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가구 서래마을 명품 단지로 우뚝 설 곳 어디?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래미안퍼스티지를 오른쪽에 두고 사평대로를 따라 조금 걸으니 맞은편에 허름한 중층(10층) 소규모 아파트 단지가 언덕을 끼고 자리 잡았다. 신반포궁전아파트(1984년 준공, 108가구)다. 규모는 작지만 대부분 대형 평형으로 구성돼 가구당 대지지분이 넓다.
신반포궁전 안쪽에는 2개의 각각 다른 소규모 단지가 있다. 예전 쉐라톤 팔레스 호텔 부지 안쪽에 있는 이 단지는 현대동궁아파트다. 1개동으로 구성됐으며 15층 규모로 1991년 준공했다. 사평대로28길 골목으로 들어가니 최고 12층, 4개동으로 구성된 한신서래아파트(1987년 준공)가 위치한다.
세 단지는 요즘 서울은 물론 강남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단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스타 조합장 한형기 씨를 중심으로 3개 단지가 다시 통합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래미안원베일리, 메이플자이에 이어 강남 금싸라기 땅에 또 다른 통합재건축 성공 사례를 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비 업계에 따르면 한신서래·신반포궁전·현대동궁아파트는 지난 1월 13일 통합재건축을 추진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지금은 각 단지 대표가 공동으로 재건축을 추진하지만 향후 통합 조합을 설립할 예정이다.
당초 세 단지 중 통합 열의가 가장 강한 단지는 한신서래아파트였다. 반면 나머지 단지들은 주민 간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하지만 통합을 주도한 한신서래 측의 적극적인 설득 작업으로 합의가 성사됐다.
통합재건축을 위해 신반포궁전과 현대동궁은 정비계획 변경을 위한 동의서를 징구할 계획이다. 한신서래는 앞서 동의서를 징구해 75%를 넘긴 상태다. 신반포궁전과 현대동궁이 각각 소유주 66% 이상 동의를 받아 ‘정비계획 변경 입안 제안에 관한 동의서’를 서초구청에 신고하면 통합재건축 추진은 확정된다.
통합재건축이 진행되면 한신서래(414가구), 신반포궁전(108가구), 현대동궁(224가구)은 1300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로 다시 태어난다.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측은 “단지 간 통합 추진 배경과 향후 절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통해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며 “ ‘3년 내 이주, 8년 내 입주’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단계별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 조합장 앞세운 한신서래
신반포궁전·동궁 설득해 통합 합의
요즘은 워낙 대단지 여부를 중요하게 판단한다. 가구 수가 많을수록 정비사업 마무리 후 자산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분명하다.
모두가 이 점을 잘 안다. 대단지 조성을 위해 상당수 소규모 단지는 통합재건축을 추진한다. 통합재건축이란 말 그대로 여러 단지를 하나로 묶어 재건축을 추진하는 방법이다.
문제는 규모를 키우기 위해 인근 단지와 통합을 추진하다 보면 반드시 ‘갈등’이 생긴다는 점이다. 단지마다 전용면적 대비 대지지분이 다른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강남권에서 통합재건축 성공 사례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래미안원베일리와 메이플자이가 대표적이다. 원베일리는 신반포3차, 경남, 신반포23차, 반포우정에쉐르, 경남상가를 통합해 2990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한 단지다. 현재 전용 84㎡ 기준 서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분류된다. 메이플자이는 신반포4지구 내 8·9·10·11·17차, 녹원한신, 베니하우스 등 무려 9개 단지를 통합해 3307가구 규모 대단지로 변신했다. 강남권 통합재건축 성공 사례가 등장하는 지금 한신서래와 신반포궁전, 현대동궁 통합재건축 합의 소식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3개 단지 통합 논의가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초에도 비슷한 얘기가 오고 갔지만 단지 간 이해관계가 엇갈렸다. 결국 한신서래는 단독재건축으로 선회했다.
한신서래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지난해 6월 서초구청에 정비계획 수립·구역지정 입안 제안까지 신청했다. 하지만 서초구청은 입안 제안 동의율이 약 45%로 50%를 넘지 못했고 진입도로 폭 문제 등을 거론하며 반려했다. 그 사이 한신서래, 신반포궁전, 현대동궁 주민들의 통합 의지는 커졌다.
단지들이 개별적으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면 입지 대비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주민들은 잘 알고 있었다.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조합장, 래미안원베일리 부조합장 출신인 한형기 씨가 한신서래 상가를 매입해 조합원으로 합류한 것도 통합의 기폭제가 됐다. 한신서래 재건축추진위원회 측은 신반포궁전과 현대동궁을 대상으로 잇단 설명회를 열며 통합의 필요성을 설파한 끝에 합의서에 서명을 이끌어냈다.
집값도 급등하는데
한신서래 1년 만 10억원 이상 올라
통합재건축 논의가 거론된 지난해부터 3개 단지 집값은 급등 추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한신서래 전용 64㎡는 지난해 10월 33억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종전 거래인 2025년 2월 같은 면적 매물이 18억75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14억원 이상 올랐다.
신반포궁전 또한 지난해부터 가격 흐름이 심상찮다. 지난해 9월 전용 146㎡ 매물이 34억500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10월에는 38억5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5월만 해도 30억원 전후로 시세가 형성됐지만 반년 만에 10억원 가까이 올랐다.
세 아파트 통합 행보의 향후 진행 상황과 전망에도 관심이 쏠린다. 극적으로 합의안을 마련한 만큼 3곳은 동의서 징구와 함께 관련 서류 등을 갖춰 최대한 빠르게 정비계획 입안 제안을 넣는다는 계획이다.
통합이란 큰 틀에는 세 단지가 합의했지만 이후 넘어야 할 산도 적잖다. 모든 정비구역이 그렇듯이 재산가치를 산정하는 과정과 기준을 어떻게 정립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3곳 단지는 용적률이나 평형 구성, 전용 면적 대비 대지지분 등이 완전 다르다. 현대동궁은 대부분 중소형 면적이다.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은 약 48㎡이며 전용 70㎡, 전용 81~82㎡로 구성됐다. 신반포궁전은 모든 가구가 대형 면적으로 구성됐다. 가장 작은 면적이 전용 117㎡이며 전용 205㎡도 10가구나 있다. 워낙 대형 면적이 많기 때문에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은 약 100㎡를 넘을 만큼 높은 편이다. 한신서래는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하다. 가장 작은 면적은 전용 45㎡에 불과하지만 대형 평형인 전용 147㎡도 48가구나 있다.
한신서래와 신반포궁전 두 단지 전용면적이 비슷하더라도 대지지분은 다소 차이가 난다. 신반포궁전 전용 146㎡ 대지지분은 약 96㎡다. 반면 한신서래 전용 147㎡의 경우 대지지분이 약 78.5㎡ 수준이다.
대지지분 차이를 자산가치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따라 단지별 주민들의 셈법이 달라질 수 있다. 재건축 진행 과정에서 종전자산평가와 비례율 구조를 최대한 합리적으로 도출하지 않으면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불거질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합재건축은 장점이 많지만 단지별 대지지분이나 용적률, 입지가 달라 사업성 차이에 따른 주민 갈등을 조율하기 어렵다는 것이 늘 문제”라면서도 “3개 단지 역시 통합재건축 조합설립과 정비구역 변경 절차를 얼마나 빨리 이뤄내느냐가 사업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5호 (2026.01.28~02.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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