 잔디 깎기, 겨울이면 눈을 치워주며 용돈을 버는 중고생들이 더러 있다. 동네 식품점 입구에 한국 컵라면이 쌓여 있었다. 다른 식품점엔 한국 만두가 동이 났다. 비상 식량으로 K푸드를 준비하는 이웃들을 보는 것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휴지를 비롯한 생필품과 물, 식품 매대가 빠르게 비워지고 있다.
ⓒ 장소영
며칠 전에 만난 이웃 A는 오히려 눈을 기다린다고 했다. 작년에 새로 구입한 신형 제너레이터(자가발전기) 성능이 맘에 든다며 전기가 나가도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 역시 장작을 넉넉히 준비해 두었고, 작은 언덕이 있어 아이들과 썰매를 타기 좋은 동네 공원에 걸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맨해튼에 살고 있는 대학생 B는 센트럴파크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눈이 많이 내리면 센트럴파크 곳곳에 즉흥적인 이벤트가 열리곤 한단다. 폭설이 내린 일요일 연락을 취해보니, 센트럴파크 여러 곳에서 처음 만난 이들과 눈싸움을 즐겼고, 생각보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아 놀랐다고 한다. 버스가 운행되지 않아 왕복 한 시간 정도를 걸어야 했지만 월요일 휴교가 결정되어 부담 없이 다녀왔다고 전했다.
 눈 놀이를 하는 어린이
ⓒ 장소영
한파 대비하는 사람들

일요일 오전에만 25cm가 넘는 눈이 내리자 제설 차량이 중요 도로에 집중해 상대적으로 지역 거리를 정비하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공립 학교는 월요일 휴교를 결정했고, 도로 정비 상태에 따라 화요일 등교 시간도 늦어질 수 있다는 공지를 받았다. 우리 학군은 중간고사 기간이 끝났지만, 몇몇 학교는 중간 고사 일정을 결국 연기했고 원격 수업으로 전환한다는 학교도 늘고 있다.

한 주민은, 십 년 전에도 폭설로 고생했지만 이번 만큼 춥지는 않았다면서 눈이 아니라 한파로 인한 피해를 걱정하기도 했다. 파이프 동파를 막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커뮤니티 게시판에 속속 올라왔다.

맨해튼과 달리 이곳 인근의 주택가는 전신주와 전선이 지상 위로 노출되어 있다. 전선에 쌓인 눈이 얼음 덩어리가 되는 것도 문제지만 울창한 숲이나 주택 곁의 나뭇가지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전신주나 전선을 덮쳐 단전과 화재의 원인이 되곤 한다.

언론사를 통해 정전을 겪고 있는 다수 지역의 소식과 차량 통제 상황이 빠르게 전해지고 있다. 구호 단체와 종교 기관을 중심으로 물과 생필품을 담은 구조 가방이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졌다. 자원봉사로 참여한 주민 C는 고물가에 극빈층과 저소득층이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하다가 구호 패키지에는 '한국 군용 핫팩'이 세 개씩 들어가 있다고 말해 주었다.

가까운 H 마트에서는 '붙이는 핫팩'이 인기가 많다. 최근 'K 할머니 방한 조끼'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생활용품 판매점 '타겟'에서 만난 한 주민은 폰으로 'K 할머니 방한 조끼' 사진을 보여주며 내게 구매처를 물어오기도 했다.

지역에 따라 얼음알갱이가 비처럼 쏟아지기도 하고, 진눈깨비와 폭설이 번갈아 내리며 쌓인 눈이 단단한 얼음덩어리로 변해, 정비에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역대급 눈 폭풍과 한파로 인해 미국의 반 이상이 얼어붙었다. 주요 언론은 2억 명 이상이 눈 폭풍 주의보 아래 놓여 있으며 한파로 인한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폭설과 한파가 불어닥친 미국
ⓒ 장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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