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문한 외국인 여행가방에"... K-뷰티 열풍의 비밀

이영광 2026. 1. 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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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온에어' 402] KBS 1TV <시사기획 창> 범기영 기자

[이영광 기자]

한국 문화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는 물론 음악과 뮤지컬 등 장르도 다양하다. 덩달아 K-뷰티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K-뷰티, 초격차의 서막' 편이 전파를 탔다. 한국 화장품 구매를 위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여행객 인터뷰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K-뷰티 열풍과 함께 열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능성까지 짚었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22일 해당 회차를 연출한 범기영 기자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범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취재는 재미있었거든요. 국립민속박물관 수장고에 들어가서 유물을 촬영하기도 하고 CES(CTA가 주최하는 연례 무역 박람회)에서 들어온 최신 영상을 보기도 하고요. 그런데 후반 작업은 항상 힘듭니다. 그래서 일단 끝나고 나면 홀가분해요."

- K-뷰티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2024년 1년 동안 제가 연수 차 영국 런던에 있었거든요. 그때 아이 친구 부모님들과 접촉이 많았는데, 그분들이 한국 화장품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조선미녀'라는 브랜드 화장품을 들고 와서 저에게 보여주기도 했어요. 근데 저는 처음 보는 거라 북한 화장품인 줄 알았어요(웃음). 그리고 '퓨어 서울'이라는 한국 화장품 매장이 런던에 있는데, 굉장히 잘 됐거든요. 그런 현상들을 재미있게 보고 귀국했는데, 작년 하반기에 한국 화장품 수출액이 세계 2위 될 거라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거는 트렌드니 한 번 다뤄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 내레이션을 박소연 KBS 기상캐스터가 했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화장품을 잘 이해하는 프리젠터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어요. 저는 중년 남성이라 화장품을 잘 바르지도 않으니까 모르거든요. 그래서 화장품을 실제로 많이 사용하는 유저이기도 하고, 화장품에 관심도 많은 사람이 프리젠터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는 거였고요. 그냥 내레이션만 하는 게 아니라 취재 과정에도 개입해서 궁금한 걸 직접 물어보기도 하고 체험해 보기도 하는 모습이 화면에도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 박소연 기상캐스터가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하는 장면도 나오잖아요.
"젊은 여성이 맨 얼굴 드러내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별로 개의치 않더라고요. 물론 피부가 좋은 편이긴 해요. 아무리 피부가 좋아도 꺼려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전혀 그런 거 없었고요. 고마웠습니다."

-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러 해외에서 많이 들어오나 봅니다?
"그러더라고요. 제가 갖고 있던 감각이 깨지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사실 인천공항 취재 나가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외국인들을 잡고 물어보면 어떤 말이 나올지 모르잖아요. 사전에 섭외된 인물들이 아니니까요. 근데 외국인 여성들에게 마이크 들이대면 백발백중 한국 화장품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서울 성수동에 가면 대형 화장품 가게들이 많아요. 아침에 문 열기 전부터 입장 대기 줄을 서요. 신기했습니다. 세일 기간에만 하는 오픈런이 아니라 거의 일상적으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 화장품 사가려고 일부러 가방 비워 오는 경우도 있나 봐요?
"그게 일반적인지까지는 모르겠고, 현장에서 외국인들 인터뷰할 때 저는 그 말이 재미있게 들렸던 거죠. 그분은 처음 한국에 오는 분은 아니고 여러 차례 왔던 분인데 '지난번에 왔을 때 화장품을 너무 많이 사가지고 나중에 가방 꾸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가방을 약간 좀 비워가지고 가져왔다'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우리도 외국 여행 나가서 기념품 너무 많이 사면 여행 출발할 때보다 돌아올 때 짐이 훨씬 많아지는 경험들을 하곤 하는데, 이분도 그랬던 거죠."

- 해외에서 K-뷰티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요?
"업계에서는 매스티지라는 표현을 쓰더라고요. 보급형 명품이죠. 즉 명품인데 좀 싸게 파는, 혹은 명품에 준하는 품질을 가졌는데 싸게 파는 개념이죠. 화장품이 비싸잖아요. 사실 어렸을 때 우리 엄마 화장품 잘못 만지면 혼나잖아요. 수입 브랜드 제품은 고급 소비재였죠. 그런 것들이 시장을 그동안 장악하고 있었는데, 한국산은 비교적 싼데 기능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거죠. 그러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 한국식 화장과 서양식 화장이 다른가 봅니다.
"그렇더라고요. 서양 화장이 좀 더 과감해요. 한국식은 피부의 결을 살리고 투명하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편입니다. 한국식이 순한 맛이라면, 서양식은 마라맛에 가까운 느낌이랄까요? 눈 화장도 좀 더 짙고 색조도 굉장히 과감하게 사용해서, 약간 쨍한 매운맛 같은 느낌이었어요."

- 문화도 K-뷰티에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당연히 그렇죠. 그건 자연스러운 것 같은데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뭘 먹는지, 뭘 바르는지 궁금해하는 건 당연하니까요. 한국 문화 열풍이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계속 진행되고 있잖아요. 그래서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그 푸른색 병에 든 술이 대체 뭔지 너무 궁금해하기도 하고, 한국 사람들이 먹는 치킨이 도대체 무슨 맛인지 되게 궁금해하거든요."

- 한국 화장품은 분업이 잘 되어 있나요?
"그렇더라고요. 가장 재미있어 했던 포인트였습니다. ODM(하청업체가 제품의 개발과 생산을 모두 담당하는 방식)이라고 하는데요. 제조자 개발 방식이죠. 예를 들어 이런 거예요. 내가 화장품을 한 번 만들어서 팔아보고 싶다고 쳐요. 예전 개념이면 내가 화장품 재료를 뭘 섞어서 어떻게 할지 내가 연구해야 되고, 그걸 제품으로 생산할 공장을 만들어야 됩니다. 근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요. 지금은 기획만 있으면 됩니다. 아이디어만 들고 ODM 회사를 찾아가죠. 그러면 이 ODM 회사에 자체 연구소가 있고, 이 연구소가 계속 신제품 개발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연구 조직에다가 내가 가진 아이디어를 던지는 거죠. 그러면 거기서 시제품 만들어서 주고, 진행하자고 하면 그 ODM 공장에서 제품을 만듭니다. 이게 아주 재미있었어요."

- 다른 나라는 그렇게 안 하는건가요?
"다른 나라도 이런 개념이 물론 있죠. 근데 한국처럼 발달해 있지는 않아요. 이어 달리기를 정말 잘하고 있는 겁니다. 기획을 기가 막히게 하고, 사람들이 이런 거 만들어보면 어떨까 아이디어가 너무 많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주는 ODM 회사들이 아주 열심히 잘 뛰고 있고요. 그래서 기획하고 제품을 만들면 팔아야 되잖아요. 파는 거는 또 아마존이나 쿠팡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도 있고, 또 화장품을 전문적으로 유통시키는 업체가 또 있어요. 그래서 이 업체는 화장품을 다 사들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화장품 5만 개를 만들었어요. 그러면 5만 개를 한꺼번에 사요. 그 업체가 그런 다음에, 이걸 컨테이너에 싣고 외국의 물류 창고에 갖다 놓았다가 현지에 팔아요. 기획, 연구, 제조, 유통, 이걸 다 분담해서 각자 제일 잘하는 걸 그냥 하는 거죠."

- 지금은 화장품 전문 편집숍 시대라고 나오던데요. 이전과 뭐가 다른 건가요?
"화장품 외판원들이 다니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또 한동안 길거리에 특정 브랜드 제품만 파는 독립 숍들이 있던 시절도 있었어요. 근데 이건 다 자본력 있는 회사들만 할 수 있는 거였어요. 생각해 보면 대기업만 할 수 있죠. 근데 편집숍은 입점 심사 허들만 넘으면, 내가 소기업이어도, 지난달에 창업한 회사라도, 소비자들의 반응을 볼 수 있어요. 전국에 제품을 깔 수 있고, 내 가게를 안 열어도 돼서, 편집숍은 약간 인큐베이터 같은 역할인 거죠."

- 중국 화장품이 한국 화장품을 추격하는 상황인가요?
"그렇더라고요. 이른바 짝퉁 이런 개념으로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중국 화장품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고 화장품 업계에 계신 분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중국은 내수 시장이 일단 굉장히 크잖아요. 거기서 성공하면 회사 덩치가 무조건 글로벌 기업처럼 커지는 거예요. (그 기업들이) 중국의 영향력이 큰 동남아 시장 같은 데로 진출을 또 하죠. 한국보다 훨씬 싸게, 비슷한 품질을 만들어내는 강점이 있어서 중국이 무섭다고 하는 거고요."

- K-뷰티의 미래 가능성은 어떻게 전망하세요?
"업계에서는 긍정적으로 보더라고요. 미용 기기 시장은 없던 시장을 새로 만들었고, 그 시장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독주하고 있고요. 기초 화장품도 계속 성장할 거예요. 아직 우리가 접근하지 못한 시장이 훨씬 많으니까. 라틴아메리카 같은 시장은 아직 완전히 열려 있다고 보지는 않아요. 그래서 그쪽으로도 접근할 수 있을 걸로 보고요. 기초 화장품만 해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들 보고 있고요. 그 밖에도 색조나 향수, 헤어 제품 등 굉장히 많은 영역이 있으니까, 이제 시작이라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업계에서는 기대 섞인 전망이겠죠."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일단 재미있었고요. 개인적으로 로션을 바르기 시작했으니까 배운 것도 있었고요. 성장하는 업계 분들을 만나면 갖게 되는 배움, 즐거움이 있습니다. 확실히 굉장히 진취적이거든요. 반면에 매출이 갑자기 급성장하고 덩치가 커지는 기업들은, 내부를 조금 더 건강하게 단단하게 잘 키워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체계가 덜 갖춰진 부분이 있거든요. 사춘기 성장통 같은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느낌도 들더라고요. 그래서 체계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대로 대기업들은 되게 힘들어 하거든요. 중국 시장에서 어려워지면서 매출이 떨어지고,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이 거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기업 가치 자체가 줄어드는 거죠. 하지만 그 회사들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큐 마지막에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하거든요. 원료 식물원부터 연구소, 공장, 판매 조직, 마케팅까지 다 가진 대기업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그런 기업들도 스스로 가치를 증명해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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