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이 알바생, 연기 대상 배우만 4명 탄생시킨 드라마
[양형석 기자]
<해피 투게더>는 한 가지가 아니다. 영화로 드라마로 예능으로 여러 번 활용된 이름이다. 제일 먼저 이름을 알린 건 영화다. <아비정전>과 <중경삼림> 등을 연출한 왕가위 감독은 지난 1997년 고 장국영과 양조위 주연의 <해피 투게더>를 선보였다. <해피 투게더>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흔치 않던 '퀴어 로맨스'를 다뤘다. 여러 논란에도 왕가위 감독은 <해피 투게더>를 통해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거장이 됐다. 터틀즈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엔딩곡 <해피 투게더>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 2001년에는 KBS에서 신동엽을 앞세운 예능프로그램 <해피 투게더>가 방송을 시작했다. <해피 투게더>는 '쟁반 노래방'과 "반갑다 친구야"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프렌즈', '웃지마 사우나', '야간 매점' 등 많은 인기 코너를 남기며 사랑받았고 이효리와 김제동, 조세호 등 스타 예능인들을 대거 발굴했다. <해피 투게더>는 2020년 막을 내릴 때까지 햇수로 20년 동안 방송된 KBS의 대표적인 장수 예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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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피 투게더>는 멜로와 가족 드라마를 적절히 섞은 장르로 많은 스타 배우들을 배출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
| ⓒ <해피 투게더> 홈페이지 |
지난 1997년에 개봉한 영화 < 넘버3 >는 개봉 당시 한석규 원톱 주연작이었다. 당시 조연이던 최민식과 송강호가 대배우로 성장하면서 의도치 않은 호화 캐스팅이 이뤄진 영화로 재조명됐다. 이성재와 유오성, 유지태, 유해진, 김수로, 이요원, 차승원(특별출연) 등이 출연한 <주유소 습격사건>도 마찬가지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세월이 흐른 후 화려한 캐스팅이 재조명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999년에 방송된 MBC 드라마 <왕초>는 당시에도 차인표와 송윤아, 김남주, 이훈, 박상면, 이혜영, 허준호 등 화려한 캐스팅의 드라마로 유명했다. 당시 신예에 가까웠던 배우 중에도 훗날 스타로 성장한 배우들이 적지 않았다. 동대문 깡패 이정재 역의 정준호는 2000년대 초반 전성기를 맞았고 이서진, 송일국도 김두한의 부하 역으로 출연했다. 윤태영은 '맨발' 역을 맡으며 화제가 됐다.
이병헌, 송혜교 주연의 SBS 드라마 <올인>도 방영 당시엔 두 주인공에게만 조명이 집중됐지만 조·단역들 중에서도 훗날 스타로 성장한 배우들이 많았다. 이병헌과 송혜교의 아역을 맡았던 진구와 한지민은 이제 어느 드라마에서도 주연을 맡을 수 있는 배우가 됐다. 김인하를 짝사랑하던 유정애 역의 최정원은 3년 후 <소문난 칠공주>의 나미칠로 인지도가 급상승했고 서지혜도 단역으로 <올인>에 출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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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피 투게더> 속 5남매 중 3명이 훗날 지상파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
| ⓒ SBS 화면 캡처 |
SBS는 1998년 <내 마음을 뺏어봐>의 오종록PD와 배유미 작가 콤비를 앞세워 신작 <해피 투게더>를 선보였다. 지금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배우지만 당시만 해도 청춘스타 이미지가 강했던 이병헌이 주연을 맡았고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신예들을 대거 캐스팅했다. 하지만 <해피 투게더>는 많은 우려를 극복하고 4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큰 사랑을 받으면서 SBS 수목드라마의 황금기를 이어갔다.
사실 방영 당시만 해도 <해피 투게더>는 기대보다 불안 요소가 더 많은 드라마였다. 유일하게 '믿는 구석'이었던 이병헌도 전작 < 백야3.98 >의 성적이 좋지 않았고 김하늘, 한고은 등은 <해피 투게더>가 정극 드라마 데뷔작이었다. 차태현과 송승헌, 전지현, 강성연 등도 연기 경력이 부족한 신예인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이들은 모두 <해피 투게더>를 계기로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드는 주연급 배우로 성장했다.
실제로 <해피 투게더>에 출연한 배우 중 4명이 훗날 지상파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03년 이병헌이 <올인>으로 SBS 연기대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 송승헌이 <에덴의 동쪽>으로 MBC 연기대상, 2012년 손현주가 < 추적자: THE CHASER >로 SBS 연기대상, 2014년 전지현이 <별에서 온 그대>로 S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만약 이 배우들이 다시 한 작품에 나오려면 엄청난 출연료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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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지현은 세기말 '테크노 여신'이 되기 직전, <해피 투게더>에서 아이스크림 가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남성팬들을 설레게 했다. |
| ⓒ SBS 화면 캡처 |
김하늘보다 1년 앞선 1995년 의류 브랜드 모델로 데뷔한 송승헌은 1996년 MBC 청춘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 출연해 '숯검댕이 눈썹' 열풍을 일으키며 주목받았다. 그 후 <그대 그리고 나>, <승부사> 등에 출연하며 연기 경험을 쌓던 송승헌은 <해피 투게더>에서 5남매 중 셋째이자 검사 서지석 역을 맡았다. 송승헌은 <해피 투게더> 이후 <팝콘>, <가을동화>를 통해 최고의 스타 배우로 도약했다.
올해 연상호 감독의 영화 <군체>와 jtbc드라마 <인간X구미호> 출연 예정인 전지현은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이던 1999년 <해피 투게더>에서 5남매 중 막내 서윤주를 연기했다. 고아원에서 입양돼 성장 후 독립해 인디밴드에서 활동하지만 만성신부전을 앓고 있어 공연을 하다 쓰러질 정도로 몸이 허약하다. 윤주는 뿔뿔이 흩어져 살아 오해가 쌓였던 5남매의 갈등을 해소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1996년 드라마 <첫사랑>에서 송채환의 남편이자 최수종, 배용준의 매형인 밤무대 가수 주정남을 연기하며 주목받은 손현주는 <해피 투게더>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서태풍의 친구 박하 역을 맡았다. 살짝 말을 더듬고 어눌하지만 태풍에게는 언제나 힘이 돼 주는 좋은 친구로 손현주는 2000년대 들어 잠시 침체기를 겪었다가 2005년 드라마 <장밋빛 인생>에서 고 최진실의 바람 난 남편을 연기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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