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세금 높일 수록 집값 더 뛰었다[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안장원 2026. 1. 27.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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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집값 안정을 위한 '마지막 수단'이라고 했던 세제 강화의 길에 들어섰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기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불안한 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면제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분명하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을 예고했다. 다주택자 중과는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팔 때 세율을 훨씬 높이는 것이다. 현재 5월 9일까지 적용이 중단돼 있다.

「 이 대통령, 연이은 세제 강화 발표
양도세 중과·1주택 '장특' 축소 방침
다주택자 대상 보유세 강화 시사
보유세 높이려면 양도세 낮춰야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인 엑스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재연장은 없다″고 거듭 밝혔다.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양도세 상담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이 대통령은 1주택자 세제 개편의 방향도 제시했다. “비거주 1주택도 주거용 아닌 투자 투기용이라면 장기보유했다고 세금감면(장기보유특별공제)은 이상해 보입니다.”


10억 시세차익 양도세가 7억5000만원

이 대통령의 이례적인 심야 엑스 게재는 이틀 전인 21일 신년 기자회견의 다소 애매한 발언을 교통정리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세제 규제에 대해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세금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인데 규제 수단으로 전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다. 그러나 필요한 상태가 됐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안 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일요일인 25일 하루 세 건의 글을 잇달아 엑스에 올리며 세제를 '필요악'으로 쓸 수밖에 없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6월 취임 이후부터 줄곧 끼어있던 다주택자 중과 배제 연장의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다주택자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중과되면 6~45%인 기본세율에 2주택자 20%포인트, 3주택자 30%포인트 세율이 추가돼 세율이 최고 75%까지 올라간다. 김종필 세무사의 모의계산에 따르면 3주택자가 1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기고 파는 경우 양도세가 4억2100만원에서 7억5000만원으로 3억원 넘게 늘어난다.

다주택자는 5월 10일 중과 부활 전에 파는 게 세금을 줄이는 길이다. 양도세 절세용 매물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세제를 “가지고 있는 집을 내놓게 하는 방법”으로 언급한 것도 매물 유도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절세 매물이 많이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 이 대통령이 5월 9일까지 계약만 하면 중과에서 제외하겠다고 했지만 앞으로 남은 100일가량이 길지 않다. 조정대상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이기도 해 실거주하겠다는 매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10억 주택 보유세 500만원, 임대수입 1800만원

다주택자는 파는 대신 ‘버티기’할 가능성이 크다. 중과 시행 전에 팔지 못해서일 수 있고 집값이 하락보다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계속 보유하는 게 낫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매도를 고민할 때 보유세를 두고 저울질하는 다주택자가 많다”고 말했다. 임대료 수입으로 보유세를 감당하는 이들도 적잖다. 시가 10억원짜리 주택의 보유세가 400만~500만원 정도인데, 연 임대료 수입이 1800만원 정도는 나온다.

김경진 기자

이처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이 시장에 매물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고 5월 10일 이후엔 다주택자 매물이 아예 씨가 마를 수 있기 때문에 집값을 잡는 데는 역부족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의 목적이 매물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면 중과 방식을 지금과 정반대로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는 매도 시점을 기준으로 조정대상지역이냐를 따져 중과한다. 조정대상지역이 아니거나 중과가 없을 때 매입했어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있을 때 팔면 중과 ‘뒤통수’를 맞는 셈이다. 이러면 세금이 무서워 집을 내놓지 않는다. 집을 사려는 다주택자 수요가 많이 움츠러드는 것도 아니다. 나중에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리거나 중과가 없어진 뒤 팔면 되기 때문이다.

양도세 중과 적용 기준을 양도가 아닌 취득 시점으로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기존 다주택자 주택은 중과에 걸리지 않고 계속 나올 수 있어 매물 잠김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중과를 무릅쓰고 집을 살 다주택자가 많지 않을 것이어서 수요는 억제된다.

이미 취득 시점 기준으로 양도세가 일부 운용되고 있다. 1주택자 비과세다. 조정대상지역 주택 비과세 요건인 2년 거주는 팔 때가 아닌 구입했을 당시 조정대상지역 여부를 따진다.

이 대통령은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을 언급하며 투기가 아닌 보호해야 할 '실수요' 기준을 못박았다. 실수요는 '실거주'다. 토지거래허가제를 통해 주택을 살 때 직접 들어가 살겠다는 사람만 거래를 허가하는 데 이어 팔 때도 실거주만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뜻이다. 보유만 할 경우 현재 양도차익 대비 장기보유특별공제 비율이 최대 30%(15년 이상 보유)다.

아예 거주하지 않고 10년간 보유한 뒤 팔아 1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길 경우 20% 공제에 해당하는 세금 감면액이 1억원가량이다.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와 지방의 '원정투자'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양도세·종부세 중과때 집값은 급등

다주택자 중과와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로 양도세 개편 가닥을 잡은 이 대통령은 보유세 강화 연기도 피웠다. 25일 엑스에서다. 그는 양도세 중과를 피해 매도하지 않고 계속 보유할 것이란 예상을 염두에 두고 “버티기? 빤히 보이는 샛길인데 그걸 알고도 버티는 게 이익이 되도록 방치할 만큼 정책당국이 어리석지는 않습니다”고 썼다.

샛길을 막을 방법이 뭘까. 보유세를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여러 해에 걸쳐 보유세 부담이 누적되면 다주택자가 계속 보유하며 버티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보유세 강화는 집값 양극화를 주도하는 초고가주택 가격 상승세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차준홍 기자

하지만 보유세 강화의 매물 유도 기대 효과는 양도세 강화로 무색해질 가능성이 크다. 양도세 강화가 팔고 나가는 '퇴로'를 막기 때문이다. 앞서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경험했듯 중과 등으로 양도세와 종부세를 함께 강화한 시기는 집값이 뛴 시기였다. 보유세를 무겁게 매기려면 양도세라도 낮춰야 한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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