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 1년 8개월 준비한 에식스 상장… 대통령 한마디에 접었다
전력 슈퍼사이클 5000억 조달 계획
주주 반발에도 “필연적 선택” 고수
李대통령 ‘중복상장’ 저격 후 급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진전 평가

LS그룹이 26일 ‘중복 상장’ 논란이 일었던 증손회사 에식스솔루션즈의 코스피 상장 신청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복 상장 문제를 이대로 두면 안 된다”고 공개 저격한 지 나흘 만에 1년 8개월 동안 준비해온 기업공개(IPO) 계획을 접은 것이다(국민일보 1월 23일자 6면 참조). 시장에서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중대한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재계 일각에서는 대통령 말 한 마디에 민간 기업의 투자 및 자금 조달 계획이 무산되는 건 시장 원리에 어긋나고 기업들의 정상적인 자금 조달 루트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LS는 “소액주주와 투자자 등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상장 추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주주보호 및 신뢰제고를 위해 한국거래소 예비심사 청구 중인 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 신청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S는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전 투자(Pre-IPO)에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와 새로운 투자 방안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LS는 그간 글로벌 권선(피복 구리선)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에식스솔루션즈의 코스피 상장을 추진해 왔다. 전력 슈퍼사이클에 대응하기 위한 설비 투자 자금 약 5000억원을 조달한다는 이유에서다. 권선은 변압기나 모터 등 전자장치에 감는 피복 구리선을 말한다. 이중 전기차용 특수권선은 구동모터 등에 코일 형태로 감겨 전기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높은 전압을 견딜 수 있는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데 에식스솔루션즈는 이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에식스솔루션즈는 LS가 2008년 약 1조원을 투자해 인수한 미국 전선회사 슈페리어 에식스(SPSX)가 일본 후루카와전기와 합작사를 설립했다가 이후 후라카와전기의 합작 지분 전량을 인수하면서 2024년 4월 출범했다. 지난해 1월 약 2억 달러 규모의 상장 전 투자(Pre-IPO) 유치에 성공했는데, 당시 상장 전 시가총액이 약 10억 달러(1조 4500억원)로 평가됐다. 같은 해 11월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이에 LS 소액주주들은 발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핵심 자회사가 별도로 상장하면 모회사는 빈 껍데기만 남게 되고 기존 주주들은 알짜 자회사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소액주주연대와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는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 불승인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LS는 지난 21일까지만 해도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은 모자회사 주주 모두의 가치 증대를 위한 필연적 선택”이라며 상장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이튿날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지수 5000을 찍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위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중복 상장 문제를 제기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당시 ‘L 들어간 주식은 안 사’라는 제목의 언론보도를 거론하며 “이런 중복 상장 문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된다.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했고 LS 사례를 구체적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LS 내부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지목한 이상 계획대로 상장을 추진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퍼졌고 지난 주말 긴급 최고경영진 회의에서 결국 상장 신청 철회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확대해 전력 초호황기에 대응하려 했던 LS그룹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이번 LS의 상장 철회 결정은 HD현대와 한화 등 계열사 상장을 준비하거나 계획 중인 다른 대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HD현대는 2020년 물적분할된 HD현대로보틱스 상장을 위한 실무 준비 막바지 단계에 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최근 UBB와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을 공동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기업 가치 산정을 위한 정밀 실사에 착수했다는 의미다.
한화는 인적분할을 통해 주주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경영권 승계를 공고히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는 최근 테크·라이프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에너지의 IPO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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