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에 올해도 금값 ‘지붕킥’… 물가까지 불붙나
금값 3년째↑… 은 온스당 100달러 첫 돌파
은행권 골드뱅킹 잔액 늘고 골드바 인기
원자재 발 인플레 땐 제조업 타격 불가피

불안한 국제 정세가 대표적 실물 자산인 금·은 가격의 장기 우상향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금·은 가격은 이미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상승랠리에 대한 부정 평가보다는 긍정 평가가 우세하다. 달러 약세와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 기조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에 불을 붙이는 상황도 감지된다.
다만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금과 함께 은 가격까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산업용 금속 가격 상승 압박이 커진 탓이다. 금·은 투자가 활황일수록 제조업 생산 원가가 오르는 ‘원자재발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덩달아 높아진다. 그만큼 소비자 물가가 더 뛰어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따르면 금 가격은 26일 온스당 5000달러를 돌파하면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금 가격은 장중 51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금 가격은 2024년 27%, 지난해에도 65% 상승했다. 3년째 급등세를 이어가는 셈이다.


은 가격도 크게 올랐다. 은 선물 가격은 지난 23일 온스당 101.33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 장중 109달러를 넘겼다. 은 가격이 온스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 은 가격은 지난해 150% 넘게 폭등한 데 더해 올해 들어서도 40% 이상 증가했다.
시장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금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첫 번째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관련 발언을 할 때마다 금 가격은 요동쳤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와 이란 시위, 중국의 은 수출 제한 조치,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 추진 등이 가격 상승 기폭제가 됐다.
통상 불확실성이 부른 달러 약세 흐름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한 몫 했다.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면서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한 것이다. 연준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기준금리를 총 1.75%포인트 인하했다. 이 흐름 속 금 시장의 큰 손인 각국 중앙은행은 달러화에 편중된 보유자산 다변화 차원에서 금 보유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국내 은행권의 금 관련 상품도 활황을 구가하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지난 22일 기준 골드뱅킹 잔액은 총 2조149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1조9296억원)보다 2198억원(11.4%) 증가했다. 골드뱅킹은 통장 계좌를 통해 금을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을 뜻한다. 3개 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해 3월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이달 들어 2조원을 처음 넘으며 10개월 만에 배로 불어났다.
은행을 통해 금을 현물로 구매할 수 있는 골드바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5대 은행에서 판매된 골드바는 총 716억7311만원 상당에 달한다. 지난달 월간 판매액(350억587만원)을 배 이상 넘어선 수치다. 금값 급등 이후 골드바 판매가 중단됐다가 상품 판매가 재개되자 매수 흐름이 급물살을 탔다.
금 가격과 연동성이 큰 은 수요도 증가세다. 일반 투자에 산업용 실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 문제가 맞물리면서 가격 상승폭이 더 커졌다. 은 가격은 지난해에만 150% 오르며 1979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이 끝나지 않은 사점에서도 40% 이상 추가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금·은 중심의 원자재 시장의 강세가 올해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예방적 차원의 연준 통화정책 ‘완화’ 기조 하에서는 금과 은 중심의 금속 섹터들에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구분 없는 ‘에브리싱 랠리’의 수혜가 연장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외환보유고 다변화용 실물 매입세가 2026년에도 금 가격 상승세를 지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올해 금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평가한다. 다만 가격 상승세가 갑작스레 멈출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심수빈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금의 명목가격과 실질가격 모두 역사적 최고치를 넘어선 만큼 관련 이슈 완화 시 금 가격 조정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통화정책 불확실성이나 트럼프 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진정되는 국면에서는 금융시장에서 금에 대한 차익 실현 매물이 나타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물가 우려도 문제다. 금·은 가격이 상승하면 원자재 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제조업에 타격을 입히는 요인이 된다. 특히 산업 활용도가 높은 은 가격 상승은 생산 물가를 높여 소비자 물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 뉴욕 사무소는 이달 발표한 ‘최근 주요 금속 가격 상승 주요 원인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가격 상승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요 금속 공급처 다변화, 현지 투자 확대, 자원 재활용 인프라 구축 및 주요국과의 공급망 협력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성영 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부자 아빠’ 저자 기요사키 “올해 ‘이것’ 두 배로 뛸 걸?”
- ‘부동산 불패’도 깨질까… ‘집값 잡기’에 시장 식으면 자금 이동 가능성도
- 정부 “대형 원전 2기 계획대로 건설…2037~2038년 준공”
- “이혜훈 보복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배현진의 경고
- “까르띠에 팔찌 팔아요”…4117명 등친 중고물품 사기 일당 검거
- 경찰 “쿠팡 개인 정보유출 3000만건 이상”
- 초등학생에게 받은 ‘두쫀쿠’…李대통령이 보인 반응은?
- 음파로 코피 터지고 구토?… 트럼프 “마두로 생포에 비밀무기 사용”
- 눈길 미끄러웠는데… 마이산서 60대 산악회원 추락사
- 꽈추형 “박나래가 ‘주사이모’ 소개”…주사이모 측 “진짜는 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