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악연 오바마도 참전… “불의에 맞서자” 저항 촉구
WSJ “트럼프 행정부 최악의 사건”
공화당 내부와 지지층 반발 조짐에
트럼프, 단속 요원 철수 가능성 시사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 단속 요원들의 총격으로 두 번째 사망자가 발생하자 시민들의 분노가 혹한을 뚫고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악연이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내자”고 촉구했다. 공화당 내부 등 지지층에서 반발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니애폴리스에서 단속 요원들을 철수시킬 수 있음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25일(현지시간) 전날 오전 9시 사건 현장 영상을 여러 각도에서 초 단위로 분석하며 피해자를 비난한 국토안보부에 반박했다. NYT는 “요원들이 불과 5초 만에 최소 10발 이상의 총격을 가하는 폭력적인 현장이 기록돼 있다”며 국토안보부의 입장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WSJ도 사설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정책이 도덕적·정치적 파국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최악의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날 미니애폴리스 시내 정부광장에는 영하 20도 아래의 혹한에도 약 1000명이 모여 알렉스 제프리 프레티를 추모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알렉스에게 정의를’ ‘ICE 퇴출’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프레티의 부모도 성명을 내고 “정부가 우리 아들에 대해 퍼뜨린 역겨운 거짓말은 비난받아 마땅하고 혐오스럽다”며 “아들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재향군인 병원 간호사로 살아온 미국 시민이란 점도 미 전역에서 반발 여론을 들끓게 했다. 국경순찰대(USBP) 지휘관 그레고리 보비노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7일 사망한 여성 러네이 니콜 굿과 전날 사망한 프레티를 ‘용의자들(suspects)’로 지칭한 것도 분노를 키웠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피해자를 ‘국내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키보드 뒤에 앉아 재향군인 간호사와 아들, 동료, 친구를 모욕하는 행위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열하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부부 명의 성명에서 “정당을 막론하고 모든 미국인에게 한 국가로서 우리의 핵심 가치가 점점 더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경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미국인은 미니애폴리스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는 평화적 시위의 물결을 지지하고 영감을 받아야 한다”며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기본적 자유를 지키며 정부에 책임을 묻는 일은 궁극적으로 우리 각자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악연은 2011년 트럼프가 오바마의 출생지가 케냐라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본격화됐다. 오바마는 같은 해 백악관 출입기자 만찬에서 이를 소재 삼아 현장에 있던 트럼프를 비꼬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2016년 기사에서 트럼프가 오바마로부터 공개 망신을 당한 뒤 정계 진출을 가속화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재집권한 후 오바마의 초상화가 있던 백악환 현관 로비에 자신에 대한 암살 시도 후 상황을 그린 그림을 걸기도 했다.
공화당 내에선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 등 중도 성향 의원들이 독립적 수사를 촉구했다. 머코스키 의원은 총격 사건을 거론하며 “이민 단속 훈련이 충분했는지, 임무 수행 과정에서 어떤 지침을 받았는지에 대해 행정부 내부에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미총기협회(NRA)는 엑스에 총기를 소유한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검사의 글을 공유하며 “이런 생각은 위험하고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예산 패키지에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지출 100억 달러를 포함해 국토안보부 지출 644억 달러가 반영된 점을 들어 통과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예산 패키지가 30일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일부 정부 기관의 사업이 중단·축소될 수 있다.
트럼프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프레티에게 총격을 가한 요원의 행동이 옳았느냐’는 질문을 두 차례 받고도 즉답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사실관계를) 들여다보고 모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미니애폴리스에서 단속 요원들을 철수시킬 의향도 내비쳤다. 그는 “언젠가는 떠날 것이다. 우리는 훌륭한 일을 해냈고, 그들도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철수 시점 등을 언급하진 않았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尹 설득하라고 한덕수에게 손짓”…박성재 첫 내란재판서 혐의 부인
- 日라멘집서 ‘쌩얼 혼밥’ 이재용 포착?…일본 출장 추정
- “한국선 한국어로 주문요!” 레딧 달군 한국 카페 공지
- ‘눈 감으세요~’ 치과 엑스레이 찍는 척 몰래 촬영
- “고맙고 고생 많았어~” 호랑이별로 떠난 청주동물원 이호
- ‘장동혁 단식 효과’ 국힘 지지도 ↑…李대통령 53.1% 유지
- 코스닥, 4년여 만 ‘천스닥’ 돌파…‘3천스닥’ 가나
- 눈길 미끄러웠는데… 마이산서 60대 산악회원 추락사
- ‘두쫀쿠 인플레이션’ 현실화 하나… 재료값 급등에 자영업자 부담 가중
- 금·은 팔러 강원서 서울까지…‘1돈 100만원’에 종로 거리 ‘들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