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영의 마켓 나우] 500조 퇴직연금, 무엇이 개혁의 본질인가

2026. 1. 27.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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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경영학(연금금융) 박사

500조원. 근로자의 노후를 책임질 퇴직연금의 규모다. 퇴직연금에 기금형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두고 오해와 논란이 뜨겁다. 본래 취지는 실종되고, ‘누가 이 돈을 관리할 것인가’를 둘러싼 진영 논리가 부각되는 양상이다. 자칫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 “더 나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고, 불합리하게 해서 욕먹을 일 절대 안 한다”고 일축했다(21일 신년기자회견). 논란의 원인을 짚어내야 퇴직연금이 근로자의 소중한 노후 자산으로서 제 역할을 찾아갈 수 있다.

기금형 제도 도입 논의의 출발점은 낮은 수익률 개선이다. 현행 계약형 제도에서는 가입자인 근로자가 스스로 알아서 운용해야 한다.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노후 마지막 보루’라는 인식이 큰 탓에 낮은 금리의 정기예금 비중이 높아 수익률이 형편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투자 전문가에게 위탁해 수익률을 높이자는 것이 기금형 제도의 취지다. 근로자는 자신의 선호와 상황에 따라 기존 계약형과 새로운 기금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도 오해와 논란은 ‘어떤 전문가’에게 위탁하느냐에서 비롯됐다.

기금형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여러 국회의원의 법안이 경쟁적으로 발의됐다. 문제는 일부 법안이 퇴직연금 운용을 공적연금 기관에 맡기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다. 이는 퇴직연금 기금을 공적 관리 대상으로 포함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 불을 붙였다.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오랜 기간 운영돼온 3층 연금 체계를 충분한 논의 없이 재편하려는 시도로 비치기 때문이다. 특히 공적연금을 둘러싼 세대 간 불신이 깊어지는 가운데 벌어진 이러한 움직임은 과연 제도 개편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되묻게 한다.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로 인해 500조원까지 성장한 퇴직연금의 질적 발전을 위한 기회를 놓칠까 우려된다. 전문성이 낮고 바쁜 일상을 사는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을 믿을 수 있는 전문가에게 맡길 선택권을 제공함으로써 낮은 수익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는 기존에 퇴직연금 제도를 관리해온 민간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 완화와 경쟁 촉진을 통해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정부는 민간 금융회사를 관리 감독하고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처럼 민간 시장에서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소규모 중소기업을 충분히 지원하면 될 일이다.

연금제도의 핵심은 가입자의 신뢰에 있다.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로 인해 연금제도에 대한 기본적 신뢰마저 훼손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은 엄연한 사적연금이다. 제도 개편은 공적연금의 모자란 부분을 잘 메워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그쳐야 할 것이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경영학(연금금융)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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