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총격에 미국 시민 또 사망... 트럼프에게 들려주고 싶은 한국영화 대사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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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또다시 자국민을 사살했다. 37세의 르네 니콜 굿에 이어 17일 만이다. 이번에는 마찬가지로 37세이자 백인 미국 시민권자인 알렉스 프레티가 그 희생자였다. |
| ⓒ 알렉스 프레티 유가족 제공 |
무장해제 상태인데 십여 발 발포해 사살
24일(현지시각) 당시 희생자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영상을 살펴보면 그는 ICE 요원들이 한 여성을 진압하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던 중 변을 당했다. 한 ICE 요원이 촬영을 거부하며 그를 밀어내고 진압을 시도하자 5~6명의 요원이 그를 땅바닥에 눕히고 얼굴에는 후추 스프레이를 뿌렸다.
이미 운신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한 ICE 요원이 "총이 있다"고 외쳤고 그 직후 10여 발의 총알이 그의 몸을 관통했다. 다른 각도의 영상에서는 또다른 ICE 요원이 발포 직전에 희생자의 몸에서 권총을 갖고 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미 몸을 움직일 수 없고, 소지한 총마저 수거된 상황에서 일방적인 총격을 가한 것이다. 심지어 프레티는 총기 소유 자격을 지닌 사람이었다. 미네소타주에서 총기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소유한 채 길거리에 나서는 건 합법이다.
그렇게 재향군인 중환자실에서 헌신한 간호사이자, 교통 위반 딱지를 받은 것 정도를 제외하면 아무런 전과도 없는,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나 평생을 미국 땅에서 교육받고 자란 미국 국민이 자국 연방요원의 차가운 총알에 뜨거운 피를 흘리며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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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권총 사진을 올리며 "이것이 총기 소유자의 총"이라고 주장하면서 "지역 경찰은 어디에 있나? 왜 그들은 ICE 요원들을 보호하도록 허가받지 못했나"라며 오히려 지역 경찰의 외면 아래 ICE 요원들이 공격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
| ⓒ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갈무리 |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권총 사진을 올리며 "이것이 총기 소유자의 총"이라고 주장하면서 "지역 경찰은 어디에 있나? 왜 그들은 ICE 요원들을 보호하도록 허가받지 못했나"라며 오히려 지역 경찰의 외면 아래 ICE 요원들이 공격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프레티를 르네 굿과 마찬가지로 "국내 테러리스트"라고 불렀고 그레고리 보비노 연방국경순찰대(USBP) 지휘관 또한 두 희생자들을 "두 명의 용의자"라며 "법 집행관의 생명을 공격하거나, 업무를 지연·방해 및 위협하는 용의자들"이라고 칭했다. 국토안보부 또한 "자신의 생명과 동료 요원들의 생명 및 안전에 위협을 느껴 방어 차원에서 총격을 가했다"고 입장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 등 프레티의 사살이 정당방위라고 강조한 이들은 그에 대한 증거를 묻는 언론의 질의에는 "조사를 통해 곧 밝혀질 것"이라며 함구했다.
다수 미국 언론은 최소 네 개의 다른 각도에서 사망 당시를 촬영한 영상들을 분석해 프레티가 총을 꺼낸 정황이 없다고 보도하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와 합을 맞춰 온 전미총기협회(NRA)마저도 희생자를 악마화하지 말라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공식 성명을 낸 판국이다. 뉴스 영상의 댓글 창은 "우리도 눈이 있다"고 분개하는 댓글들로 가득하다.
소설 <1984>를 보는 듯한 미국... 되돌리는 건 시민들 손에 달렸다
이러한 언론과 시민의 수많은 비판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미니애폴리스 등 미국 민주당 우위 도시들이 불법 이민자들을 보호하는 '피난처 도시'라고 규정하며 민주당이 ICE의 작전을 불법적으로 방해했기 때문에 두 명의 미국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지난 1월 7일 백악관에서 열린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막을 수 있는 건 무엇이 있냐는 질문에 "나의 도덕성(My own morality)뿐"이라며 "나는 국제법이 필요없다"고 외쳤다.
전체주의 독재 사회를 그린 소설 <1984>에는 "당은 눈과 귀에서 얻는 증거를 거부하라고 했다. 그것이 당이 내린 최종적이고 핵심적인 명령이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것이야말로 작금의 트럼프 행정부가 바라는 바고, 실제로 이를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그에 따른 효과도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61%만이 'ICE의 행동이 선을 넘었다'고 응답했고 26%와 11%는 각각 'ICE의 행동은 정당하다', 'ICE의 행동은 아직 부족하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층은 응답자의 94%가 '선을 넘었다'고 응답한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응답자의 19%만이 그렇게 답했고 56%가 '정당하다'고 응답했다. 같은 사건을 겪었음에도 정치적 지향에 따라 이렇게까지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사건이 벌어진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연일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시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대규모 시위가 전국 단위로 번져나가진 못하고 있다. 혹한의 날씨 탓도 있지만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사람이 아무 잘못 없이 공권력에 의해 죽었다는 비극조차 정치적 판단 아래 다룰 사안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어두운 현실에 떠오르는 영화 한 장면이 있다. 영화 <강철비2>에서 한국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는 미국 대통령을 향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통령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다고 하셨는데 미국은 탄생부터 계속 위대했습니다. 양심과 신앙의 자유를 위해 건국한 나라. 최초로 식민지에서 독립을 쟁취한 나라. 최초로 삼권분립 공화국을 수립한 나라. 미국이 위대한 건 미국이 탄생시키고 지켜낸 것들 때문이지, 결단코 미국이 가진 힘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위 대사처럼 지금 미국이 위대함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이 민주주의라는 그 자신의 건국 이념을 주권자인 시민의 손으로 다시 되살리는 데 나서는 것이다. 부디 미국 시민들이 더는 부당한 권력의 국가폭력에 동조하거나 굴복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맞서 싸워 그들의 권리를 회복하길 간절히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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